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요사이 적폐 세력으로 매도되고 있는 금융권이 묵묵히 제 갈 길을 걷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국내 1위인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에게 눈길이 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윤종규 회장은 흩어져 있는 자산운용 인력들을 한곳에 모으는 조치를 내렸다. 예대마진 이익에서 멈추지 않고 자본시장 중심으로 수익을 높여 30% 이상 격차를 벌리는 리딩금융 지위를 굳히겠다는 태세다.
이번 조치에 따라 KB금융은 오는 6월 KB증권의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더케이타워) 이전에 맞춰 은행·손해보험·생명보험 등 계열사 자산운용 인력 150여명도 함께 옮기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같은 통합은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한다.
윤 회장의 업무 스타일은 명분 있는 화두 제시, 치밀한 분석, 과감한 행보로 특징된다. 이번 조치 역시 “관례와 타성을 떨쳐버리고 철저히 고객과 기업의 이익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윤 회장의 평소 지론이 명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 ‘천재’ 소리를 듣는 윤 회장의 분석 작업도 거쳤다. 이에 과감한 행보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금융사 간부는 “요즘 윤 회장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한 부류는 노조 쪽 사람들이고 또 다른 쪽 사람들은 경쟁사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조는 맨날 윤종규 사퇴를 외치고 있고,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지만 경쟁사 쪽에서는 윤 회장의 앞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흘리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조는 윤 회장의 종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는 물러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내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약 90%에 달하는 절대 다수가 윤 회장 사퇴를 원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어떤 조직에서 구성원 90%로부터 미움을 받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회장은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 윤 회장에게 위법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말이다.
노조의 주장과 정반대로 요즘 윤 회장은 줄기차게 높은 실적을 내며 기대감을 일으키고 있다. 달리 말해 윤 회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샤이 보수’란 말이 있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덜 반영된 현상인 ‘샤이(shy) 트럼프’에서 유래했다. 최근 KB금융지주와 관련해선 ‘샤이 윤종규’라는 말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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