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양지탕’ 자축파티‥96년 레임덕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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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양지탕’ 자축파티‥96년 레임덕 재연?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2.1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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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미 30명 명단 확보... 한나라당 나머지 공개하라”
1996년 12월 26일 새벽 6시.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154명의 의원들은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하기 위해 관광버스 4대에 몸을 싣고 국회 후문을 통과했다.

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들어오자 같은 당 소속 오세응 국회부의장은 즉각 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했고 154명의 신한국당 의원들은 야당 소속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6분 만에 11건의 노동법 등을 날치기 처리했다.

지난 8일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예산안을 두고 한나라당 지도부 중 비주류를 자처하는 홍준표 최고위원이 말했다. "YS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홍 최고위원은 “우리는 당시 ‘양지탕’으로 가서 축하를 했고 그것은 YS정권의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후 한보사태에 이어 IMF가 터지면서 우리는 50년의 보수정권을 진보진영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정확히 14년 후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8일 2011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뒤 또다시 양지탕으로 가서 축배를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8일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양지탕에서 축하파티를 연 30명의 한나라당 의원 명단을 확보했다”며 “나머지 20명의 명단은 한나라당이 자진해서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차 대변인은 “양지탕이 워낙 여의도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가면 (명단을)다 알게 되기 때문에 명단확보는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다”면서 “국민과 국회와 야당을 유린해 놓고 (양지탕에서)축하파티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한심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힐난했다.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약속한 예산은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뉴시스

앞서 14일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대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양지탕에서 자축연을 벌인 50여명의 당 소속 의원들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면서 “이미 (민주당은)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남은 20여명도 확보해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모든 의원들에게 참석을 독려했지만 실제 참석한 의원은 50여명 선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시간 정도 폭탄주를 돌렸고 일부 의원은 2차에 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동법 날치기가 YS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는 홍 최고위원의 주장뿐 아니라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하는 할 것이 있다.

당시 야당은 신한국당의 노동 관련법 날치기 통과에 즉각 반발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4개월 뒤 헌법재판소는 6대 3의 의견으로 “국회(부)의장이 개의일시를 선포하지 않는 등 위법한 점이 있어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했지만 가결 선포 행위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시, ‘절차상 하자가 바로 위헌은 아니다’라는 판례를 남겼다.

이 같은 노동법과 관련된 판례는 사법시험,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에 매년 지문으로 나오는 중요한 판례로 굳어졌고 이후 정치권은 2005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과 2008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등의 법률안의 날치기 처리에 근간을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

결국 1996년 YS정권 당시 벌어졌던 노동법의 날치기 처리가 국회 등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그간 레임덕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이 대통령을 물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YS정권의 불행한 역사와 MB정권의 국정흐름 양상이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은 우연일까. 국민들의 눈길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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