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화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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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미·중 무역전쟁, ´한국 위기´ 부른다
G2 - 세계경제 ´대혼란´ 주도
´美 제1주의´와 트럼프 본질
총력 대응, ´고정틀´ 극복을
2018년 03월 31일 09:09:00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미 양국간 통상갈등은 물론 우려했던 미국과 중국, 양 경제대국(G2)간의 '무역전쟁'도 전례없는 강도로 서막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상압박 '드라이브' 가 전방위로 추진되면서, 중국을 향한 실질적 규제조치들이 잇따라 그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이에맞서 중국도 정면대응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이란 문서에 서명했다. '경제침략'이란 극단적 용어까지 사용, 對중국 경제보복 전면전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다. 중국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음은 물론 역공(逆攻)에 사활을 걸겠다는 태도다. 세계 경제질서가 다시 대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게됐다. 그 중간에 끼어있는 한국의 '운신폭'도 중대기로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 그 실상과 대응전략을 짚어본다.

한계없는 전면전

'미·중 무역전쟁' 역시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하라는 지시의 행정명령에 지난 2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 같은 명령은 500억 달러(약 54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연결된다. 중국도 트럼프 서명후 24시간도 지나기 전에 바로 보복관세로 맞받아쳤다. 30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선 형국이다. 이에 따라 세계는 바야흐르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이와함께 미국 IT 기업 등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도 지시했다. 중국도 이에맞서 미국산 항공기 등을 맞보복 대상에 추가할 가능성을 밝혔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혼란과 타격을 주기위해 현재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렸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제조업 관세에 이어 기업 투자와 무형자산, 금융 등의 분야로까지 그렇게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가히 한계도 끝도 없어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제 미국은 중국이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첨단 정보기술(IT) 제품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기업이 미국 IT 기업과 합작 형식으로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으라며 재무부에 중국의 투자 제한과 감독을 위한 별도의 규정까지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당장 30억달러 규모 미국산 철강, 과일, 와인,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30억 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콩에도 관세 부과 검토에 들어갔다. 트럼프의 표밭인 농축업 벨트 10개주 생산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항공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한 해 140억달러 규모인 미국산 콩의 3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당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대두에 보복관세를 물리려는 것은 트럼프의 표밭을 겨냥한 만큼,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지층이 밀집한 주(州)의 생산품인 돼지고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 하는 것도 같은 연유다. 중국은 그 밖에도 보유 중인 1조1천7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매각도 무기로 쓰려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전략 역시 이렇게 거칠고 끝이없다.

트럼프의 공격강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규제가 많은 조치 중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해 향후 추가 조치가 계속 잇따를 것을 예고했다. 싸움은 더 격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미·중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으니,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것은 당연하다. 미 뉴욕 증시가 트럼프 선언 당일 2% 이상 내려앉았고 이어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그 충격으로 한국 증시도 3~4%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음은 이를 반영한다.

충돌 배경 - 전략인식 근본 변화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행정명령 목표는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한마디로, 천문학적 對中 무역적자를 줄이고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작년에만 올린 대미 무역흑자는 3천752억 달러였으니 미국의 주장대로 양국 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임은 틀림없다. 8천억 달러 규모인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에 가깝다. 그것은 미 행정부가 그동안 무역확장법, 관세법, 무역법 등을 내세워 중국에 대한 파상공세에 몰입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이 이른바 덤핑,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불공정무역을 하는 만큼 이를 바로 잡아 적자 구조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이었다.
USTR(미 무역대표부)은 이번에 다시 25%의 관세를 적용할 중국 품목 후보군 1천300여 개를 새로히 간추렸다는 소식이다. 행정명령 서명일로부터 15일 안에 후보군 목록을 게시하고, 그 후 한 달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부과 품목을 결정하려는 것이다. 최종 관세부과 품목에는 신발, 의류, 가전 등 100여 개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키로 했다. 규모나 강도에서 가히 대중(對中) 무역제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고율관세 마저도 양국간에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원거리 포격에 불과하다. 양쪽이 “끝까지 간다”는 결기까지 드러내며 대대적인 추가 공세를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번 對중국 행정명령 서명 뒤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며 추가 보복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예고했다. 이에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별도 성명으로 받아쳤다.

따라서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이번 조치의 배경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라고 명시했다. 직접투자 등을 통해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 자본이 인수한 미국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빼앗거나 훔쳤다는 표현도 내놨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투자 제한조치가 강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의 관세 부과에 투자 제한까지 강행되면, 중국 역시 항공기 도입 유예, 보유 미국 국채 매각 등 보복대응 전선을 넓힐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 채권 1조1700억달러어치를 사들인 최대 보유국인 만큼, 미국에 대한 맞보복 차원에서 보유 채권을 내다팔 경우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요동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것이란 우려가 높다.

