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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헌 “문재인 정권, ‘내로남불’ 하고 있어”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23)> 자유한국당 이성헌 전 의원
2018년 04월 12일 18:00:58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 이성헌 전 의원은 1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 시사오늘

“이성헌 전 의원과 우상호 의원의 인연은 참 흥미롭습니다. 두 분은 모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지역구도 서울 서대문구 갑으로 같습니다. 심지어 총선에서는 다섯 차례나 격돌해서, 이 전 의원이 두 번 우 의원이 세 번 당선됐습니다. 참 재미있는 인연입니다.”

4월 10일 오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사회를 맡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가 이날 강연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이성헌 전 의원과 ‘동지이자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관계를 소개했다. 이 말을 들은 이 전 의원은, 센스 있는 답변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처음으로 우 의원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서대문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니까요.”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 이 전 의원은, 1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적폐청산, 한(恨)풀이 정치보복”

이 전 의원은 강연을 시작하기 전 양해부터 구했다. 자신이 준비한 강연 내용이 ‘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이 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고,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야당은 국가를 위해 정부를 견제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에 거슬리실지 모르겠지만,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야당은 이를 한풀이 정치보복으로 본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적폐청산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이다. 그런데 임의로 만들어서, 누구나 소환하고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게다가 중앙지검 윤석렬 검사장이 책임지고 있는 검사 총원 245명 가운데 99명이 적폐청산 작업에 차출돼 있다. 여기에 4개 지검 검사가 평균 60명 정도인데, 그 중 절반 정도가 차출돼 있다. 검찰 일이 안 돌아갈 정도다. 과연 이것을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나.

적폐청산이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물론 잘못한 일이 있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게 전부다. 사람들만 구속시키면 적폐청산이 되나. 잘못된 제도를 고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병행돼야 하는데 제도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구속시키는 한풀이식 정치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공무원 확충, 민간기업 재정 재원 등을 ‘미시적 정책’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2017년 4/4분기에 우리 경제가 3%정도 성장을 했다. 정부도 국민들도 경제가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500조 원을 돌파했다. 가계부채도 140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845조 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 명 더 늘리겠다고 한다. 공무원 한 사람당 26년을 근무하고 퇴임하면 17년 정도 연금이 지급된다. 공무원 사망 시 그 연금은 부인에게로 승계된다. 이걸 다 계산해 봤더니, 327조 원 정도가 들어간다. 정말 이게 나라를 위한 일인가.

청년실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젊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이유가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년에 3조 원, 금년에 다시 추경으로 4조 원을 들여서 중소기업이 젊은이들을 채용하면 임금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정말 미시적인 접근이다. 기업가들은 정부 지원이 끊기는 3년 후에는 어떻게 할지를 계산하고 사람을 뽑는다. 3년 후에 사업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기업가는 채용을 하겠지만, 안 그러면 한시적으로 돈을 좀 준다고 해서 사람 뽑지 않는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에서 반대를 하는 것이다.”

   
▲ 이 전 의원은 북한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을 지적하며 ‘감성적인 민족주의’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시사오늘

“북한 문제, 감성적 민족주의로는 해결 못 해”

다음으로 이 전 의원은 언론 문제와 국방 문제를 꺼내들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가지 주제를 앞두고, 이 전 의원은 목이 타는 듯 생수를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지금 언론과 관련해 하고 있는 일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 대부분 의원이 서명했다. 그런데 정작 자기들이 여당이 되니까 말을 바꿔서 반대하고 나섰다. 그뿐인가. EBS 사장, SBS 사장 다 사퇴시키고 MBC 사장한테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KBS 이사들도 다 퇴출시켰다. 마지막까지 버텼던 강규형 이사는 대통령이 해임해버렸다. 그리고 앉힌 사람이 KBS 양승동 사장, MBC 최승호 사장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공중파 방송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인데, 이념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이 경영진으로 다 들어왔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이 정권의 구미에 안 맞는 정보는 제대로 보도가 안 되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그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 문제를 지적하고, ‘감성적인 민족주의’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면서 강의의 문을 닫았다.

“북한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VID(Completely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원하고 있다. 완전하게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핵 해체. 하지만 김정은은 CVIG(Completely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즉 완전하게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체제 보장을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원칙을 갖지 못하고 접근하면, 한반도 문제는 더 꼬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 한반도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히틀러에 당한 체임벌린처럼 위장평화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절대로 감성적인 민족주의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방 문제에 대해서는 한없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야당의 생각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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