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北 핵실험 중단 선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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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보니] 北 핵실험 중단 선언, 속내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4.23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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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예정된 성과, 북미정상회담은 ´예측불가´
북한의 한 방이 세계 핵우산 폐기라면, 미국의 한 방은 '무엇'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시계가 앞당겨질지 주목되고 있다.ⓒ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다. 북부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알렸다.

이를 놓고 비핵화 의지란 얘기와 더불어 핵보유 선언이란 분석이 양립한다. 우선 비핵화 의지로 보는 견해와 관련, 일부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 31일부터 이틀간 비밀리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현 CIA국장)을 만나 미 측의 핵사찰도 요구도 부분 수용했다는 단독 보도도 전해,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앞당겨졌다는 핑크빛 기류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빅터 차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보다는, 핵무기 보유국을 선언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3일 <시사오늘>은 통일전문가들로부터  북한의 종국적 말뜻과 미국의 대응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도 핵을 포기하라."

궁극적으로 북미 협상 진전의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북한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나리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 미국을 향해 “세계 비핵화를 위해 동시적으로 같이 폐기하자”는 것이 북한의 요지이고, 북한은 그 전까진 교묘한 방법으로 장난을 치며 시간을 끌 것이란 관측이다.

대북전문가와 소식통에 따르면 4·27 남북정상회담은 종전협정,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일정 성과 혹은 파격적 합의를 만들어낼 것이 자명하고 예정된 성과 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이 관건인데, 예측불허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쇼로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조심스럽지만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의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일괄타결 식으로 원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 비핵화를 위해 ‘동시적으로 핵을 포기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것이며, 이 때문에 군사옵션의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 중 남북 간 종전논의를 축복한다 말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단 둘이 한 방에서 담판을 짓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한 것이 백악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전언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 불사론의 대표 격인 강경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를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 앞세운 것도 눈여겨 볼 요소다.

결과적으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협상은 '이미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속일 수 있어도 미국을 속일 수 없다'고 본 한 대미소식통은 미국 고위급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이미 늦었다”라는 것이며, 미국은 북에 억류됐다 죽게 된 청년 웜비어 이후 강경파로 돌아섰다며 1~2년 내 북한붕괴론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김정은 신년사’ 이후 한반도가 변화무쌍하게 흘러간 올해 북한붕괴론을 외친 자들은 이쯤 되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소했던 여러 전문가들 눈높이에서 볼 때 허무맹랑한 전망일 수 있지만, 한반도 축복도, 재앙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바람 앞에 촛불”인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하다.

또다른 한 외교 전략가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로 나아간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전제하며, 한국의 역사는 지정학적으로 저주의 역사, 재앙의 역사였는데, 핵문제가 잘 해결되면 축복의 미래가 올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운전자석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의 무게가 그만큼 막중한 상황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자문 인사는 ‘풍선 가교’를 통해 '풍전등화'에 놓인 한반도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미 간 가교역할을 함에 있어 조그마한 성과도 크게 부풀려 양측에 전해, 트럼프와 김정은 간 극단적 대립을 막고 시간을 끌어 미국의 군사옵션을 막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 회담 또한 매우 낙관적으로 보며 한반도 평화 진전의 획기적 전환기를 열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반 된 예측 속 한반도 축복과 재앙이 오십 보 백보로 예측불허인 분위기에서 일부 전문가 관측대로 북한이 "(미국도) 핵을 포기하라"는 한 방을 꺼낸다면, 미국의 대처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상은 여러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들은 골자를 하나로 녹여 압축한 것이다. 이를 다시 각각의 견해로 익명화해 풀어 재구성한다. 편의상 인용부호는 생략했다.

"김정은이 꺼낼 한 방은 '동시 비핵화'"

북한을 연구했던 한 통일운동원로 / “미국도 핵을 포기하라.” 북미협상 과정 중 북한이 언제고 꺼낼,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핵을 포기할 리 없다. 왜 포기해야 하나.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다. 북한만 핵을 포기한다고 평화가 오나. 세계 핵우산을 걷어내야 하는 것은 북한만의 책임이 아니다.

북한이 최근 핵동결을 표명하자, 미국 압력에 못 이긴 비핵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북한이 왜 '단계적·동시적인 비핵화'라고 했을까? 이 말에는 아주 중요한 함의가 있다. 단계적으로 (북한 스스로)비핵화 조치를 해나가되, (동시적으로) 미국도 핵을 포기하자는 얘기다.

힌트는 21일자 아사히신문에 있다. 신문은 김정은이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CIA 국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며 북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은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과 기간은 밝히지 않은 채 북미 정상회담 후 실무협의에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빌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가 끝날 때까지 6년 여 간의 단계적인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이나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북미수뇌회담 후 실무협의에서 단계적으로 시작하자고 했을 뿐이다. 이는 일괄타결 방식의 CVID로 접근하는 미국과 생각이 다른 얘기로 북한은 핵을 포기할 리 없고, 미국이, 5대 핵보유국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하듯 북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는 예정된 성과일 뿐…"

북한 엘리트 출신 소식통 /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엄연히 다른 얘기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남한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핵을 갖고 미국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비핵화는 단적으로 미군 철수를 말하는 것이다. 미군 철수가 결국은 조선반도 비핵화, 우리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고, 북한이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군 자체를 결국은 핵무기로 본다. 자신들은 비핵화 의지가 있는데 전 세계 핵무기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 함께 없어질 수 있는 그 시점에 맞춰서 비핵화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 북한의 속내다. 결국 회담을 하다보면 주한미군 철수하란 얘기고, 미국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철수할 때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전까지는 교묘한 방법으로 장난을 치는 것인데, 정부도 지금 이걸 모르는 것은 아닌데, 한 마디로 정부 자체도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는 거다."

