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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최저임금 산입범위, 뭐가 문제일까?
경영계 “수당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노동계 “수당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효과 사라져”
2018년 05월 23일 22:00:18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는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이것이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뉴시스

‘최저임금’이 다시 한 번 ‘핫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을 두고, 국회와 노동계가 정면으로 맞부딪쳤기 때문인데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이것이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연장근로수당 줄이려…수당 덕지덕지

그렇다면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대체 왜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문제는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데서 시작됩니다. 혹시 자신의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기본급 외에 별의 별 수당이 다 붙어있을 겁니다. 식비·교통비 같은 기본적인 수당 외에도, 가족수당이나 차량유지비, 휴가비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김장비나 체력단련비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있죠.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이렇게 구성돼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수당에는 통상임금의 1.5배가 가산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즉 수당을 늘리고 기본급을 줄이면, 연장근로수당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기형적으로 많은 상여금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상 수당과 상여금으로 낮은 기본급을 보충해온 셈입니다.

경영계 “수당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자”

그런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런 임금체계가 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 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습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월급으로는 135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죠. 만약 A씨가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받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으로 100만 원을 수령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A씨의 월수입은 235만 원이 됩니다.

반면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입니다. 월급으로는 157만 원 정도죠. 여기에 수당이 붙으면, 2018년 A씨의 월수입은 257만 원이 될 겁니다. 만약 최저임금 1만 원이 현실화되면, A씨 월수입은 309만 원까지 뛰어오르죠.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급은 기본급대로 오르고, 수당은 수당대로 줘야 하니 곡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수당과 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에 넣지 않으면 이미 월수입이 많은 노동자들까지 혜택을 보게 돼 기업이 힘들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노동계 “수당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효과 사라져”

당연히 노동계는 반발합니다. 고생고생해서 최저임금 인상 비율을 높여놨더니, 산입범위를 넓혀서 효과를 없애려 한다는 거죠. 이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가령 기본급 150만 원에 수당과 상여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현행법상으로 이 기업은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를 경우 총 309만 원을 근로자에게 줘야 합니다.

그러나 수당과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면, 이 기업은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더라도 근로자에게 250만 원만 지급하면 됩니다. 사실상 최저임금 상승효과가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기업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줄이기 위해 수당과 상여금 비중을 높인 탓이 큽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니 기업들이 이제 와서 딴 소리 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입니다.

경영계 내부에서도 이견…진통 예상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경영계 쪽의 입장도 나뉜다는 겁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국회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상여금은 격월이나 분기, 반기 주기로 지급되므로,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포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월로 바꾸려면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은 개정이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국회 개정안이 지금처럼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만 산입하는 수준에서 합의될 시 노조가 있는 기업은 개정 법안의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이와 반대로 중소기업중앙회는 국회 개정안에 찬성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중소기업은 노조 조직률이 높지 않은 까닭에, 개정안이 현재 수준에서 통과되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범위 협상에는 국회와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계가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진통 없이 쉽게 마무리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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