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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FTA-북핵 연계', 변수와 파장
한반도 난기류…역사 경고 긴요
트럼프, 고강도 대한(對韓) 압박
북·중 대화 북핵해법 변화 대비를
2018년 04월 07일 10:00:40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핵'을 둘러싸고 다시 국제적 난기류가 형성될 조짐이다.

남·북간, 미·북간 대화가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최근 북한과 중국간의 '핵문제' 접촉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 조짐이 일면서 미국으로 부터 전혀 새로운 對韓 정책 메시지가 날아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 폐기 협상' 추이를 연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로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강도 대한(對韓) 압박 '카드'다. 경제현안과 국제정치 영역을 한데 묶은 공격적 발언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이다. 앞으로 북핵 해결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어떤 파급 영향을 일으켜 나갈 것인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추이와 전망을 진단한다.

한미동맹 최초 FTA 타격 경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돌출 발언을 했다. 지난 달 29일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대중연설을 하던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을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면서 "왜 그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북 협상 방향이 미국과 일치하지 못할 경우 양국간 FTA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상 국가대 국가 성격의 공개 경고다. 한·미 동맹 역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전례없는 성격이다. 이러한 돌출 폭탄발언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날짜가 오는 27일로 발표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와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연계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쓰는 협상술이다. 그는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방위비와 환율 문제를 연계할 뜻을 내비치기도 한 바 있다.

이번 배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의 행동반경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북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앞두고 한미 압박 전선의 균열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를 못 믿겠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들도 대체로 트럼프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전략을 놓고 한국 정부와의 균열을 막기 위해 보낸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는 흐름이다.

현재 미국은 '선 핵폐기, 후 보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동시에 주고받는 '원샷' 해결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실현하며 북핵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게 됐다. 미국으로서는 한·미 공조 균열 우려가 커졌다고 보고 한·미 FTA를 새로운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에 완전한 비핵화 입장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 타결을 직접 언급한 것도 북·미 회담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남북한 간 협의가 이에앞서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타결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해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안 돼 미 대통령으로 부터 이런 '통첩'이 나왔으니 우리 정부로서는 실로 당혹스런 국면이다.

북핵을 없애려면 한·미가 한 몸처럼 움직여도 힘들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한국을 미국이 아닌 북한과 한 팀인 것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속임수에 대한 책임을 왜 북한만이 아닌 한국도 져야 하는지,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형국이다. 정부가 어떻게 움직여 왔기에 미국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게 한 것인지, 실로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말 바꾼 한국 美 불신 자초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자신의 전략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한 ‘충격요법’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놓고 북한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단계적 동시적’ 해결이 아닌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방식에 한국의 공조를 못 박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사실, 한국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핵과 관련해 수차례 말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에서 “포괄적 접근을 통해 북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완전한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식 일괄타결 언급도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한 후 정부에서 일괄타결론은 쏙 들어갔다. 한국 정부의 기류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북한에 리비아식 핵 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대두했다. 리비아식 해법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미국의 대북 강경파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핵을 한꺼번에 폐기한 후 보상을 하는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르디우스 매듭’ 운운하며 북핵 폐기와 북한 체제 보장을 한꺼번에 푸는 일괄타결식 해법을 거론하던 청와대가 ‘단계적 해결’로 말을 바꾼 모양새다.

이렇게 북핵 해법에 대한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미국이 못 믿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비핵화 방식에 대한 한미의 생각에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교환하는 ‘통 큰’ 합의에서 현실론을 이유로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고 있는 청와대는 이제 북·중과 미·일 사이에 끼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 원칙에 먼저 합의하고, ‘동결→폐기’라는 2단계 해법으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보이나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 지난달 11일 북한 방문 결과를 미국에 공유하고자 출국했다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치열한 수싸움, '단계조치'

트럼프의 이번 대한(對韓) 경고는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편을 들지 말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한·미·북·중 간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수 싸움이 진행 중에 있다. 김정은의 실제 속셈도 처음 드러났다. 25년간 핵개발을 위해 써먹었던 '단계 조치' 주장을 또 들고 나왔다. 이는 최단 기간 내 북핵 폐기 완료를 원하는 트럼프 구상과 배치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 청와대의 입장이 김정은의 주장을 따라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가시화시킨 셈이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비핵화를 "단계적, 동시 조치"로 하겠다고 하자 그 입장에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 양상이다.

결국 이를 겨냥한 미국의 이번 '카드'는 '북핵 사태'의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 북핵을 없애려면 한·미가 한 몸처럼 움직여도 힘들다. 이번 국면으로 북핵 해결은 향후 상당한 파장과 난맥상이 예상된다.

사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체제 안전 보장이란 전제와 단서를 놓고 큰 이견과 논란이 진행돼 왔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북미대화를 본격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군사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먼저 요구하는 ‘선 보상 후 폐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선보상' 요구란 다시말해 북·미 불가침협정, 북·미 수교 등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선후 관계가 서로 다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국의 대북 강경파 득세와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중국에 이어 일본과 러시아까지 가세하면 북핵 외교전은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런 마당에 한·미가 북핵 해법에 이견을 보이면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조율과 공조를 긴밀히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최근 북핵을 둘러싼 상황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지금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핵이 동결되면 우리는 영원히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협상-보상-파기의 악순환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이 북 비핵화를 위한 흔들림 없는 한미 연합전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FTA를 대북협상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당장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서두르면 두고두고 미국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에서 북핵 해법을 두고 엇박자를 내면 우리의 안보는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2개월간의 정부 대응에 국민의 안위가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분기점 될 5월 북·미 정상회담

이제 한국 정부로서는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비핵화 협상이 엄중한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문 대통령을 만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국무위원이 당장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중국의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 주장은 ‘확고한 비핵화(CVID)’를 위해 중단 없는 제재만 반복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간극이 너무 크다.

