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文정권 삼성탄압, 국가경제 어디로?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병도의 時代架橋] 文정권 삼성탄압, 국가경제 어디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05.12 09:45
  • 댓글 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범 1년 경제기조 전환 낙제점
정권교체후 금감원 등 ´코드處世´
´소득주도 성장´ 폐해, 방향수정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권이 바뀌면 '이념적 컬러'에 따라 대기업 정책도 바뀌는 것인가. 정상적 기업활동 시스템에 제동이 걸려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문재인 정권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상대로 역대 정권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집중 포화'에 나서고 있다. 역기능은 무엇이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유념치 않을 수 없다. 문정권 출범 1년 경제 성적표 변수와도 맞물려 있다.

문 정부는 집권 후 최근의 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 '분식회계' 번복 통보 및 규제 결정을 비롯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에 대해 일제히 달라진 잣대를 적용, 곳곳에서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 부처가 아니라 정부 각 부처들이 각자 자기 권한을 이용해 저마다 삼성 공격에 나선 양상이다.

검찰·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이 다 동원되고 있다. 대상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물론, 삼성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등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망라한다. 

대부분 참여연대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 관련 부처가 받아서 행정 조치를 취하는 흐름이다. 삼성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삼성그룹 전체를 털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 삼성은 과(過)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매년 9조원 가까운 법인세를 내고 있다. 직간접 고용만 해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다른 나라들은 삼성 같은 기업을 못 만들어 애태우는데 현 정부는 죽이지 못해 안달인 조짐이 역력하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적 접근은 위험하다. 한때는 합법이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불법이라면 그건 기업이 아니라 정권과 정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거듭되는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계기로 정권과 대기업의 역학, 이와 연관된 문정권의 지난 1년간 국가경제 성적표를 기업경제 중심으로 점검한다.

금감원 결정번복

금감원은 이달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상장 과정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통보했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기자회견을 자청, 징계가 결정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난 사건에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같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3곳과 공인회계사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회계기관 모두가 상장당시 내린 결론을 금감원이 뒤집은 것이다.

무엇보다 금감원 스스로가 ‘특별감리’를 내세우며 과거 결정을 번복했다. 기업을 공개할 땐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회계투명성 점검은 기초다. 지난 2016년 당시 금감원은 공인회계사협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감리를 실시했고, 합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만 해도 이렇게 “문제가 없다”던 판단을 했던 금감원이 정권이 바뀌자 판정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중징계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어제의 정상 기업이 오늘은 비정상 기업으로 전락한 꼴이다.

만약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까지 초래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중요 사안을 1년 2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결론을 바꾼 셈이다. 금감원 발표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이번 조치는 적폐청산 바람을 탄 ‘지난 정부 결정 뒤집기’의 일환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참여연대 요청으로 지난해부터 이 회사에 대해 특별감리를 진행했던 금감원이 그 사이 정권이 바뀌자 같은 사건에 정반대로 결론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식 회계'라고 주장해온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준 것에 다름아니다. 이러니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춘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에 따라 춤추는 이 같은 금융감독기관의 오락가락 행보는 참으로 한심하고 위험하다. 지금 내린 정부 결정이 다음 정권에서 이런 방식으로 또 뒤집힌다면 그런 나라에서 기업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을 지 추궁치 않을 수 없다.

삼성 계열사 일제타격

현 정부의 삼성그룹 탄압은 사실 이 뿐이 아니다. 문 정권은 출범 후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유독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향해서만 달라진 잣대를 들이밀며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했다.

우선, 고용부의 경우 그동안 영업 기밀로 간주되던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정보를 공개키로 해 산업계를 경악케 한 바 있고, 금융위는 보험사 지분 평가 해석을 바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팔도록 압박했다. 또, 공정위는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이 역시 3년 다른 정권하의 공정위 자신이 내렸던 유권 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3년 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잘못도 지적했다. 특히,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국세청은 제재가 불가능하다던 과거 입장을 뒤집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마디로 '주식회사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에 악재가 겹쳤다. 그렇지 않아도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에 불려가 밤샘조사까지 받은 상황이다. 특검은 곧 이 부회장을 구속할 태세다. 이 소식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퍼졌다. 이와관련,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의 주주들이 삼성전자와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특검 조사를 계기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거꾸로 생각해 보라. 만약에 하만 최고경영자(CEO)가 검찰에 불려다닌다면 그 계약이 쉽게 이뤄지겠는가.

그 뿐 아니다. 검찰은 '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전자서비스를 수차례 압수 수색한 끝에 임원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국토부는 한 방송사가 집중 제기한 삼성 에버랜드의 공시지가 문제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고, 복지부는 법원 최종 판결이 나기도 전에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적폐'라고 규정했다가 미국 헤지펀드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른 모양새다. 삼성을 건드리지 않는 부처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이걸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정치적 이념상의 탄압' 임이 선명하다.

