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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北, 시장경제 도입하면 성장속도 빠를 것˝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25)>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
2018년 04월 25일 22:12:25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기대감도 높았다. 2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의 연사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해운대을)이었다. 정가에선 말을 잘하기로 워낙에 소문난 정치인이다.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다. 하 의원은 가장 뜨거운 이슈를, 간단하면서도 깊이있게 들려줬다. ‘새로운 정치혁명의 비전’이라는 제목이었지만, 실제로는 남북정상회담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이야기와 세간의 화제인 ‘드루킹 사건’에 대한 분석이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하 의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2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하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 ⓒ시사오늘

“열린북한방송의 대표를 7년간 맡아서 운영할 땝니다. 탈북자들을 돕다 보면 모두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100명중에 60명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갑니다. 2000년대 초반에 북한엔 핸드폰이 없지만 중국엔 핸드폰이 퍼져있었습니다. 그 때 돌아가는 탈북자들에게 핸드폰을 쥐어주고, 전파가 통하는 두만강변에서 그들로부터 북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북한 취재의 신기원을 개척한 셈이죠. 전 세계에서 아무도 이런 식의 취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다는 특종도 잡았습니다.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의 1면도 장식했습니다.”

청중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 의원은 이어 오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들려줬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예측하기에 앞서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김정은은 김정일과 완전 달라요. 아내에게 극진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어머니, 즉 김정일의 셋째부인인 고용희는 북한사회가 신처럼 모시는 백두혈통이 아니에요. 오사카 출신의 일명 후지혈통입니다. 할아버지는 또 제주도 고씨니 한라혈통이죠. 그래서 공식 석상에서 내세우지도 못했어요. 그런게 한이 됐는지,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상회담에도 리설주를 데리고 오고, 수령동지가 아닌 남편이라고 부르게 하는걸 보면 그래 보입니다.

여튼 그런 부분부터 시작해서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 여러 가지가 다릅니다. 물론 인터넷이나 국제전화는 안 됩니다만 지금 북한에선 약 500만대의 핸드폰을 쓰고 있습니다. 해외 공관에서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아도 뭐라고 안 합니다. 그 정도는 괜찮다는 거죠. 결정적으로 김정일 시절엔 시장을 주기적으로 폐쇄했는데 김정은 체제에선 한 차례도 그런 일이 없습니다. 주식, 금융만 없지 사실상 시장경제입니다. 경제가 성장할 수밖에 없죠. 황장엽 씨 생전에 제가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그분께 듣기를, 김정일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 최대 관심사인데, 김정은은 국제적으로 인정도 받고, 안보도 경제도 발전시키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요약하면 ‘핵을 가진 박정희’가 되고싶어하는게 김정은이에요.

제가 볼 땐 남북회담은 핵문제는 선언적 의미고, 핵 폐기 과정은 북미회담에서 이뤄질 겁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에선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예요. ‘우리는 적이 아니다. 평화의 시대를 열자’라든가. 정말 큰 축제가 될 겁니다. 문제는 북미회담인데, 북한이 미국이 만족할 수준의 비핵화 카드를 내놓는지가 관건이 되겠죠.”

그러면서 하 의원은 다음과 같은 전망을 덧붙였다.

“북한과의 향후 체제경쟁은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가 아닐 겁니다. 그런 시대는 끝났죠. 북한은 중국이 모델이에요. 일당독재하의 시장경제. 대만이나 한국이 다당제의 시장경제 체제라서 얻는 리스크가 북한은 없습니다. 우리는 창의성과 자유가 있는 대신 속도가 느립니다. 서로 조율할 것도 많고 여야가 다투고 있죠. 북한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소위 ‘퀀텀점프’가 가능합니다. 이런 경쟁의 시대가 곧 올겁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일명 ‘빨갱이 장사’를 하던 보수는 모두 망할겁니다. 자유한국당이죠. 그래서 바른미래당을 지지하셔야 하는 겁니다.”

강의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 의원은 곧바로 ‘드루킹 사건’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빨갱이 장사를 하는 가짜 보수의 몰락이 곧 온다면, 최근 ‘드루킹 사건’의 본질은 민주적 좌파의 몰락 예고입니다. 제가 가끔 비유하는 건데 국정원의 댓글장난이 고비용 저효율이었다면, 드루킹의 댓글장난은 저비용 고효율입니다. 추천수를 한번에 조작해서 가장 상단에 올라오는, ‘베스트 댓글’을 만드는 거죠. 간혹 진중권 선배같은 분들이 ‘그거 하찮은 거 아니냐’라고 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영향력이 작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할 때, 댓글을 보고 민심의 동향을 체크합니다. 발언의 강도조절에 참고가 되니까요. 라디오, TV 작가들도 참고합니다. 그게 모여서 여론이 장악되는 겁니다. 저도 온라인 민주주의는 조작할 수 없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고 깜짝놀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사건 때 대통령 지지율이 10%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의심도 안했는데 이게 드루킹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절대적인 역할을 한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마중물 역할은 한 겁니다.

지금까지 좌파는 최소한 우파에 대해 두 가지 우월성이 있었습니다. 돈 문제와 관련된 청렴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통성입니다. 그런데 이게 이번에 다 무너지는 겁니다. 좌든 우든 모두 적폐임을 증명하는 꼴이죠.”

하 의원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뒤, 향후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 비전에 대해 설명하며 강의를 맺었다.

“반대하면 처음부터 다 반대하고, 찬성할거면 다 찬성하고 하면 정치하긴 쉽습니다. 설명하기도 편하죠. 하지만 그래선 안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축복입니다. 화끈하게 밀어주면 됩니다. 한국당이야 ‘저게 잘 안됐으면’, 하겠지만 우리도 그러면 안 돼죠. 드루킹 문제는 민주주의를 흔드는 문제니까 앞장서서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고, 또 바른미래당의 전체적인 입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의가 끝나고 박수와 함께 질문이 이어졌다. 하 의원은 향후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아마 더 해드릴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때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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