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레임덕’ 차단 고심…정동기 파동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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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 차단 고심…정동기 파동 끝은?
  • 최신형기자
  • 승인 2011.01.1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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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친이계 책임 떠넘기기…함바집 측근 게이트 조짐까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힘’을 정치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만큼 정치는 힘의 세계고 주류와 비주류 간 권력투쟁의 산물이다. 그래서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로 여의도 정치권이 급속도로 냉각됐을 때인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는 깜짝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개각을 요구한 지 10일 만에 MB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MB정권 4년차 내각 쇄신 카드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12일 사퇴로 일단락됐다. 프로 정치인이 아닌 정 후보자는 “재판 없이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지만, 청와대는 그의 사퇴를 종용했다. 그것이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의 생리다.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치열한.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 사퇴 직후 “집권 4년차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정 후보자의 고뇌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은 즉각 이명박 대통령의 힘 빼기에 들어갔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미디어법 전도사였던 정병국 문광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땅투기 의혹을 들고 나왔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는 예견된 사안이다. 예견된 사안은 즉각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타라기보다는 견제구에 가깝다.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사퇴를 표명한 뒤,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 뉴시스

MB 레임덕의 단초는 야당보다 ‘여당’, 친박계보다는 ‘친이계’, 친이 비주류보다는 친이 ‘주류’가 제공했다. MB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벌써부터 여당 내부는 후폭풍 그 자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진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인사를 주도한 임태희 실장을 겨냥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들도 가세했다. 정동기 불가론으로 당청 간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엔 침묵하더니 정 후보자의 사퇴가 임박하자 뒷북을 쳤다.

김형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사파동과 관련해 “우리 당에서 하는 행동이나 내용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다만 당청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도 “청와대는 정동기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당은 집권여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갖았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친이-친박, 중진-초선의원을 막론하고 그 누구도 이번 사태에 책임론을 떠넘길 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거사의 주인공인 안상수 대표도 MB가 침묵했다는 반응이 나오자 같이 침묵했고 이재오계나 이상득계-친이 비주류 역시, 11일 거사 당시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초선의원들도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불만만 표출할 뿐, 총대를 메고 당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 MB에게 직언할 정파도, 사태를 수습하며 책임을 지는 충성군도 없는 현실이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이다.

이제 MB와 한나라당 앞에는 감사원장 후속 인선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좁은 인재풀로 회전문식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받았던 MB의 탈출구가 막힌 셈이다.

더불어 함바집 비리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이미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구체적인 연루 물증이 확보됐고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은 비리 의혹설이 나오자 즉각 사퇴서를 제출했다. 함바집 비리가 측근 비리를 넘어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MB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대 초중반, 함바집 브로커인 유상봉(65.구속)씨가 서울시 고위간부들에게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까지 포착돼 한나라당은 숨죽인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MB는 4년차 레임덕의 징조인 ‘여권 내 권력 다툼’, ‘충성파 부재’, ‘측근 비리’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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