적법판정 기관이 반대결정  

그런 면에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좀 더 상세히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할 때 금감원은 OK 도장을 찍었었다. 그래놓고 정권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뀐 후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지난해 4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한 바 있다. 그 배경엔 국회의 요구, 더 크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있었다. 그로부터 1년1개월 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실로 엄청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제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

삼성으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당초 삼성은 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할 뜻도 없었다. 미래 성장성과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기술주를 우대하는 미국 나스닥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당국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지난해 2월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답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지만, 우량기업 상장을 유도하고자 한국거래소가 수차례 (코스피 상장을) 권유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려고 상장규정까지 고쳤다"고 말했다. 삼성 역시 특혜상장 의혹에 대해 "코스피의 지속적인 권유와 여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코스피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힘을 쏟는 분야다. 지금 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7위 기업으로 컸다. 셀트리온과 함께 장차 '바이오 강국 코리아'를 이끌 쌍두마차다. 삼성이 출범 초 몇 년 적자를 못 견뎌 회계를 조작할 만큼 재력이 약한 기업도 아니다. 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는 삼성물산(43.44%), 2대 주주는 삼성전자(31.49%)다. 한때 상장까지 스스로 권유했던 금융감독 관련 기관이 이번에는 거꾸로 그 해당 기업을 분식회계범으로 함부로 재단해 버린 것이다.

'정권 코드'...기업 때리기

그 연유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되기 1년 전인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데 있다. 이 회계처리 변경으로 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격(4조8000억원)이 반영되면서 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했다. 이와관련, 지금 금감원은 바이오에피스를 합당한 이유 없이 관계회사로 전환함으로써 바이오로직스 가치가 올라갔고 결과적으로 분식회계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보유 주식을 취득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계산한 것은 분식회계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주장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측은 "주요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검토를 거친 결정이어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철저히 따랐다는 해명이다. 상장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정회계법인의 결산감사를 받은 데 이어 그 다음 해에는 금융감독원이 정한 안진회계법인의 지정감사를 받았다. 이후 또 논란을 의식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위탁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도 감리를 했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나머지 국내 빅4 회계법인에 의뢰해 다시 감사를 받았었다는 전문이다.

사실, 회계처리 변경에 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작용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게 합법인 이상 기업은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상장 당시 공인회계사회 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도 무사 통과됐다. 따라서 금감원도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문제없음’을 회신했었다. 현재의 금감원이 분식회계를 주장하려면 과거 회신때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이유부터 설명해야 마땅하다.

그러기에 금감원이 정권 코드에 맞춰 ‘삼성 때리기’에 부화뇌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로서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투자자들은 회계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회사의 상장 전에 또는 그 직후에라도 신속히 정리를 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하면 투자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현 금감원의 '정치적 컬러' 요소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점도 유의치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이 신임 윤석헌 원장을 선임한 것 부터가 이른바 '개혁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윤 원장은 실제 문정부 출범 뒤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아 은·산분리 완화 반대, 노동이사제 도입, 삼성그룹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을 제언했다. 보수정권에서는 엄두도 못 낼 과감한 정책들이었다.

그는 이른바 대표적인 개혁성향 금융경제학자로 알려져 왔다. 평소에 금감원과 금융산업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밝혀왔던 인물이다. 실제 금융행정인사혁신 위원장 재임중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파동을 계기로 그 진실과 상관없이 금감원이 믿을만한 조직인가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기도 하다.

▲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기업경제 국가경제

오락가락하는 경제 정책 판단에 우선 타격을 입는 것은 기업이지만, 기업의 성장에 기대야 하는 국가 경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워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대외 신인도는 물론 국민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주게되는 탓이다.

당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획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놓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재벌개혁 ‘코드’에 맞춰 회계 기준까지 뒤흔들어 징계한다면 앞으로는 차라리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규제 천국’인 한국에서 기업들은 사실 감독당국의 해석을 금과옥조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런 감독당국이 정권의 코드에 맞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고 사업을 하란 것인지 비판치 않을 수 없다. 허술한 현행 회계감리 시스템하에서 털고 또 털면 문제가 나오지 않을 기업이 과연 몇 개나 있을 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기업활동의 국가사회적 전제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정권 바뀌었으니 유죄’라는 식이라면 누가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겠는가. 금감원은 분식회계 징계를 내리기에 앞서 ‘오락가락’ 결정에 대해 스스로 감사원 감사부터 받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가가 금감원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 권한을 부여한 것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정권의 코드에 맞춰 결정을 뒤바꾼다면 금융질서는 크게 교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역시 새 정부 요직을 장악한 참여연대가 ‘삼성’을 겨냥한 조치로 비친다. 해당 회사는 이번 일로 ‘회계 사기’ 낙인이 찍혀 버렸다. 주가도 폭락했다. 금감원의 '정권 코드' 맞추기 처세(處世)가 기업 발목을 잡아버린 형상이다.

