투명경영 강조한 현대차, 실상은 ‘마이웨이식’ 사외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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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경영 강조한 현대차, 실상은 ‘마이웨이식’ 사외이사 선임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8.03.19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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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논란 사외이사 선임안 의결, 경영 투명성 제고 아닌 독립성 저해 우려 되풀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현대자동차가 지난 16일 열린 주총을 통해 회사·경영진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거나 업무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들을 재선임한 안건을 의결했다. ⓒ 시사오늘

현대자동차가 주주 권익 보호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회사·경영진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거나 업무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들이 전원 재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동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국 이촌세무법인 회장 등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다만 이번에 재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주총 개최에 앞서 재선임 반대 권고를 받은 인물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 이사회의 독립성 유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이동규 사외이사의 경우에는 현대차의 다수 소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임직원으로, 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이거나 최근 2 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한 상법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근거로 반대 권고를 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이 중요한 거래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거래관계가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 거래가 있는 법률사무소의 피용자는 사외이사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이동규 사외이사의 관계에 대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의 법률자문계약으로 후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다.

이병국 사외이사 역시 이촌 세무법인 회장과 LS산전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인물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으로부터 현대차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권고를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해당 상장회사 외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자는 상법 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병국 후보가 속한 세무법인은 상법 상의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다수 회사의 임원 겸직은 성실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사외이사 재선임안은 큰 문제없이 처리됐다. 하지만 이들이 관료 출신임을 고려할 때 그 의도가 경영 투명성 제고보다는 목적성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 분석' 자료를 보더라도 공무원 출신의 사외이사 증가는 회사가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보다 이들의 경력을 이용해 대정부 로비력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규 사외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이병국 사외이사의 경우에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러한 관료 모시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안 해결에 도움을 구하고, 사외이사들은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비상근 자격으로 보수를 챙길 수 있어 이른바 '그들만의 상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들 사외이사는 지난 2015년 3월 13일 신규 선임된 이후 이사회 상정 안건에 대해 단 한 번의 반대표도 던지지 않은 인사들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등식을 극복하지 못한 것.

이들은 감사위원도 겸직하고 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재단 등에 대한 자금 불법 출연과 관련해서도 이후 적절한 감사활동을 수행하지 않은 책임마저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는 "현행 법령이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나, 근원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할 만큼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와의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 기준 확대, 지배주주 등과 자문계약 관계에 있는 자들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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