최근 이같은 'G2충돌'의 정치외교적 배경엔 미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전략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을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시켜 정치적 민주화를 유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천문학적 무역 적자도 감수해왔다. 그러나 근간의 '개헌'을 통해 절대 권력 독재자가 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화(中華)'를 내세우며 미국 주도의 질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자유무역의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도 미국과 경쟁하는 정치·군사 패권국가의 길을 질주하자 미국의 통상 전략도 공세로 전환된 것으로 진단된다. G2 통상격돌이 이제부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 위축의 피해보다 정치 외교 통상 모든 면에서 '운신의 폭'이 훨씬 더 심각한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의 각국 정상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이 기념촬영 중이다. ⓒ뉴시스

'G2 전쟁'속의 한국입지

G2의 경제전쟁이 격화할 경우 한국은 가장 큰 피해국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ㆍ경제적으로 양측의 요구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나라다. 더구나 양국 간 무역전쟁의 본질이 통상을 넘어 전반적인 글로벌 주도권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분리 노선을 취해 왔지만 이제는 마침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반중(反中) 통상 동맹'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특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유예 조건으로 중국 불공정 무역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내세웠다. 일종의 ‘반중(反中) 동맹’을 제안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그 반대로 한국에 대해 ‘반미 통상전선’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곧 우리에게 압박이 올 것이다.

한국은 미중(美中) ‘무역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도 직면했다. 중국과 미국은 1, 2위 무역 상대국일 정도로 우리는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 미국은 12%다. 중국도 미국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우리의 중국 수출 가운데는 중간재 비중이 79%에 달할 정도로 높다. 중국은 그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데 수입 제한을 당하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등 우리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68.8%에 달한다. 미·중 어느 한쪽이라도 수출길이 막힐 경우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G2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 한국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섣불리 한쪽을 택하다간 미국의 무역 제재나 중국의 제2 사드 보복 등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한·미 통상갈등도 변수

더욱이 통상에 관한 한 한미간에도 현재 갈등기류가 역력하다.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오히려 한미 통상조건의 변화는 부정적 연쇄효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동시에 신시장 개척과 산업 경쟁력 제고의 시급성을 거듭 일깨우는 시점이다. 대외적으로 안보와 통상, 산업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정할 정부 시스템의 구축도 한결 절실해졌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를 놓고 개정 압박에 나선 것 자체부터가 사실 오해와 편견 탓이었다. 한미 FTA 발효 후 5년 동안 세계 교역이 연평균 2.0% 줄어들었음에도 한미 교역은 1.7% 늘어나 서로 윈윈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부문 흑자를 집요하게 트집 잡았고, 이번 한미 FTA 협상도 미국 철강 관세와 연계해 타협점을 찾기에 이른 것이다.
양국은 최근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산 철강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지 않는 대신 미국 자동차 수입에 대한 한국 안전기준 적용완화를 절충했다. 미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승용차·상용차에 대해 기존에는 제작 회사마다 연간 2만5000대까지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앞으로는 5만대까지 인정해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국은 당초 FTA 개정 요구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개정 폭 최소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에 이어, 급기야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FTA 개정과 철강 고율관세 부과 문제의 일괄 타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 철강관세와 한미 FTA 개정협상의 일괄타결은 일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한미 통상 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내수가 취약하고 수출주도형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경제의 치명적 약점은 끊임없이 공략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후유증…환율협상

한편, 후유증은 또다른 곳에도 자리한다. 한국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원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새롭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스스로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기로 약속한 셈이다.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국과 미국이 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도 부가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의 협상에서 원화의 평가절하를 막아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일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발표할 당시 환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 보도 직후 일각에서는 한미 FTA를 둘러싸고 한미 정부의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한미 양국 정부는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관계자가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한미FTA 협상이 환율 문제와 사실상 '패키지'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한미FTA와 철강 관세, 환율 문제를 각각 다른 부처가 협상했다고 하더라도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한국과 미국간의 '패키지' 협상이라는 새로운 근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보' 배경

오늘의 한·중, 한·미 관계에서 드러나듯 국제 통상관계가 과연 이렇게 까지 악화되도 되는 것인가. 이를 유발하고 있는 일련의 '트럼프 행태 배경'을 지목치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들 역시 이른바 ‘미국 제일주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본질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집권 후 줄곧 한·중·일 무역 흑자를 거론하며 "이들은 우리를 25년간 살해해(murder) 왔다"고 언급했다. 이런 트럼프의 강력한 '자국중심 보호무역주의' 대외 경제정책 기조는 지난해 연초부터 그 본격적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이 구체적 시발점이다. TPP는 미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었지만, 그는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말았다.