역대 경제정책 실패 교훈

최근 이같은 사태와 관련, 역대정권들의 경제정책 실패 사례는 '오늘'에도 역시 무거운 교훈을 던진다. 노무현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경우를 일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중앙리서치가 실시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지지도 조사'결과 국민들의 92%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참여정부 역시 오늘의 문재인 정부와 비슷하게 성장보다 분배와 균형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을 폈지만, '분배 부문'의 상황까지도 결코 개선시키지 못했다.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소득배율(所得倍率)이 점점 높아지는 등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빈부격차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어 갔다. 당시 조사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빈부격차 해소,부동산,균형발전보다 '경제활성화(43.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은 이를 분명히 확인시켰고, 분배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요즘처럼 잘 보여줬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으로 극심한 저항을 샀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야당으로부터 임기 내내 '세금폭탄'이란 비판에 시달렸고, 그 종부세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정권교체의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또 이때 증세와 관련, 국세청이 표본조사란 이름 아래 반도체·전자·조선·자동차 등 매출 300억원 이상 116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 투자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증시가 거의 전례없는 '검은 금요일'의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에 들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인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6년여 준비기간을 거친 뒤 신중하게 도입된 세제였지만, 가뜩이나 억눌린 시대상황속에서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2년 뒤 박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된 부마민주항쟁에서 부가가치세 철폐 요구 구호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1년차였던 2008년 세제개편에서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산층 기준을 높게 잡아 '중산층 증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3년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연말정산 부담액이 대폭 증가하는 대란이 일어나자, 수많은 샐러리맨으로부터 "또 다른 세금폭탄"이라는 분노를 샀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내세운 담뱃값 인상도 '서민증세'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직전 한때 정국에서 재벌 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도 가세할 태세였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대권주자들도 재벌개혁이 시대의 화두인 양 모두들 목청을 높혔다. 시나브로 재벌은 '공적 1호'가 됐다. 재벌을 동네북 취급했던 이런 정국 흐름이 결국엔 문 정권 집권 후 본격적인 삼성 때리기로 터져나오는 국면으로 분석된다.

일관성 결여 함정...경제난국化

따라서 정권이 바뀌자 정책 판단을 뒤집은 경제·금융당국은 금감원뿐 아니다.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두고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며 지분 매각이 필요 없다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공개적으로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SDI가 보유한 옛 삼성물산 주식이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지난 정부와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국가 행정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정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정치공작과 이 전 대통령 개인 비리를 파헤쳐, 부정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도 했지만, 당초 경제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 비춰보면 체감도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하는 게 타당한 평가일 것이다.

문정권 재임 1년을 결산하면 역시 가장 기대에 못 미친 분야는 '경제'다. 여론조사에서 체감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다. 49.4%는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했다. 취업 시장이 좋아졌다는 사람은 10명 중 1명이고, 악화됐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다.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의 성적표는 이렇다. 정부 통계도 다르지 않다. 세계 경기 호전과 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출 부문 말고는 대부분의 지표가 꺾이고 하락했다.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 생산은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최저임금 무리한 인상, 비정규직 강제 정규직화, 고용 유연성 정책 백지화,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고용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일자리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처럼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고 말았다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문정권의 정치이념상 가장 상징적 경제정책은 증세에서 첫 등장한 가장 큰 이슈가 역시 ‘부자 증세’라는데 있었다. 여권이 증세 대상으로 삼은 대기업은 126곳으로, 이들 모두 한국의 대표 회사들이었다. 아직도 정치적 논쟁이 격화되는 부문이다.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세율 인상으로 3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지만, 조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세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들이며,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해외로 이전, 결국 일자리도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논거다. 사실, 미국(35%) 독일(30%) 프랑스(33%) 등 선진국의 법인세율은 우리(22%)보다 높아도 2000년 이후 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추세이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우는 법인세를 15%로 내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과 분배' 갈등구조

한마디로 문정권 출범 후 성장전략의 실행과 분배정책 집행간의 갈등구조가 현재의 한국기업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성장부문 문제점부터 보면 삼성·SK 반도체 등의 호황에도 불구,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할 기업경기는 IMF 후 처음으로 1년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제조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대기업 경기는 여전히 부진, 지난 1997년 전후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평가될 정도다.

그 결과 문정권 스스로 일자리정부라고 말하고 일자리정책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실제  일자리 사정은 17년 만에 최악이다. 지난 2.3월 취업자 증가 폭이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실업자는 126만명을 기록했다. 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 지지율이 크게 부진했던 것도 일자리정책 실패의 영향이 크다.

