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 역할 못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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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 역할 못하는 정치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3.19 18:4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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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등 완화하려면 시스템 정비가 중요…정치권이 역할 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본지의 이번 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펜스 룰(Pence Rule)’이었다. 일부 남성들이 왜 펜스 룰을 ‘안전장치’로 선택했는지 살펴보고,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검증해 보는 기획이었다.

이번 기획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두 번으로 나눠 송고된 ‘펜스 룰 부수기’ 기사에는 일일이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댓글들을 보면서, 기자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이렇게 갈등이 심화됐는데, 대체 정치권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시곗바늘을 앞으로 돌려보자. ‘미투 운동’은 왜 시작됐을까. 성폭력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국가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현실에 좌절했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미투 운동은 이런 응어리 응어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일종의 혁명(革命)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미투 운동의 대상은 ‘국가’, 조금 좁게는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기댈 곳은 ‘여론’밖에 없었다. 여론의 힘으로 가해자를 ‘사회적 처벌’하는 지금의 미투 운동은, 그동안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시스템 밖에서 자의적으로 가해지는 처벌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 부작용의 산물이 바로 펜스 룰이다. 남성들은 ‘시스템 밖’의 처벌 매커니즘을 신뢰하지 못했고, 여성들은 이를 ‘미투 운동에 대한 거부감’으로 받아들였다. 즉, 지금의 젠더 갈등은 국가에 대한 불신이 낳은 변종(變種)인 셈이다.

애초에 미투 운동이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 번째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시스템 정비, 두 번째는 미투 운동을 시스템 안에 포섭하기 위한 조치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또 미투 운동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미투 운동의 작동 방식이 내재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이다. 시스템 밖에서의 자의적 처벌은 지속적일 수 없거니와, 정당성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치인들은 문제 해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국회에는 ‘미투 법안’이 무려 139건이나 발의돼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가 사법 체계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미투 운동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눈앞의 현상에 편승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들 뿐이다.

자연히 젠더 갈등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현상만 건드리다 보니, 국민들도 당장 눈앞의 유·불리를 놓고 논쟁만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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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3-20 00:35:29
정치권이 뭐하긴 남녀간에 갈등으로 쳐싸우니 지들은 즐겁겠지. 서로 싸우느라 자기들 감시 제대로 안하는 국민있는 국가인데, 이만큼 꿀같은 민주주의국가가 어디있냐. 정권을 감시할 국민들끼리 싸운다? 이거 높으신 분들 개꿀 아니냐.

ㅇㅇㅇㅇ 2018-03-19 20:12:51
지도 지가 뭔 말하는지 모르면서 남한테 공부하라고 난리다

ㅁㅁ 2018-03-19 20:02:42
신속하게 메갈댓글 하나 붙었네. 쟤들은 왜 되도않은 뇌내망상 단어들만 줄줄 나열하면서 논리적인 설명은 전혀 하지 않으려고 할까? 아마도 못하는 거겠지. "음..설명은 못하겠지만 아무튼 내 말이 맞아. 난 여자니까!"

ㅋㅋㅋ 2018-03-19 19:36:23
혹시 기자님 공부는 하고 글을 쓰시나요? 제가 보기엔 안 하는 것 같아서... 갖잖은 단어의 나열같은데, 혹시 국가와 시스템에 대한 분노라는데 그 시스템이 호모소셜이라는 거 모르죠? 모르겠죠. 공부 안 하니까. 그게 뭐냐고 묻고 싶죠? 알려드리긴 싫어요. 공부좀 하라고ㅋㅋ 젠더 권력은 뭔지 알아요? 지금 이게 부자고 교수고 정치인같은 권력자가 저지르는거 같죠? 가부장적인 집에서 아버지가 갖는 권력은 생각해본적 없죠?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펜스룰이 여성을 개체화 시킨다는 생각 안 해봤죠? 알아요. 안 해봤겠죠. 그러니 이런글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