이어 트럼프는 그 해 3월에는 아예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 무역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까지 무시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3월1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미국의 혜택과 권리를 약화시키려 시도한다면 저항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세계무역기구의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국 중국 등 무역 상대국에 일방적 보복을 할 수 있다는 협박인 셈이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그렇게 갈수록 눈앞의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길로 가고 있다. 자국 기업의 시장 입지 강화나 미국 내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되는 조처라면 국제법이나 관행, 타국과의 신뢰관계도 가볍게 무시하겠다는 자세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을 타깃으로 삼아, 각종 무역보복 조처를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다. 거칠고 엉뚱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보호무역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의지는 허세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현실화해 왔다. 그의 집권 1년간 무역 상대국을 겨냥한 미국의 불공정무역 조사가 전년 대비 81%나 급증한 94건에 달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상대국의 불공정이나 FTA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 상무부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통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달러로 전년 대비 12.1%나 늘었다. 원인이 미국 기업들의 낮은 경쟁력에 있는데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미국의 무차별적 공세속에서 한국의 경우 이번에 철강과 알루미늄에서 ‘관세 폭탄’을 일단 피하게 됐다.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된 것인 만큼 철강 협상과 연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일시 면제’에 그칠지, ‘영구 면제’를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를 지렛대 삼아 FTA에서 자동차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공산이 큰 만큼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트럼프 행보'의 국제적 근거조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치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를 위해 취하는 수입 규제는 국제법적 자위권이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는 '필수적 안보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 또는 유엔헌장에 따라 국제평화 및 안보 의무이행을 위해 취하는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소위 안보 예외 조항이다. 다만 '필수적 안보 이익'에 대한 정의가 없고, '필요성'의 판단을 발동국에 위임함으로써 주권적 권리를 보장했지만 남용의 빌미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GATT 창설 후 70여 년간 이 조항은 '갑 속에 든 칼'처럼 거의 원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일방적으로 꺼내 들었다.

이와관련, 이번 한미 FTA개정 협상에서도 미국은 한국 철강에 한시적 면제를 베풀면서도, 대중국 통상 압박에 동참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병도 약도 모두 일방적이다. 한국은 진퇴양난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향후 부당한 통상 압박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보다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실질 처방없는 한국정부

이같은 '통상 태풍' 기류 앞에서 현재의 정부 대응은 미덥지 않다. 트럼프의 일방적 행태도 문제지만 손 놓고 있는 우리 정부도 큰일이다. 통상 업무를 산업부 내 차관급 조직에 불과한 통상교섭본부에 맡겨놓고 정부 전체는 뒷짐을 진 것 같은 모습이다. 트럼프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 보복을 가하는데 정부는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 되는 일은 없다. 수단도 힘도 없으면서도 대통령은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주문하기만 한다.

이와관련, 중국은 치밀한 전략으로 트럼프에게 맞불을 놓고, 일본은 정상 간 유대 강화 외교술로 소나기를 피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시정' 구호에만 매달릴 뿐 실질적 처방은 하나도 없다. 철저한 대응책 수립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와 경제는 별개”라는 생각이 문제다. 이런 한가한 인식으로는 곤란하다. 미·중 간에도 新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관련국들은 앞으로 안보와 통상 곳곳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보다 종합적이고 실행가능한 전략적 대책을 마련해 무역전쟁에 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세가 미국에게도 실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미국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로서는 치밀한 현실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는 금리인상, 달러 약세(원화 강세), 중국 경제 불확실성 증폭, 북핵 문제 등과 함께 우리 수출과 거시경제 전반에 실질적 위협으로 떠올랐다. 합리적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미 FTA 협상,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과거 일본처럼, 체질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는 길 밖에 없다. 금융업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핵심 산업의 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산업 육성이 절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질능력과 외교 통상협상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국경제는 이제 트럼프發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장을 받게 됐다. 미국이 공세를 취하는 분야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대 관심사인 미국의 세이프가드 남용, 서비스 부문 무역역조 등을 시정해 실리를 끌어내야만 한다.

파고 넘어설 중·장기 대책을

정부와 관련 업계는 총력을 다해 미국의 통상압박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혼자 힘으로 부족하다면 이미 보복을 예고한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무역확장법 적용 대상국들과 힘을 합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관련국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같은 처지의 국가들과 굳건한 공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조치에 맞대응할 보복 조치의 면밀한 '안전선'도 쳐둬야 할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경제 국익(國益)을 지킬 수 있는, 견고한 방책과 전술을 시급히 정돈해야 할 때이다. 미국의 추가적인 무역규제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대 국가로 떳떳하게 협상하는 태도를 견지,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나라의 안존과 미래를 위해 더욱 자세를 단단히 가다듬어야 할 국면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한국은 미중 어느 쪽에도 적(敵)이 아니라는 신호부터 분명히 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당장은 미·중 관계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대폭 강화하고 통상 현안에 사안별로 선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긴밀한 협조 태세로 미국과 중국의 불공정 무역거래에도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도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흔들릴 수 있으니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정경(政經) 분리외교’는 비현실적인 몽상이 되기 십상이다. 안보든 통상이든 ‘총력 외교’가 시급하고, 전반적 차원에서 최선을 찾기 위한 정부 시스템의 정비도 그만큼 절박하다.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역 전쟁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과 자산을 총동원해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청와대를 컨트롤 타워로 삼아 통상·외교안보·국방·정무 라인을 망라하는 범정부, 범국가 차원의 확고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G20 같은 다자간 대화 채널을 통해 미·중으로부터의 양자(兩者)적 직접 압력을 피하고, 우리와 이익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연합 전선을 펴나가는 특단의 외교적 노력도 요구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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