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광해군과 인조의 데자뷰…한국 대통령
[역사로 보는 정치] 광해군과 인조의 데자뷰…한국 대통령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3.2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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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이 간절히 필요한 시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지난 2013년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광해군 역을 맡은 배우 이상윤(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비운의 군주 광해군은 임진왜란을 실질적으로 이끈 공이 있다. 왜군의 침략으로 망국의 위기에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던 아버지 선조와 달리 분조(分朝)를 이끌고 왜적과 맞서 싸웠다.

광해군은 평안도·강원도·황해도 등지를 돌며 민심을 수습하고 왜군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를 모집하는 등 전란수습에 전념했다. 하지만 비정한 아버지 선조는 광해군의 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란이 끝난 후 어린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는 흉계를 꾀했으나 대북파는 광해군을 지지했다.

하늘은 광해군을 선택했다. 대권을 잡은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재기불능의 위기에 빠진 조선의 전후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의 업적은 실로 눈부셨다. 국가 재정 안정과 방납의 폐단을 척결하고자 경기도에 대동법(大同法)을 실시하고, 양전(量田)을 실시했다.

또한 명·청 교체기라는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어내고 중립외교전을 펼쳤다. 임진왜란의 원흉 일본과도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유약조를 체결하는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한 실리적인 군주였다.

하지만 광해군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는 라이벌 영창대군을 살려둘 순 없었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대북파도 광해군의 의중을 읽고 영창대군 제거에 나섰다. 결국 영창대군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인목대비도 유폐 당했다. 피비린내 나는 정치보복이 펼쳐진 것이다.

대의명분론에 빠진 서인의 눈에는 광해군은 진짜 ‘나쁜 군주’였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상국인 명을 배신하고 오랑캐 여진족과 교류하는 것도 못마땅했다. 마침 영창대군 사사와 인목대비 유폐사건이 터지자 명분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정권을 회복한 인목대비는 교서를 내려 광해군을 천하의 역적으로 몰아세운다.

“광해는 참소하는 간신의 말을 믿고 스스로 시기해 나의 부모를 형살하고 나의 종족을 어육으로 만들고 품안의 어린 자식을 빼앗아 죽이고 나를 유폐해 곤욕을 주는 등 인륜의 도리라곤 다시없었다. 심지어는 형을 해치고 아우를 죽이며 여러 조카를 도륙하고 서모를 쳐 죽였고, 여러 차례 큰 옥사를 일으켜 무고한 사람들을 해쳤다.…(중략)…인사는 뇌물만으로 이루어져서 혼암한 자들이 조정에 차있고, 돈을 실어 날라 벼슬을 사고파는 것이 마치 장사꾼 같았다.”

하지만 권력투쟁의 패자 광해군의 불행은 아직 안 끝났다. 옹렬한 군주 인조와 서인정권은 정치보복에 나섰다. 서인정권은 광해군 일가를 강화도로 유폐시켰다. 폐세자가 강화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사건이 터지자 비정한 인조는 사약을 내려 죽였고, 남편을 잃은 세자빈은 자결한다. 폐세자 부부의 비극적인 최후에 충격을 받은 폐비 유씨도 세상을 떠났다. 광해군은 온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서인정권은 광해군을 끝까지 괴롭혔다. 인조실록에 따르면, 18권, 인조 6년 2월 14일 “강화도의 광해군과 서신을 통한 죄로 유식·자금 등을 처벌하다”는 내용이 있다. 광해군은 서인정권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비참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광해군의 정치보복이 새로운 정치보복을 자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년은 항상 비극으로 끝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망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 한결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광해군과 인조의 시대는 불행한 역사의 순간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후세의 역사가는 작금을 어떻게 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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