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벗어나지 못한 이음새 역할의 구조적 한계
[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벗어나지 못한 이음새 역할의 구조적 한계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4.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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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영웅, 사상 최강의 빌런, 그리고 과잉된 서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요사이 슈퍼히어로물을 풍미하는 특징은 불세출의 능력자들이 ‘빌런’(villain)이라 불리는 반사회적 악인에게 집단으로 맞선다는 점이다.

분명 관객들에겐 축복 받은 혜택이며, 영화로선 최강의 흥행 요소로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달리 보면 이는 냉전 이후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 체제에 의존해 국제질서를 이끄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현실적 고뇌가 묻어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불어 영화 속 숱한 영웅과 악당의 갈등이나 이합집산은 절대 강자나 선(善)이 없다는 인간 세계의 속성을 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제정치 현안까지 다루고 있는 요즘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은 10년 전 마블 스튜디오가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언맨>의 개봉 전과 후로 나뉜다.

<아이언맨>으로 약소하게 시작된 마블의 실험들은 <어벤져스> 시리즈로 확장되며 거대한 도약을 이뤘다. 아울러 그 도약은 영화사에 있어 슈퍼히어로물의 새로운 시금석을 마련했다.

<아이언맨> 이후 총 18편의 관련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마블의 천적이자 경쟁자였던 DC 코믹스 계열은 이에 맞서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다. 급기야 ‘초인’과 ‘박쥐인간’이 단합했지만, 마블의 발자국을 따라잡기엔 이 두 영웅의 힘도 미약할 뿐이었다.

이처럼 <아이언맨>은 소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라 불리는 세계관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특정 영화 장르의 세력 판도를 바꿔 놓았다.

특히,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만 기억하고 있었던 국내 관객들은 새로운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며, 새로운 변화에 순응해야 했다. 이는 새 시대 문화현상에 대한 접속까지 의미했다.

그만큼 본격적인 MCU 출시 10주년을 맞아 19번째로 제작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는 그동안 나왔던 마블 영화들의 정점에 서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캐릭터까지 더해져야 할 만큼, 이 영화의 영웅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빌런은 가히 사상 최강이다. 

그러나 최강의 적을 맞이한 영웅들의 수도 최대인 것처럼, <인피니티 워>는 과도한 물량 공세만큼이나 서사가 과잉된 느낌이다.

MCU 출범 10주년 기념작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에선 다소 멀어져 있는 모양새다.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유는 간단하다.

사상 최대의 주인공들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서사 구조가 산만하다. 영웅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은 하나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구조는 기존 MCU 시리즈의 독창적 매력이자, 특장점이기도 했다. 오늘의 마블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아이언맨>을 필두로 시리즈가 진전될수록 하나 둘 모이던 각 영웅들은 이제 감당하기엔 벅찰 만큼 특색을 잃은 모습이다.

인물 간의 적절한 배분과 흥미로운 갈등으로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냈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모습이 아쉬운 부분이다. 시리즈 특유의 장대한 스케일과 감흥을 만날 수 있는 후반에 이르기까지 러닝 타임 150분 중 전반부는 때론 장황하고 지루하다.

물론, 마블이 내뿜었던 독창적 아이디어와 볼거리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한다.

관객들이 반가워할 만한 익숙한 캐릭터들이 속출하는 것은 마블이 늘 내세우는 노림수다. 곳곳에 유머 코드를 심어 놓는 스탠 리(Stan Lee)의 능청스러움은 이젠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당연한 존재다.

만만치 않은 적수에 맞서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는 그 수많은 영웅들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장쾌한 전투 신(scene)과 이를 받쳐주는 몹 신(mob scene)은 현란할 대로 현란해진 마블 CG의 정수와 맞물린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서사 구조 또한 유효하다. 묵직한 철학이 깃들기보다 관객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야기를 창출하는 것은 ‘DC 유니버스’(DC Universe)와 차별화되는 MCU의 최대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선 약간의 변화 조짐이 눈에 띤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의 배후였던 타노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차별적 살상을 자행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우주를 바로 잡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는 인물이다. 이는 그릇된 소신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하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잘못된 그 철학은 자신이 정을 나눴던 이에 대한 애착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관객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며, 다음 시리즈에서 새로운 변신을 암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아울러 기존 MCU에 걸맞지 않게 이후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인피니티 워>는 전작과 후속작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의 도식적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전형적인 가교 기능을 수행하는 시리즈물들이 으레 그렇듯, 이 영화 또한 여하한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

절대 권능을 향한 빌런의 맹목적인 폭주와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들의 희생, 그리고 새로운 인물의 참여와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을 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이음새 역할을 하던 에피소드들에서 익히 봐왔던 바다.

오늘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긴 엔드 크레딧 후 쿠키 영상은 한 편이다. 배너 박사가 좀처럼 헐크로 변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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