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하태경 “北, 핵 숨기면 자동 제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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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터뷰] 하태경 “北, 핵 숨기면 자동 제재해야”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05.26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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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최고위원
“보수지지층, 지금 바른미래당 테스트 중”
“대북제재·햇볕정책은 큰 영향 없었을 것”
“비핵화 성공하면 북한과 경제성장경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병묵 기자)

“남북정상회담은 축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겸손한 말투로, 조심스런 예측이라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거침없는 강의였다. 지난 4월 중순 한 대학교 강연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놓은 일종의 예언(豫言)이었다. 이는 곧 현실이 됐다. 기자가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부탁하자 “회담이 끝난 뒤가 어떨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시사오늘>은 23일 의원회관 937호를 찾았다. 현 국회 제일의 북한 전문가로서 여야 모두에게 이견(異見)이 없는 인물, 하 최고위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하 최고위원에게 향후 한반도의 정세, 바른미래당과 보수의 미래, 그가 추구하는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 최고위원은 독특하다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 최고위원이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1986년은 군부독재가 극에 달한 전두환 정권의 말기였다. 이때 하 최고위원은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하다 징역을 선고받는 등 운동권 핵심인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하 최고위원은 탈북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북한의 참상을 접하고 본격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당시에 대해 하 최고위원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북한인권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뭔가.

“북한의 실상을 접하면 깨닫게 된다. 1980년대엔 잘 몰랐다. 통신이 발달한 세상만 알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당시엔 북한의 내부정보가 거의 완벽하게 차단돼 있었다. 1991년까지 국정원도 몰랐다고 했다. 최초의 요덕 정치범 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씨가 국정원 조사를 받을 때, 요덕 수용소에 있다고 나왔다고 하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이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대협이 활동하던 1980년대엔 북한의 잔혹한 인권실태를 몰랐다. 그러다가 요덕 수용소의 존재에 대한 증언들이 늘어났다. 한 사람이 말하면 믿음이 크게 가지 않지만, 두 사람, 세 사람이 되면서 그 존재가 확실해 진 거다.”

-실상을 알아도 노선을 바꾸지 않은 이들도 있는데.

“히틀러가 죽어도 히틀러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세상에 진실이 드러나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일종의 사이비 종교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안타깝다.” 

▲ 하 최고위원은 비핵 평화 협정과는 별개로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북한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하 최고위원은 2005년 열린북한방송을 개국하고 북한의 주민들에게는 외부의 소식을 전하고 북한 내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특종을 가장 먼저 전한 것도 하 최고위원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인정받으며 하 최고위원은 2011년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인권분야 최고상인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지금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물었다.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언급이 적은 것 같다.

“인권은 중요하다.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북한의 내부 인권에 대해 언급하자면 지금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긴장완화가 되면 인권이 자연히 좋아진다. 남북 간, 북미 간 평화가 오면 인권이 자연히 올라가기 때문에 비핵화의 정착 자체가 인권에 가장 큰 보탬이 된다. 또 북한이 지금 경제성장을 시도하지 않나. 경제가 성장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인권에 큰 플러스가 된다. 지금은 평화를 정착시키고, 비가역적으로 만드는 데 일단 집중 하는 일이 필요하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에서 6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내가 한 사람 더 있다고 제시해서 이제 7명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이들을 빠르게 송환하도록 요구하는 등, 비핵 평화 협정과는 별개로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 최고위원은 이후 한국에서 가장 북한 문제에 정통한 시민운동가로 공인되면서, 2012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다.

-국회 입성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맹목적인 종북인사들,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방향의 운동권 인사들이 당시 통합진보당을 통해 대거 국회에 들어가려는 모습들을 봤다.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연립정부라도 세우면, 장관이 될 수도 있고 요직에서 북한에 국가기밀을 빼다 줄 수도 있지 않나. 이들을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많이 알려진 대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겠다는 소명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보수세력들 중에 무능하고 나태한, 안일한 소위 ‘웰빙 보수’들이 너무 많았다. 이래서야 나라가 ‘양쪽으로 와르르 무너지겠다’ 싶어서 새로운 보수 운동, 혁신 운동을 내가 앞장서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 최고위원은 국회에서도 북한문제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도 지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남북문제는 하태경 의원이 워낙 잘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게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물어봤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그 이후의 북미정상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까지 예상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나.

