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안에 배달되죠?”…죽음에 내몰리는 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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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안에 배달되죠?”…죽음에 내몰리는 배달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2.2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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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청년유니온 “30분 배달제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할 것”
“빨리 좀 갖다 주세요.”, “아저씨, 주문한지 30분 넘었거든요. 빨리 갖다 주세요. 정말 다른데서 시켜먹어야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말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우리는 길거리에서 피자 등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이 고객의 집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기업 활동에 있어 고객만족경영을 최우선시하는 새로운 경영문화인 전사적 품질관리 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이후 우리 사회는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공지 없이 30∼45분 사이에 배달되면 2000원을 할인해주고 배달시간 45분이 초과되면 피자를 공짜로 주는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
 
일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들이나 보수적 지식인들은 TV에 출연해 한국사회의 빠르고 역동적인 경제발전에 이와 같은 ‘빠르게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문화가 한몫했다고 앞 다투어 주장하지만, 정작 ‘30분 배달 보증제’ 안에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슬픈 자화상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을까.

지난 12일 한 피자업계 체인점에서 일하던 24세 대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사망한 배달 아르바이트생은 알바 마지막 날에 이 같은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 지난 23일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30분 배달제 중단 및 청년배달노동자 안전대책마련>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년유니온     © 시사오늘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배달 노동자를 위험에 내모는 피자 업체의 작은 욕심 때문에 우리 청년 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거나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는 피자 업체의 30분 배달, 빠른 배달 서비스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 4학년이던 이 젊은 청년은 부족한 학비를 벌기위해 시급4500원의 주말 배달원 일을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로 끝내 목숨을 잃은 것”이라며 “반값 등록금만 시행됐어도 건당 400원이라는 추가 임금 때문에 무리한 주행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들은 빠른 배달이 아니라 안전한 배달을 통해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 역시 배달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과 지침을 마련하라”고 일갈했다.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피자배달원 청년의 죽음에 대해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을 해야 하고 특정시간에 배달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등 이번 죽음은 구조적이고 예견된 일”이라며 “불행을 막지 못한 책임은 관련업계와 정치권이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달원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죽음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면서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 인식을 바꾸는 일에 국민참여당이 진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과 조합원들도 23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분 배달제 중단 및 청년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이 사건의 책임은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왔던 피자업체와 이를 수수방관한 채 안전대책에 소홀했던 고용노동부, 유관기관 모두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청년유니온은 해당업체들과 고용노동부에 그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30분 배달제와 같은 악질 노동 행태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모두들 들떠있고 저마다 약속에 설렘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24살의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4세 배달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빠른 배달문화’의 본질은 이윤만 추구한 채 노동자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신자유주의라는 검은 그림자가 아닐까. 스스로 반문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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