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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인 폭행 사건
<기자수첩>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관용’임을 기억해야
2018년 05월 20일 18:44:52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나와 생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동원해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비민주적 행태마저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뉴시스

민주주의(民主主義)란 무엇일까.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인민 혹은 국민을 의미하는 ‘dem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ia’의 합성어 ‘demokratia’에서 유래했다. 즉,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진’ 정체(政體)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국민이 권력을 가진다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內包)한다. 국민은 왕(王)과 달리 단일체가 아니다. 때문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내놓는 ‘수많은 의사(意思)’가 공존하고, 그 의사 하나하나가 존중받는다.

그런데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에게 가해진 폭력 사태를 보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김 원내대표를 가격한 김모 씨는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규정하고,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는 한국당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후보를 폭행한 김경배 씨 역시 제2제주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 씨가 한국당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김 씨가 제2제주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의사들 중 하나이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문제는 그들이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국당도 원 후보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자신의 뜻을 피력하고 행동했다. 그렇다면 설사 자신의 의사와 합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했다. 합법적인 의사 표현이라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김 원내대표의 폭행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내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서 감사하다”, “(가해자에게) 상 줘야 한다”, “정의를 구현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댓글을 ‘여론’으로 오판(誤判)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자유와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던 지난 2015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토론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회를 유일사상이 지배하는 멸균실로 만들려고 하지 말라. 나는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공권력을 동원해서 아이들에게 먹이지는 말라.”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나와 생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동원해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비민주적 행태마저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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