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꺼내든 洪, 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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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꺼내든 洪, 무엇을 노리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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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높은 여연 여론조사…‘블러핑’이라는 분석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의도연구원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연일 ‘여론조사 불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 뉴시스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중 6곳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부산·경남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6곳을 못 지키면 집에 가겠다”는 공언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5일에는 “대구·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경남과 울산은 우리가 앞선다. 대전에서도 조금 앞서고 부산과 충남은 박빙”이라면서 구체적인 지역까지 특정했다. 단순한 ‘장담’을 넘어선 수준의, 구체적 ‘예측’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 같은 예측의 근거는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 자체 여론조사 결과다. 홍 대표는 “여연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반응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을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홍 대표가 근거로 꼽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로 긍정적일 가능성과, ‘밴드왜건효과(Band wagon effect)’를 노린 블러핑(Bluffing)일 가능성이다.

신뢰도 높은 여연 여론조사, 홍준표의 ‘믿는 구석’?

정치권에서 여연의 신뢰도는 생각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1995년 故 김영삼 대통령 시절 민주자유당(現 한국당)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인 여연은, 오랜 역사에 걸맞은 치밀한 조직 구성과 풍부한 자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의 경우 구(區) 단위 조사까지 가능할 만큼 데이터가 잘 축적돼 있는 데다,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분석으로 정치 관계자들의 믿음을 얻었다.

여연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시기는 제20대 총선 때다. 모든 언론이 ‘새누리당 압승’을 말하던 제20대 총선 당시, 유일하게 여연만이 여당 패배를 패배를 예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야당에서조차 완패를 각오했던 이 선거에서, 여연은 실제 결과(122석)과 가장 가까운 예상치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여연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39.4%,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24.9%,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0.1%로 실제 결과(文 41.1%, 洪 24.0%, 安 21.4%)를 거의 정확하게 맞히기도 했다. 같은 시기 <한국갤럽>은 홍 후보 지지율을 16%, <리얼미터>는 18.8%로 추산했다. 만약 여연 여론조사 결과가 ‘최소 6곳에서 승리’를 가리키고 있다면, 홍 대표가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호성 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여연 조사에서는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와 맞대결을 펼칠 정도의 충분한 지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한 나는 여연 조사를 더 믿는다”며 “6석 외에 경기, 강원, 충남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실제로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제19대 대선 결과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밴드왜건 효과 노린 ‘승부사’ 홍준표의 블러핑?

다만 여의도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이 밴드왜건효과를 얻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밴드왜건효과란 악대차(樂隊車)가 맨 앞에서 퍼레이드를 이끌면 사람들이 궁금해 모여들고, 이를 본 사람들이 무작정 뒤따르면서 군중이 점점 더 증가하는 데서 유래한 경제학 용어다. 일반적으로는 시류에 편승하는 의사 결정을 가리키고, 선거에서는 ‘이길 것 같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갤럽>이 3일부터 5일까지 수행해 6일 공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49%, 한국당은 13%였다. <리얼미터>가 2일부터 6일까지 조사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이 51.1%, 한국당이 20.8%로 나타났다. 지방선거까지 불과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민주당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지지율 차이다.

때문에 홍 대표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지지층을 독려하고, 중도층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여연 여론조사를 인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연 여론조사 신뢰성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조사기관에서 두 배 넘게 차이나는 지지율이 비등비등할 정도로 붙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면서 “여연에 대한 신뢰성을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인간의 심리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맞다 맞다 하면 정말 맞는 것처럼 보이는 법”이라며 “한국당 쪽에 유리한 여론조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 지지율은 금방 오르게 돼있기 때문에, 영리한 홍 대표가 여연 여론조사를 활용해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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