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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판문점 회담, 햇볕정책의 성공일까?
연속된 대중영합주의 대북정책, 실효성만 떨어져
햇볕정책은 아직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2018년 05월 20일 19:36:37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자축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특히 이번 판문점 회담의 개최를 진보 세력의 주 정체성인 ‘햇볕정책의 성과’로 여기고 있다. ⓒ뉴시스

2018년 4월 27일, 남북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의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회담으로부터 10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자축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특히 이번 판문점 회담의 개최를 진보 세력의 주 정체성인 ‘햇볕정책의 성과’로 여기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최고위에서 ‘선(先) 핵폐기, 후(後) 미국 민간투자 허용’을 제창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이) 대한민국 수준의 번영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판 햇볕정책”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대로, 판문점 회담은 10년 간 경색됐던 남북 관계를 해빙시키고 한반도를 포함한 미·러·일·중 등 주변국에 훈풍을 가져온 가시적인 성과다. 다만 이들의 논공(論功)에는 큰 오류가 있다. 판문점 회담 성사는 햇볕정책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강경정책이 햇볕정책보다 우월한 이론이라는 뜻이 아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소리다.

김대중 정부 당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추진으로 북한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금방이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여론이 형성된 적도 있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악의 축’으로 남은 상태다.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성사된 개성공단은 지난 2013년 4월 폐쇄, 9월 재가동을 거쳐 2016년 잠정 폐쇄로 그 막을 내려야만 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을 동원한 무력도발을 좌시할 수 없다며 자국민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악조건 하에서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막고 정상화시키는 ‘안전핀’으로 활용하겠다던 개성공단 역시 주변 상황에 휘둘려 무너질 정도로 큰 의의를 가지지 못한 셈이다.

   
▲ ‘햇볕정책’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강경 정책보다 햇볕 정책이 ‘우월한 대안’이라는 진보 정치인들의 속내가 깔려 있다. 대북 햇볕정책이 등장했던 당시에는 보수의 강경론 시도도, 진보의 우호론 시도도 없던 상태였다. 햇볕 정책이란 익숙한 단어를 선점함으로써, 강경책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함축이 자연스럽게 환기되도록 만든 것이다. ⓒ뉴시스

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비핵 개방 3000’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의 개방적 협력 전략이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의 ‘팃포탯(Tit for Tat,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으로 수정된 것이다. 조건 없는 경제 지원 및 협력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들은 모두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제도 없이 북측의 도발에 단편적으로 대응했고, 국민의 사활이 걸린 안보문제를 대중영합적인 대응으로 해결하려 했다. 햇볕정책과 강경정책 모두 대중영합주의의 산물이었을 뿐, 비핵화 또는 핵실험 중지 등 실효성을 보인 것은 없었다.

안정적인 정책의 부재는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최소한 북한은 ‘정권 유지’라는 일관성 있는 명확한 목적으로 대남정책을 펼쳐왔지만, 정부는 정권 교체에 따라 급격한 변화 노선을 보였다.

햇볕정책의 성공을 운운하며 자축하기에 우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으며 정상회담을 연기를 선언했고, 일본과 중국은 끊임없이 견제 중이다. 심지어 판문점 회담의 개최는 북미정상회담의 초석에 불과하다. 종전(終戰)의 법제화를 담은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정상화, 한미 합동군사훈련 및 주한미군 철수 여부, 비무장지대 관리 등 본격적인 ‘빅딜’은 결국 북미 회담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사실 ‘햇볕정책’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강경 정책보다 햇볕 정책이 ‘우월한 대안’이라는 진보 정치인들의 속내가 깔려 있다. 이솝우화에선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들려던 ‘바람’의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기 때문에 ‘햇볕’이 등장한다. 다만 대북 햇볕정책이 등장했던 당시에는 보수의 강경론 시도도, 진보의 우호론 시도도 없던 상태였다. 햇볕 정책이란 익숙한 단어를 선점함으로써, 강경책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함축이 자연스럽게 환기되도록 만든 것이다.

햇볕정책이 옳을까. 아직 무엇도 장담할 순 없다. 분명한 것은 美 대통령인 트럼프는 제재를 통해 김정은을 북미회담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아시아 패권 점령 등 국익과 실리만을 좇는 외부의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핵 문제를 전부 주도하기 전에, '햇볕'만을 고집하지 말고 여러가지 대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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