이같이 변화된 사정을 감안하면 곧 있을 남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을 연결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오는 남북 정상회담이 만약 섣부른 겉치레 평화무드 합의로 귀결될 경우 정부가 핵무장을 완성하고자 하는 김정은의 방패막이가 돼주는 상황으로 휘말려들고 말 가능성도 높다. 핵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계 개선은 그렇게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런 전철을 이번에는 답습해선 안된다. 이번에야 말로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이 다시는 현상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아예 제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의지와 일정을 밝히도록 하는, 실질적 '북한 핵 회담'이 돼야 하며 향후 그 일정까지 제도화시켜 국제적 합의로 고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 실패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의 기류속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한반도 정세는 외형상 지난 2000년 상황과 흡사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 속에서 북미간 정상회담이 추진된 바 있다. 이제 그 주인공이 당시의 '빌 클린턴-김정일'에서 '도널드 트럼프-김정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때는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절반의 해빙'에 그쳤지만, 올해는 그 한계를 넘어 근본적인 한반도 정세전환을 과연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 주목받게된 상황이다.
결국 그 결과에 대한 실제 측정 시점은 역시 오는 5월로 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될 것이다.

김정은 진정성이 관건

그렇지 않아도 당초 김정은은 남북 합의시 최대 초점인 북핵에 대해 언급, '무조건적 폐기'가 아니라 "대북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어려운 전제조건을 달고 나선바 있다. 향후 북핵협상의 사실상 최대 난제(難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남북 접촉과 관련, "수뇌상봉(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전선부에 속히 정상회담 실무적 조치를 취하도록 ‘강령적 지시’까지 줬다"고 구체적으로 전하면서도, 아직까지 비핵화는 고사하고 핵문제는 물론 대미협상에 대한 언급 조차 전혀 없는 것은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북한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2번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랬던 북한이 남한과 미국을 향한 조기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외교적 관계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국제사회의 북한 핵 도발에 따른 제재와 압박, 그 중에서도 경제 압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도발에 이은 대북 제재, 유화 제스처에 따른 국제사회 지원 그리고 또 다시 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 갈수도 있다는 배수진의 의도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유의하며 주시해야 한다. 언제든 돌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은밀히 핵개발을 지속한 떳떳하지 못한 전력(前歷)이 있다.

남북은 1992년 2월19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효시킨 후 수많은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런데도 화해·협력·교류·핵문제중 어느 한 분야에서도 가시적 진전은 없었다. 그 때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규정된 상호핵사찰이 제대로 이행만 되었더라면 북한 핵문제는 그토록 국제적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남북 양측의 책임있는 당국자 간에 약속된 사안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북한과 어떤 협의를 하더라도, 과연 언제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지 회의감부터 들게 됐다. 구체적 일정까지 합의된 사안들을 손쉽게 파기함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번 약속 역시 시간끌기용 전술이나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거칠게 대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역사적 배경 탓이다.

북-미 대화 중에는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이번 약속 또한 핵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차원의 전술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에 향후 김정은의 태도 가변성에 대한 엄밀한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 대화 내용상의 실질적 진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계속 빈틈없이 이행돼야 한다. 김정은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강력한 대북제재는 병행돼야 마땅하다.

남북-북미 선순환 외교역량을

지금 초점이 되고있는 '단계적, 동시 조치'는 핵 폐기란 먼 미래의 목표로 정해놓고 거기까지 가는 과정마다 북한에 대가를 주는 방식인 만큼, 결코 얼마가지 않아 허물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한번 무너진 제재망을 다시 복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다음에도 김정은이 핵 폐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일단 시작된 남북대화인 만큼 실질적인 북핵 폐기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으로서도 실제 그 길밖에 살길이 없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목적이 북핵 폐기라는 사실에서 언제나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북이 끝내 실질적인 핵 폐기 구체화 행동에 응하지 않을 때의 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을 고려, 단호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현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길의 복병과 난관이 확인되는 국면에 있다. 향후 한반도 안정을 낙관할 근거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겨우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물꼬를 텄을 뿐이다.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목표를 이루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함을 일깨운다. 25년간이나 국제사회를 괴롭혀 온 북핵 문제의 해결 계기를 만들어 내야만 할 것이란 당위는 여전하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은 북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긴박하고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대화하더라도 제재 완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다짐이자 약속이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해결방향이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무의미 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비핵화 문제에 아무런 진전은 없고 대북 포위망에 구멍이 생긴다면 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이란 후폭풍만 일으키게 될 뿐이다. 이를 깊이 인식, 정상회담에 대비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이제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현재의 미국정부 대응자세로 볼 때, 만약 북미대화가 틀어져 버린다면 미국에서는 북한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 내 협상파가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코피 전략’ 같은 군사옵션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최종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더없는 외교 역량이 요구된다.

국민적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북한과 중국을 만나는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미국과 숨김없이 공유해야 함은 물론이다.

30년 가까이 끌어온 북핵 문제,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반도 냉전 상태를 종식시키고, 남북관계 역사를 바꾸여야 한다는 일대 민족적 분수령 앞에서, 우리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역사의 경고에 바탕을 둔 치밀한 대응으로 북핵의 완전한 해결과 남북 기류의 승화 발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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