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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기대한다
<강상호의 시사보기> 남북 정상회담, 냉정하고 유연한 태도로 임해야
2018년 04월 26일 11:01:59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금년 초 개헌관련 숙의형 토론을 마치고 배심원으로 참가했던 대학생 3명과 차를 함께 마시게 되었다. 당일 토론 발제 내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다가 통일 헌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교수님 세대는 너무 통일에 집착하시는 것 같습니다. 군부 권위주의 시대에 세뇌 당하신 것 아니세요?”라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황당한 질문에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세대에게 통일의 문제는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는 것을 의미하고, 잊혀져가는 고향에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였다”라고 이야기하자, 학생은 주저 없이 “교수님 제 질문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취소합니다”라고 답했다. 묻는 방식이나 사과하는 방식이 젊은이다웠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질문했던 대학생이 2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9년간 단교로 일관된 대북정책과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안 돼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 남북 혼성팀이 구성되어 합동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후 북한 예술단의 내한 공연과 답방 형식으로 우리 예술단의 공연이 ‘동평양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남북한 예술단 합동 공연이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렸다. 녹화 중계였지만, 이 공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북한 동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필자는 연초에 만났던 그 학생들이 생각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관계의 훈풍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군사적 긴장관계를 생각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형식과 내용을 떠나서 남북관계 회복에 새로운 전기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숱하게 약속을 파기해온 전례를 생각하면 북한의 정상회담 수용과 비핵화 선언은 평화공세 전략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도와 관계없이 북한의 숨은 전략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 나간다면 이번 정상회담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은 상당히 의미 있는 회담이 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비핵화인데, 이 이슈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양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발표와 관련하여 관련 당사국들은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이번 비핵화 발표는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 선언이라고 분석하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동결이나 핵감축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처럼 핵탄두와 미사일 그리고 핵물질을 제3국에 이전하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며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주장은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기대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비핵화 방식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방식, 우크라이나 방식, 리비아 방식 그리고 이란 방식을 예로 든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문제는 전술한 4가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성공했으나 주변국 상황과 정치 리더십, 정책의 변화로 핵을 폐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뿐인데, 북한이 처한 주변국 상황과 정치 리더십은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황과 크게 다르다.

리비아와 이란은 핵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핵화를 채택한 경우고,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시절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핵무기를 러시아에 이전한 경우로, 북한의 핵개발 과정과 관리능력 그리고 핵 보유 의지 등과는 차이가 있다. 결정적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단계적 비핵화를 시사했고, 4월 20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하면서, 핵 무력이 완성되었으니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의미의 결정서를 채택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아무튼,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고 미북 정상이 정전 후 처음 만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단시간 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양 정상회담의 결과는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고 평화적 정상회담은 반전되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 상황에서 보다 냉정하고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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