“북미회담의 가장 큰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핵무기·핵물질과 핵 관련 시설을 북한이 얼마나 정직하게 자진신고 하느냐다. 미국이 볼 때 ‘이 정도면 숨기는 게 거의 없다. 성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잘 풀릴 거다. 이런 동의를 하는지가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이제 정말 없는지 검증을 하는 문제가 쟁점이다. 불시에 하는 강제 시찰을 얼마나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가. 미국은 가능한 한 자유롭게 시찰하는 것에 북한이 동의해주길 바랄 거고, 북한은 자신들의 핵심 군사시설이나 인권유린의 현장인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은 보여주고 싶지 않을 거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정치범 수용소에 핵을 숨겨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그 부분에 북미 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북미가 회담 날짜까지 잡기에 다들 이 부분도 합의를 본 줄로 착각했던 것 아닌가. 그런 공감대 없이 날짜만 잡아버린 것 같다. 그래서 그 전에는 북미회담 성사가 100%인 줄 알았는데 이제 80%, 90% 정도까지 떨어진 거다. 남은 기간 동안 이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하는가에 따라, 제시간에 갈등이 해소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거다.”

-북한이 만약 핵을 숨기고,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엔 어떻게 하나.

▲ 하 최고위원은 국회에서도 북한문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래서 자동제재복귀 조항을 꼭 안전판으로 넣었으면 한다. 영어로 스냅백(Snapback)이라고 한다. 만약 핵을 숨기다가 발견되면 그때부터 제재를 즉각 다시 시작하는 시스템이다. 제재 절차를 다시 결의단계까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즉각적으로 옛날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북한이 핵을 숨길 동기가 떨어진다. 스냅백 기간을 20년을 뒀다고 가정하자. 약 10년 간 제재 없이 경제성장을 하다가, 갑자기 발견돼서 자동제재복귀가 시작되면 북한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진다. 사람들도 좀 먹고 살 만 해지고, 해외 투자도 받기 시작하던 와중에 제재가 벌어지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고통 받게 된다. 당연히 체제, 정권이 불안해질 것이기 때문에 북미회담에서 이 조항이 꼭 들어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지금의 제재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일각선 햇볕정책보다 제재가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제재와 햇볕정책은 지엽적이다.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북한의 큰 흐름엔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 같다. 북한 자체의 일관된 스케줄 표인, ‘핵무력 완성 뒤에 경제발전 집중’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제재를 안했으면 북한이 이런 변화를 안 보였겠느냐? 그건 아닐 것 같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 경제성장을 해왔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요인의 70% 정도가 이러한 경제 때문이고, 제재는 약 30% 정도라고 본다.”

-비핵화가 이뤄졌다고 가정한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남북이 경제발전으로 경쟁하지 않을까. 과거 이념경쟁, 제도경쟁은 이미 끝났다. 이제 경제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거다. 한중관계를 생각해 보자. 중국은 우리의 무역상대국이고, 큰 시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인건비 등으로 경쟁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는 그래서 이뤄졌다. 북한이 본격 개발에 들어가면 자재도 많이 필요하고, 부품도 필요해서 우리가 많이 팔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노동 같은 경우 북한이 중국보다도 싸게 공급할 거다. 그 밖의 다른 규제도 중국보다도 더 풀어줄 게 틀림없다. 물론 몇몇 특구에 한해서겠지만, 잘 하면 북한 전체가 개성공단화 된다는 얘기다. ‘삼성이 평양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지 않나. 정말 그런 미래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야 한다. 지금은 교통도 나쁘고, 전기도 잘 안 들어오는 등 인프라가 불완전해서 어렵다. 하지만 김정은의 발전노선은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놓으면,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북한으로 빠져나가서 실업이 가속화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김정은이 인적교류는 철저히 막을 것이다. 돈과 물건이 오가는 것보다 사람이 오가면 체제 붕괴가 훨씬 빨리 올 수 있다.”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한 상황에서 가능하겠는가.

