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즘 아이들과 그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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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요즘 아이들과 그림자 이야기
  •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 승인 2018.04.03 22:51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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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선의 딩가딩〉'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어른' 잊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이건 뭘까?”  “귀 쫑긋 여우!”
   “그럼, 이건?” “팔랑 팔랑 나비!”

‘그림자놀이’를 할 때 주고받는 말이다.

우리는 어릴 적에 촛불이나 등잔불 등 불빛 가까이에서 손을 움직여 벽이나 창문에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림자를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놀이를 했고, 좀 더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그림자놀이를 했다.

거리를 걷다가 내 그림자가 나타나면 마구 뛰어서 도망쳐도 보고, 나무 뒤로 숨어도 보지만 그림자는 끈질기게 나만 따라다닌다. 내 발끝에서 나만 바라보는지 내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림자다.

보는 대로 그대로 따라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들어왔던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라고 말하는 요즘 어른들도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로부터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왜 지금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만’ 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일까?

요즘 아이들의 행동이 옛날 아이들과 다른 것은 요즘 어른들의 언행이 옛날 어른들과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내 그림자             

  내가 달리면
  따라 달리고

  내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나만 따라하는
  따라쟁이 그림자

  내 마음도 모르면서
  나만 따라해

 

 

〈내 그림자〉 – 한혜선 동시집 〈그러니까 딩가딩〉 중

내가 하는 대로 나만 따라하는 그림자를 묘사한 시다. 그림자는 행동하는 사람의 마음도 모르는 채 그저 행동을 따라할 뿐이다.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 행동이 분명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그 행동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집에 와서 선생님을 흉내 내는 말이나 행동을 하며 놀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구사해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TV나 핸드폰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도 능숙하다. 어른들은 이런 현상들을 무관심해 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엇을 보고 따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곧 요즘 어른들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 전공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 인하대 아동학과 겸임교수 역임
· 〈그러니까 딩가딩〉(201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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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2018-04-07 08:36:27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나와 내그림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
앞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올바른 행동과 사랑이 넘치는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반성하게 되네요~~ㅜ

예안 2018-04-04 18:31:38
따라쟁이 아이들.아~그래서 내 아이들이 그렇군. 푸훗. 좋은 면도 있었으리라. 아니 조금은 더 많이 부모인 우리의 좋은 점을 닮았으리라.애써 위안하며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보여지고 있음을 다시 자각하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필자도 그리 살길 기도한다.

푸른하늘 2018-04-04 17:52:15
나만 따라하는 내 그림자, 내 아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글입니다

한마음 2018-04-04 17:41:28
모처럼 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른 생각과 행동을 보여 잘 따라 하도록 해야 겠네요. 따뜻한 글 고맙습니다.

김지연 2018-04-04 14:25:03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일이 결국 각인되고 뿌리내린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사는 지 알지 못하면 결국 사는데로 내가 된다는 것. 아이들도 예외가 아님을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합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