"美, 군사옵션 굉장히 구체적으로 얘기돼"

대북학자이자 교수/ "희망적이지만 불안하다. 미국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비핵화 진전의 틈이 생기면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많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얘기되고 있다. 미국의 열 몇 가지 군사적 옵션이 있다. 코피전략 해상공세 요격, 잠수함 침몰 등이다. 어찌됐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틸러슨, 조셉윤 등 미국 내 소수인 대화파도, 다수를 차지하는 강경파도 같은 생각이다. 양측의 해결 방법론은 다르다. 대화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제재할수록 오히려 핵에 더 매달릴 것으로 본다. 때문에 북한의 핵을 관리하면서 비핵화를 목적으로 두고 사실상 대화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강경파는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압박해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굴복시키거나 또는 붕괴시켜야 한다. 미국에선 이 같은 북한 붕괴론, 또는 통일론의 목소리가 여전히 다수다.

(평창올림픽 전) 대화와 제재라는 카드를 동시 적용했던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북한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심을 샀다. 미국이 갖는 글로벌 제재 체제를 한국이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문제 과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법적이지만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자기보다 강한 5대강국에 의해 핵 포기를 요구받는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것과 결국 북한이 자기 생명과 테러를 확인한 다음 핵무장을 풀게 될 수밖에 없다. 상당한 기간의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며, 현재로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칭찬 외교로 트럼프를 주인공으로 삼고 평화를 따내는 방법이 최선이다."

"쇼로 끝날 가능성 크다"

통일전략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남북정상회담은 성과가 나올 것이며, 이미 일정 수준 합의가 다 끝난 걸로 보여 진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갈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 동결한 것은 이미 노후화돼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미국이 바라는 대로 김정은이 핵 폐기를 선언하고 모든 기존의 핵을 반납하는 등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미국에 요구할 것은 완전한 체제보장일 텐데 이 또한, 북한이 볼 때 납득할 만한 군사적 위협을 미국이 확실히 제거해주느냐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 경제적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이는 미국의 요구인 CVID를 북한이 정확히 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北체제인정, 美인정하지 않을 것"

대미소식통 / "미국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간다? 이 같은 시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중심축에서 북한정권은 사악한 정권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정부로 취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북에 억류됐다 끝내 목숨을 잃은 웜비어 사태가 컸다. 이후 미국은 북한을 테러집단 수준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만에 하나 우리가 핵을 내려놓고 평화협정 한다 해도, 환영하면서 할 수 있겠느냐?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미국 전문가들이 한결 같이하는 얘기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안다. 알고는 있지만 대화는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핵을 동결하는 수준은 미국 정부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할 테고, 한국정부는 거기서부터 시작하자는 건데, 그것은 아마 일본도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일 것이다. 오히려 북한 붕괴가 갑작스레 올 수 있다고 본다. 제재의 강화를 떠나서 북한 내부 붕괴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우리가 문을 열게 되는 상황 말이다. 북한은 마지막 순간까지 핵 카드는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붕괴 가능성이 더 크다."

 "北, 美대북군사공격 현실화 느껴"

북한출신 대북전문가 /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군사공격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이를 김정은 지도부가 느꼈다고 본다. 특히 북한은 이라크 사례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그렇게 견고할 것 같은 북한 내부의 반미 항전 의지가 확고했던 것 같은데 실제 미국이 쳐들어가니까 싸우지도 못하고 물 먹은 닭처럼 무너져 내렸다. 핵심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이라크 국민들이 오히려 환영하고 총부리를 겨누는 것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북한이 지금은 일심단결 같은 모습이지만, 전쟁 통에 내부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김정은도 후세인처럼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걸 막으려면 전쟁을 못 일으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신년사를 통해 핵무기 완성 선언 동시에 적극적 대화와 평화공세 및 주동적으로 경제건설 매진으로 나아갔다고 본다.

북한의 엘리트들이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동요를 느끼고, 이러다 전쟁이 진짜 일어나는 것 아닌가, 불안과 동요가 확산되는 것 같다. 탈북자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북한 주민들이 너무 힘들어 전쟁이나 팍 일어나라, 전쟁 터지면 지금 같은 힘든 상황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등 이에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전쟁에 대한 불순한 기대 같은, 불만을 품고 있는 세력 등을 겨냥해 불순세력에 대한 경고로 우리도 핵무기가 있으니 더 이상 미국이 우리를 치지 못 한다,전쟁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 나를 믿고 따르라. 이런 메시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내부 동요를 최대한 최소화하며 전향적인 변화를 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김정은 체제 유지에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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