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분석-여권>
오세훈, 우클릭 ‘흐림’…정운찬 제3후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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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 분석-여권>
오세훈, 우클릭 ‘흐림’…정운찬 제3후보론?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0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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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거부 타이밍 실패…예산안 유탄 집중
한나라, 제3후보론 솔솔…정운찬 대권 넘보나?

정치는 타이밍이다. 적절한 타이밍은 ‘승부사’라는 닉네임을, 그 반대는 ‘정치 읽는 수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타이밍이 성공하지 못하고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몽니로 비춰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렇다.

‘지난 4년간 복지에 미쳐있었다’고 주장했던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의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2일 서울시정 질의 불참, 3일 시의회와의 전면적인 대화거부 선언, 7일 TV 끝장토론 제안 등 강경한 투사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그 다음날인 8일 예산안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결식아동 급식비, 영유아 접종비, 대학생 학자금 예산 등을 삭감한 채 형님 이상득 의원 예산을 1400억 원이나 증액시켰다.

‘무상급식은 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같은 해 12월 15일 친환경급식예산 400억 원을 수용하며 타협의 정치를 선보였고 박근혜 전 대표는 사회복지법 전부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리틀MB’ 오 시장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지지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정치권 모두가 좌클릭하는 사이 혼자 ‘좀 더 오른쪽’으로 가는 그에게 한나라당 정통 지지층과 그간 관계가 소원했던 보수 시민단체가 지지를 보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오 시장이 시의회와 대화 거부를 선언한 12월 첫째 주부터 강경태도로 일관한 넷째 주까지 지지율은 6.9%→6.9%→8.7%→8.3%였다. 오차범위 ±1.4%를 감안하면, 큰 의미 없는 지지율 추세지만 명목상 하락은 아니다.

하지만 반색할 만한 일도 아니다. 한나라당 날치기 예산에 대한 비판여론이 오 시장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여당이 주도한 예산안 날치기 처리의 유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2010년 서울시 종무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실제 범야권은 일제히 오 시장을 직접 겨냥하며 “대권행보를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시민사회단체는 오 시장 집권 4년 동안 서울시 본청 부채가 3조5400억 원이 증가됐다고 맹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 무상급식 비난 광고가 촉발시킨 어린이 인권 침해, 합성사진 논란 등으로 사실상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민주당은 즉각 “오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광고에 쓴 3억8000만 원이면 20만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하루 급식비”라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실 관계자는 “2012년 총·대선에서 초등학교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수장이 무상급식을 거부하고 시의회와 대화 중단이라는 전면전을 택하자 친이계 수도권의원들을 중심으로 오 시장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수도권 완패에 이어 한나라당 민본21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KSPI)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정권교체 열망이 60.9%, 그것도 40대(69.6%)에서 가장 높은 터라 ‘2012 수도권 필패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편 친이계 내부에선 차기대권 ‘제3인물 수혈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주자는 지난해 12월 9일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소장파에게는 인적쇄신 대상으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범야권에게는 ‘세종시 3적’으로 지목됐다. 결국 그는 “우리 정치 지형은 너무나도 험난하다”는 말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그는 다시 MB의 부름을 받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형식상 민간기구지만 현 정부가 후반기 국정과제로 내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역할을 전담하는 사실상 범정부기관이다.

MB의 지지를 업어서일까. 그는 연일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7일 건양대 강연에서 “중앙행정 부처가 둘로 나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종시 원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3일 뒤인 20일에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논란과 관련,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치킨 값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야당 대표(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치킨 집 자녀들부터 생각하라고 맹공을 퍼붓지 않았느냐”면서 “이런 식으로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풀 수 있는 경제문제는 거의 없다”고 손 대표를 비난했다. 적어도 경제문제만큼은 제1야당 대표보다 자신이 낫다는 일종의 견제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 위원장의 강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핵심 브레인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 케이지안 1세대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첫 번째 제자인 정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학현학파의 김태동 금융통신위원회 전 위원, 시장경제 전도사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 전성인 한국금융연구센터,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 윤창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등과 친분이 깊다.

정 위원장은 최근 YS계를 비롯해 여권 핵심층과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 위원장이 2012년 대권을 앞두고 본격적인 조직력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과 청와대 실세들의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 위원장이 정치적 스킨십을 통해 여권 핵심층의 지지를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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