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낙태죄, “폐지” vs “유지”…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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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보니] 낙태죄, “폐지” vs “유지”…팽팽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5.27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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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낙태죄 폐지 결정, 우리사회도 사회쟁점 떠올라
법무부 여가부 반대 변론요지에 정의당 "여성 폄훼" 비판
불 붙은 낙태죄 위헌 논쟁…헌법재판소 최종 결론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낙태 금지법이 폐지됐다는 소식이 27일 전해졌다.

아일랜드는 지난 25일 (현지시간) 낙태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현행은 낙태의 허용 범위를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 외에 낙태를 하면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 결과 찬성표가 66.4%로 반대표(33.6%)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낙태금지 조항은 폐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는 입법안이 올해 내 처리될 예정이다.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낙태죄 위헌 찬반 논쟁 쟁점 부각
법무부 변론요지 여성 폄훼 논란 도마 '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낙태금지법 폐지 요구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낙태죄는 형법 제269조 제1항에 의해 약물 등의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과거 이에 대한 위헌 여부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2012년 낙태죄 헌법 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져 낙태금지법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낙태시술로 기소된 한 산부인과의사가 임산부의 자기운명결정권 평등 침해를 이유로 지난해 2월 위헌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찬반 논쟁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첫 공개변론일을 전후로 관련 쟁점은 뜨거워졌다. 먼저 하루 전날 한 매체에서 단독으로 입수한 법무부의 변론요지서가 공개돼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변론 요지에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여성에 대해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해 여성 폄훼 비하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 낙태죄 폐지 찬반 논쟁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여부 관련 헌재 공개변론일인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여성당이 낙태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정의당 여성당 등 "시대 흐름 역행 말아야"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합리적 판단 기대"

정의당 여성당 선대위 일동은 헌재 변론일(24일)에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권수정 6.13 지방선거 비례대표 후보 대독을 통해 “법무부의 변론요지 내용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법무부는 이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으로 전제하고 여성을 무책임한 사람으로 폄훼했다”며 “법무부에게 묻는다. 왜 국가와 남성은 이 책임에서 배제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권 후보는 “여성가족부도 낙태죄 폐지 취지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헌재소장과 6명의 재판관도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낙태죄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낙태죄는 문제가 있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대립하는 이분법적 형태에서 벗어나 논쟁의 시야를 넓혀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여성당 박인숙 상임선본위원장은 “낙태죄가 오히려 여성들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저질과 음성적인 시술로 인한 건강문제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남성들의 협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데 법무부에서 여성들의 무책임한 문제로 인식하고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입장을 낸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한 것”이라며 “법무부는 이 입장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도 “‘사람이 먼저다’에 여성은 언제까지 삭제할 건가”라며 “낙태죄는 여성의 몸에 채워진 가장 나쁜 사슬이다. 임신중절은 죄가 아니다. 낙태죄 위헌판결을 촉구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 후보는 “낙태 문제는 무책임한 개인 문제가 아닌 무책임한 사회의 문제이자, 무책임한 가부장 사회가 본질적인 문제, 건강과 생존의 문제”라며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결로 결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이미 법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추세, 세계적인 추세에서 시민 여론 모두 위헌판결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헌재의 합리적 판결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법무부 변론 요지에 대해서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인 변론 요지를 낸 것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인지를 의심케 한다”며 “법무부장관 해명과 사과 그에 따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언제까지 대한민국은 여성의 몸을 통제하겠다며 사문화된 법에 규정을 고수할 것인가. 언제까지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미명하에서 사고로 목숨을 위협받고 생명을 잃는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라며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미뤄뒀던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가장 정의롭고 윤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등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서명운동도 한창이다. 지난해 이미 낙태죄 폐지 합법화 도입 서명이 20만 명을 넘어선 것을 비롯해 시민단체 중심으로 서명운동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위헌 시민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한국여성민우회 등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낙태죄의 존치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헌재가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24일부터 한 달간 시민서명운동을 모아 6월 말 헌재에 전달할 계획이다.

반대 단체들 "낙태죄 유지 강력히 촉구"
"정부는 임산 부모 지원 제도 마련해야"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같은 날 낙태반대운동연합, 생명운동연합, 프로라이프여성회회 등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독립적인 인간 생명체가 시작된다. 아기의 생사를 타인이 결정할 권리가 없다”며 반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낙태는 축복받는 임신과 행복한 양육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고, 국가와 남성들이 책임을 회피할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여성을 더욱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행위”라며 “낙태죄 폐지 주장에 반대하며 현행 낙태죄를 유지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대 성명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생명을 보호한다.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낙태죄(형법 269조, 270조) 폐지는 태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뿐만 아니라,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출산을 원하는 여성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게 한다. △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있다.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 △잉태된 생명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동책이다.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기꺼이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임산 부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 등이다.

한편,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낙태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현행 법제는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빠져있다”며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이라는 대립 구도를 넘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한 바 있다.

헌재는 24일 첫 공개 변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 중이다. 통상 공개변론일 기점 3개월 이내 최종결론이 내려진다며, 올 하반기 이전엔 낙태죄 위헌 여부가 매듭지어질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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