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이건 뭘까?” “귀 쫑긋 여우!”
“그럼, 이건?” “팔랑 팔랑 나비!”
‘그림자놀이’를 할 때 주고받는 말이다.
우리는 어릴 적에 촛불이나 등잔불 등 불빛 가까이에서 손을 움직여 벽이나 창문에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림자를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놀이를 했고, 좀 더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그림자놀이를 했다.
거리를 걷다가 내 그림자가 나타나면 마구 뛰어서 도망쳐도 보고, 나무 뒤로 숨어도 보지만 그림자는 끈질기게 나만 따라다닌다. 내 발끝에서 나만 바라보는지 내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림자다.
보는 대로 그대로 따라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들어왔던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라고 말하는 요즘 어른들도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로부터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왜 지금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만’ 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일까?
요즘 아이들의 행동이 옛날 아이들과 다른 것은 요즘 어른들의 언행이 옛날 어른들과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내 그림자
내가 달리면
따라 달리고
내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나만 따라하는
따라쟁이 그림자
내 마음도 모르면서
나만 따라해
〈내 그림자〉 – 한혜선 동시집 〈그러니까 딩가딩〉 중
내가 하는 대로 나만 따라하는 그림자를 묘사한 시다. 그림자는 행동하는 사람의 마음도 모르는 채 그저 행동을 따라할 뿐이다.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 행동이 분명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그 행동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집에 와서 선생님을 흉내 내는 말이나 행동을 하며 놀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구사해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TV나 핸드폰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도 능숙하다. 어른들은 이런 현상들을 무관심해 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엇을 보고 따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곧 요즘 어른들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 전공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 인하대 아동학과 겸임교수 역임
· 〈그러니까 딩가딩〉(2015) 저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
앞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올바른 행동과 사랑이 넘치는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반성하게 되네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