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공연의 위대한 라이브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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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연의 위대한 라이브 음반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8.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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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창작 에너지 집결체
 
조용필의 라이브 명반으로 기억될 듯
지난해 40주년 공연 두 장의 시디에 담아

 
조용필은 지난해 40주년 공연 실황을 담은 두 장짜리 라이브 음반을 내 놨다. 이 음반에는 그가 40주년 공연에서 부른 28곡의 대표곡들이 엄선됐다. 음반으로는 지난 2003년 정규 18집 ‘Over the rainbow’ 발매 이후 6년 만에 나온 신보여서 라이브 음반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골수팬들은 일찌감치 흥분했다.
 
그러나 창작곡이 포함돼 있지 않아 작품성을 논하기는 어려운 감이 있었고 이 음반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듯하다. 여기다 조용필이 국내 공연은 물론 일본 공연 라이브 음반도 발매한 적이 몇 번 있어 라이브 음반으로서의 희귀성도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라이브 음반을 듣고 나면 생각은 완전히 바뀐다. 미술은 보지 않고 얘기할 수 없듯이 음악은 들어보지 않고는 얘기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조용필 이름 앞에는 ‘가왕’, ‘국민가수’, ‘가요계의 제왕’ 등 최고를 뜻하는 수식어가 관용적으로 따라다닌다.
 
그 이상이 없는 최상급의 수식어보다 조용필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기본과 평범함에 철저한 가수가 아닐까 싶다.
 
기자는 조용필의 40주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공연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앵콜 공연 현장에 있었고 다른 지방 공연도 예의 주시하며 40주년 공연 내내 소식을 접했다. 그의 공연 모습을 직간접으로 지켜보며 조용필이 아니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공연이라는, 조용필 공연을 접할 때마다 느꼈던 감격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방송 떠나 무대에서만 승부하며 생명력 강해져
 
조용필은 국내 가요상을 휩쓸던 1980년대 후반 모든 가요제 수상을 거부한다는 선언을 했고 방송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지난해 40주년 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지회견에서 그는 방송을 떠난 이유에 대해 “나는 본래 스테이지에서 음악을 시작해 다시 스테이지로 돌아가려 했다”며 “‘방송인 조용필’이 아닌 ‘가수 조용필’로 남기 위해 방송을 떠났다”고 밝혔다.

가수가 방송을 떠난다면 요즘의 젊은 가수들은 자살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만큼 80년대나 지금이나 방송은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알릴 수 있는 절대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시대의 차이는 있다. 지금은 음반 5만 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하지만 80년대는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음반들이 적잖이 있었다.
 
조용필의 경우 1994년 15집 이전까지는 내 놓는 음반마다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으니 방송을 떠나도 그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떠난 직후 조용필의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았던 건 아니다. 방송의 영향력은 만만치가 않았나보다.
 
“음악에 관한한 한 치의 불성실도 용납 못 한다”
 
‘위대한 탄생’ 최태완(피아노)은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이런 저런 음악 얘기를 나누며 “용필이 형은 음악 밖에 모르신다”고 말했다. 최태완은 조용필이 공연을 앞두고 가혹하리 만치 실전과 같은 연습을 하고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재밌는 것은 위대한 탄생 멤버들이 연습 시간에 늦으면 한 시간 당 5만 원의 벌금을 낸다는 말이었다. 한 시간 당 5만 원이 위대한 탄생 멤버들에게 어느 정도 위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에 관한한 한 치의 불성실도 용납하지 않는 조용필이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화려함에만 주목하는 팬들이 있다면 그 화려함을 가능하게 하는, 무대에 오르기 전 조용필의 음악적 끈기와 성실함을 볼 수 있을 때 그의 진정한 위대함도 보게 될 듯하다.  

▲ 조용필 40주년 서울잠실올림픽주경기장 공연 모습. 이날 5만 명을 포함 1년동안 35만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 시사오늘
리듬온 레코드 손병문 사장은 기자에게 “지저분한 인간들과 손잡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곳이 음악계”라며 “조용필처럼 순수하게 오직 음악만으로 승부하는 가수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조용필이 지금의 생명력을 지니게 된 이유도 흔들림 없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며 자기 음악만 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브 음반, 곡명 빼고 완전히 새로운 곡 담겨 있어
 
40주년 라이브 음반의 첫 곡은 ‘꿈’이다. 조용필은 기자의 기억으로 2008년 공연부터 오프닝 곡은 꼭 ‘꿈’을 택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노래 중 가장 아끼는 곡으로 ‘꿈’을 꼽기도 했다.
 
잔잔하면서 장중하게 이어지는 짧은 전주에 이어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 왔네’로 시작되는 조용필의 목소리가 들린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어둠을 뚫고 등장하는 조용필의 모습에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작년 한 해 35만 관객이 이 함성에 동참했다.

40주년 라이브 음반을 진지하게 들으면 공연 현장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현장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필 음악은 절대 우려먹지 않는다. 라이브 음반에 수록된 28곡 모두는 기존 정규 음반에 발표돼 곡명만 보면 새로울 것이 없지만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완전히 새 노래라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필은 무대가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자신의 노래에 이전과 다른 창작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창작 에너지다. 40주년 공연이 위대한 공연이었듯 40주년 라이브 음반도 위대한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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