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남북정상회담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북풍 대신 한반도의 햇빛이 젊은층을 넘어, 노년층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고 있다.
탑골공원은 노년층이 자주 찾는 도심의 쉼터다. 동시에 언제부턴가 '보수 여론'의 집결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시사오늘>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종로구의 탑골공원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요일 오후, 공원 입구에는 독거노인돕기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를 지나쳐 삼일문 옆에서 지인을 기다리던 허 모 씨(남·70대)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앞으로 잘 될 것 같다. TV로 보니 먼젓번 두 번(1차, 2차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진정성이 좀 보인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려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그늘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시민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한 곳을 골라 말을 붙였다.
"잘 한 거다. 아주 잘 한 거다. 지금 12년동안 아주 콱 막혀있었던 건데 이번에 뚫린 거다. 세계가 우러러 볼 일이다. 우리가 세계를 울렸다."
-야당은 정치쇼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홍준표 이XX를 추방해버려야 한다. 지금 세계에서 기자가 천 명이 넘게 왔다는데, 그 X 때문에 개망신 난다. 나라에서 하는 일을 우습게 본다." - 이모 씨(남·70대)
처음 이야기를 들려주던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기자가 왔대'라면서 한 마디 보태겠다며 자청하는 이도 있었다.
"미국도 지금 잘 해보자고 하는데 그걸 막 깎아내리고, 그런 모습은 못났지. 여당이 막 잘했다 그런게 아니라 야당이 뭐 한게 있어서 믿네 마네 쇼하네 그러느냐 말이야." - 이모 씨, (남·서울중구)
"민주당은 그냥 뭐 좋지는 않아. 근데 문재인이 잘했어. 이번 건 잘한거야. 핵으로 싸우면 다 죽어. 김정은이가 아니라 문재인이가 잘한거야." - 장모 씨(남·60대)
의외라면 의외였다. 대부분이 입을 모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호평을 늘어놨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조금 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북한을 다 믿는건 아냐…근데 뭐 어떡할거야, 나라에서 어련히 하는 일인데 별 수 있나. 우리가 북한보다 잘사는데 공산당이 되겠어?" -김모 씨(남·서울 서대문구)

북한에 대해 여전한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긍정적인 주장이 많았다. 비판적 시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탑골공원에서, 홀로 지팡이에 의지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여성 시민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기자는 공원을 나섰다.
"싸워서 뭣 해. 이제 싸울 때는 지났잖아. 나는 정치 같은건 잘 몰라. 사람들이 잘 됐다니까 아 잘 됐나보다, 해. 전쟁 안하고 사이좋고 나라가 발전하면 다 좋은거지 뭐." -양모 씨(여·7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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