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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짜혁명② 판검事·변호士]전관예우·성추행에 얼룩…변화는?
전관-재벌 유착…개인 일탈 넘어 국민의 사법 신뢰 저하 야기
2018년 05월 12일 09:00:33 장대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에 걸린 태극기와 검찰 깃발. ⓒ 뉴시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의 대표적 직업군 판·검사(事), 변호사(士)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파워 엘리트층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이 누리는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개인의 사리사욕, 명예욕보다 사회 정의를 위해 쓰여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이상은 이상이다. 법조계 내 일부 '사짜'들의 그릇된 탐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조항마저 비웃는 듯싶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법을 적용하면서, 정작 이를 다루는 스스로와 돈 있는 의뢰인들에게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법조계 병폐와 '사짜혁명'이 필요한 이유를 짚어봤다.

정운호 게이트로 각인된 '전관예우'…사법 신뢰 저하 초래

법조계의 일그러진 단면은 전관예우 논란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전관예우는 고위 관직에 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법조계에서는 주로 전관 출신 변호사가 갓 개업해 맡은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특혜로 통용된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재벌들의 형사사건 변호에 나서 집행유예를 이끌어내고, 성공보수로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모습들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현실 속 익숙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전관예우의 민낯은 2016년 재벌과 전관 변호사들의 유착이 빚어낸 '정운호 게이트'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법조계 막장 드라마로 불린 이 사건은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 구명 로비를 벌이려다 돈 문제로 불화가 생기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보석 석방 등을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5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지탄을 받았다. 이외에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도 비슷한 방식으로 50억 원을 받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1,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최 변호사의 사건 수임료 탈세 혐의가 일부 무죄로 인정돼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에 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역시 정 전 대표에게 청탁 명목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홍 변호사는 수임료로 1년 간 90억 원(2013년)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데다,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수임료 은닉, 세금 포탈 등의 의혹마저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비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민의 사법 신뢰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변호를 맡았던 대법관 출신 차한성 변호사가 전관예우 논란에 스스로 변호인단에서 사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조계, 서지현 검사 미투 폭로에 뜨끔…개선 의지는 '글쎄'

법조계의 신뢰 저하는 비단 전관예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를 통해 드러나듯,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집단 문화에서 기인한 검찰 내부의 폐단은 국민들에 실망감을 안겼다.

서 검사의 법률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JTBC<뉴스룸>에 출연해 "법조계 내 성추행과 희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가해자들과 조직이 어떤 식으로 피해자를 힘들게 하고, 조직 내에서 왕따를 시키는지 너무 많은 사례를 봐왔기에 이번 폭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실상을 전했다.

서 검사의 미투 폭로는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들의 권리 신장 움직임을 촉발했고,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출범을 이끌며 개혁의 신호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던 조사단의 성과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을 포함해 전·현직 검사 3명 전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고, 결국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서 검사 측은 "검찰만을 지키기 위한 부실 수사로 피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진실을 은폐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사짜혁명 가능할까…내부 자성 목소리에도 '현실의 벽' 높아

병폐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법조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지난 2월 초 법원 산하 '젠더 법 연구회'에 속한 판사 209명이 성명을 내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으며, 여론 역시 서지현 검사에 대한 지지와 함께 검찰의 각성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전관예우 문제를 두고서도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전직 대법관 등에 한해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지 않거나 공익활동에 전념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전관예우 발생을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변호사법 개정안 발의에 동참하기도 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원,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료에게 과거 친분을 내세워 특별한 대우를 요청·기대하는 전관예우는 없어져야 마땅한 구시대의 악습"이라며 "전관예우 혁파를 위해 현재 발의돼 있는 최고위직 전관의 변호사 등록 제한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대국회 활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역시 전관예우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발의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직접적인 제한을 두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5개에 달한다.

이중 지난해 7월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발의안은 현행법이 제한을 두는 전관 변호사의 친정기관 사건 수임을 1년 간 제한하는 데서 3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의 발의한 법안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지방검찰청 검사장 이상의 직에 있던 전관 변호사가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근무 기관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전직 대법관 등은 퇴직일부터 2년간 변호사등록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대법원의 사건을 영구히 수임할 수 없도록 하자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다뤘다.

박영선 의원은 "그간 사회 각계에서 국민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법조환경을 만들기 위한 전관예우 근절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관계 국가기관에 요청해 왔으나 근본적 해결이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라며 "해당 개정안은 고위직에 있던 자가 퇴직하더라도 근무 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므로, 일반 퇴직공직자보다 수임제한 기간을 길게 설정해 전관예우 발생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안들이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특히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많은 국회 현실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조계 관련 이익집단의 견해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연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관련 개정안들에 대해 "현행 변호사 징계제도는 다른 전문자격사 징계제도에 비해 강화된 것으로 유일하게 영구제명 징계가 있고, 징계정직기간의 상한도 3년으로 장기인 점,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을 감안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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