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운동기구 告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앞으로 한강물이 흘러갑니다. 봄이 오는 길목이라 수많은 사람이 즐겁게 오갑니다. 돌리고 당기고 끌고, 남녀노소 누구나 저하고 함께하는 걸 좋아합니다.
요즘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애완견이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주인님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한강변 운동기구 ‘싸이드파도타기’입니다. 요새 제가 많이 아파요.
S#1. 눈비를 막아주는 덮개도 없이 사시사철 부동자세로 쉬는 날도 없었습니다. 이곳엔 9명이 일합니다. 저하고 친구 ‘전신하늘걷기’가 중병에 걸렸습니다. 제 친구는 숨이 끊어졌는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S#2. 사람들은 무병장수하기 위해 1년에 한번 이상 정기검진을 받는다지요. 우린 한데서 눈비 맞아가며 일하는데도 그러지 못합니다. 천대꾸러기가 돼 갑니다. 오늘도 주인 바라기를 합니다.
S#3. 어느 날 누군가 제 옆에서 속삭이더군요. “고장 난 친구네! 치료해 주고는 싶지만 그럴 힘이 없다.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네 주인한테 이야기해 줄게.”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주인님 오기만을 학수고대합니다.
S#4. 꽃잎 하나 핑그르르 떨어집니다. 나쁜 소식입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 관계자가 “한강사업소 각 센터에서 운동기구를 관리하고 있으나 인원이 적어 점검에 애로가 있다”면서 “해당 지역 운동기구가 파손되거나 작동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 정말 슬픈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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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이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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