정부가 관(官) 주도의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며 정작 성장의 주체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 결과가 바로 이렇다. 오로지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으니 현 정부 노동정책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라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따라서 이제는 명실상부 정책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른바 '혁신성장정책'으로라도 기업활동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일자리는 혁신성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24%나 되는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정책전환이 참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경기, '외환위기'후 최악

현재 기업상황은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12월 전망치가 96.5를 기록, 19개월 연속 기준선 100에 못미치고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는 요지다. 주요국과의 통상 마찰, 북핵문제,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으로 설(1월, 89.9)과 추석(10월, 92.3)이 있는 달의 명절 특수도 없었고, 5월 효과(91.7)도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만도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246억달러의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것만 국내에 잡아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 몇 조원이 더 걷힌다. 그렇지만 현재 정부여당은 서비스기본법·규제특구법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성화 법제마저 안 하겠다고 하고 있다. 해외에 투자한 돈을 국내로 유치했다면 일자리 수십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명확한 통계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렇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종합 26위에 올랐지만, 노동시장 효율성, 임금 결정 유연성, 고용·해고 관행 등에서는 7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시장(市場)은 악(惡)이고, 좌파 정부는 선(善)하다는 독단 위에 서 있다는 비판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국민 세금을 무분별하게 퍼붓는 것도 이런 독단의 일환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 지출과 비교한 정부 지출 비율이 31%를 넘어서 지난 35년 동안 가장 높았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책 실패를 세금을 부어 메꾸기 시작하면 그 '단맛'에 중독되기 십상이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다가 파국을 맞게된 역사적 사실들은 이를 그대로 일깨운다.

정책지표 근본변화를

지난 10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됐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공통점이 있다. 문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잘한 분야는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가장 잘못한 분야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경제는 실로 낙제점에 가깝다. 전문가의 70% 이상이 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분야로 경제정책을 꼽았다. 일자리 창출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호전 기미는 커녕 ‘일자리 대란’까지 역으로 현실화할 조짐이다. 심각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적지 않은 데도 이를 무시하는 태도다.

지난 1년 동안 최저임금 16.4%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오는 정책들을 연달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런 과감하고도 실험적인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모두 부정적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성과 중심형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조치에는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뒷걸음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실업률이 18년 만에 처음 4% 밑으로 떨어져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실업률 4.5%로 17년 만에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

제조업은 총체적인 위기라는 경고음도 잇따라 울리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 기계 등 여타 주력 산업의 생산과 출하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0% 초반으로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이미 중국 제조업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한국 제조업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지만,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라는 단어가 정책당국자들에게서 들리지 않는 것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경제정책의 재점검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3분의 1 토막 났다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과 혁신성장의 적기를 놓치는 잘못을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 경제가 더 이상 실험 대상일수는 없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하다.

핵심은 현재 한국 대기업들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서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류 대우를 받는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이렇듯 죄인 취급을 받는 게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외환위기 뒤 수많은 기업들이 쓰러졌었다. 그땐 외부 충격이 컸다. 지금은 정부 스스로 기업들을 무너뜨리지 못해 온갖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듯한 양상이다. 정권 내부에서 反기업이라야 정의파인 양 착각이 나올 정도다. 참으로 어리석은 국면이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 代案을 멀리, 크게 볼 줄아는 튼튼한 시각과 정책지표로의 근본적 반성, 그리고 실질적 정책변화가 요구된다. 최소한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일만은 계속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심재희 2018-12-14 11:09:31
달라진 잣대가 아니라 올바른 잣대지요. 내용대로 상장시 상장요건까지 바꿔가며 삼성만 특혜를 받았습니다. 왜 삼성은 특혜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반도체 정보는 법원에서도 공개하라고 판단했던거 여태 안하다 이제 했는데 그것도 잘못된 겁니까? 노조탄압은 법대로 잘한거라서 그냥 둬야 하는겁니까? 어느나라 법이길래. 친일인사 청산하지 않은 논리를 이 시대에 펼치시다니요. 겉에 드러난 것만 이야기할 정도의 수준으로 어떻게 미디어에 기고를 하시는지. 아직도 이런 글에 사람들이 세뇌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미래는 고사하고 현재도 살지 못하는 분

금진호 2018-05-18 03:04:15
안전한 나라사랑 글에 감사올립니다.

이재용 2018-05-17 18:15:40
김경수 김태호 여론조사 시사오늘만 오차범위라고 결과나왔길래 들어와봤는데 문정부가 삼성탄압하고있다는 기사가 떡하니 ㅋ ㅋ ㅋ 미디어팬 이런곳처럼 더러운돈받고 기사쓰고있는건 아닌지 의심이 가네 .

느그삼성 2018-05-17 15:33:00
어이구 젊은 세대들은 정반대로 생각하네요~ 제발 젊은세대들 앞에서 당겨주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끌어내리지는 맙시다

송창훈 2018-05-13 23:44:15
삼성장학생들이 대한민국 언론 곳곳에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