“물론 쉽지 않다. 김정은의 도전이 될 거다. 중국도 인터넷은 허용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사이트를 막고, 검색어도 막지 않나. 북한도 특구는 인터넷을 좀 풀어주겠지만 정보 통제를 강하게 할 거다. 중국보다 훨씬 강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트도 막고, 한국 언론도 못 보게 하고. 인적 교류가 적어서 통제할 수 있는 협력방식을 택할 확률이 높다.” 

▲ 그는 다음 총선 때는 새로운 보수가 야당을 대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정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만화 김정은> 등 책도 냈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팔리지 않았다. 하하. 일본에서 오히려 좀 팔렸다. 애초에 해외에도 알릴 목적으로 기획하긴 했는데, 일본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일본도 북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제도적으로는 적국이 아니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주 싫어한다. 거의 악마 보듯이 본다. 자꾸 미사일을 쏘는 것도 그렇지만 납북자 문제에 민감하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측면에선 둔감하다. 애초에 북한이 적국이다 보니 납북사건이 일어나도 화는 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일본은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본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몇 명 데리고 오면서 북한을 인정하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더 악화된 것 아닌가.”

인터뷰를 진행하던 하 최고위원은 잠시 쉬자며 간식으로 땅콩을 내왔다. 그를 눈으로 쫓다 보니 벽에 걸려있는 바른미래당의 하늘색 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바른미래당의 비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바른미래당이 좀처럼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이 빨리 변하긴 어렵다. 그래도 젊은 층에서 젊은 보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고, 어르신들도 정치와 시사에 관심도 많이 가지시고 그러는 것 같아서 희망적이다. 우리를 테스트 해 보시는 것 같다. 얼마나 심지가 굳고 강한지, 보수를 대표할 수 있을지. 아마 다음 총선 때까진 새로운 보수가 야당을 대표할 것 같다. 우리도 훨씬 더 할 수 있는 일, 할 일이 많은 환경이 올 것이다.” 

▲ 하 최고위원은 새로운 개혁보수 노선을 튼튼하게 확립하는 것이 자신에게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국당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바른미래당이 개혁보수세력의 중심이 되면 한국당은 더 흔들릴 거고, 우리가 그 중심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한국당은 또 모습을 바꿔 근근이 살아갈 수도 있고 그렇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내 잡음이 이는 등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곧 해결 될 거다. 이제 공천도 송파을 하나 남지 않았나. 우리가 어렵지만 힘을 합쳐서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한다. 지금 죽음의 계곡의 마지막 끝자락일 것 같다. 지지해주시는 분들, 당원여러분께 힘내자고, 지혜롭게 이겨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선거의 큰 이슈인 ‘드루킹 사건’은 어떻게 보고 있나.

“드루킹 사건의 본질은 우선 불법선거운동이다. 그리고 그 몸통에 김경수 전 의원이 있는 거고. 송인배 비서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특검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여기에 그 불법선거운동에 대통령 최측근이 연결돼 있어서, 검찰·경찰을 동원해서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불법선거운동에 그쳤으면 측근 한 두 사람 잘라내는 걸로 그칠 수가 있다. 하지만 만약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권력기관을 동원했다고 하면 이건 굉장히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정권의 존립까진 아니더라도, 신뢰도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잘린다든가 하는 정도로 정권 자체는 치명적 손상을 입지 않는다. 김경수 전 의원이 감옥에 간다고 해도, 그 순간엔 큰 충격일 수 있지만 대통령이 잘 하고 그러면 정권에는 장기적으로 별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김경수 전 의원을 지키려고 검경을 동원했다, 그러면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지켜봐야 한다.”

-본인의 정치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은 새로운 개혁보수 노선을 튼튼하게 확립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 노선에 동의하는 개혁세력들을 같이 형성해 나가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초심을 잊지 않고, 바르게 정치해 나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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