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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왕건의 삼한통일과 보수 단일화
의미있는 2등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패배자의 변명에 지나지 않아
2018년 05월 28일 21:41:31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보수 야권의 지도자들은 왕건의 통합정신을 되새기며 보수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민족의 역사상 두 번의 통일이 있었다. 통일신라, 고려가 역사의 주인공이다.

첫 번째는 신라에 의한 통일이다. 신라는 당과의 연합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멸하고 삼국 항쟁의 승자가 됐으나 당의 배신으로 대동강과 원산만에 이르는 국경선에 만족한 불완전한 통일의 주인공이 됐다. 다행히 고구려계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해 고구려의 옛땅을 회복했으나 신라와의 적대 관계는 쉽게 복원되지 않았다.

사실상 한민족 최초의 통일은 고려 태조 왕건이 성취했다. 왕건의 라이벌은 후백제의 견훤이다. 견훤은 현재의 충청과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삼아 삼국 항쟁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당시 후백제는 호남의 곡창지대를 확보해 강력한 군사력을 양성할 수 있었다. 견훤은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약소국으로 전락한 신라를 호시탐탐 위협하며 고려와 삼한통일의 대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왕건은 전략적 사고에서 견훤을 앞섰다. 강력한 군대를 앞장세워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견훤과 달리 민심을 얻는데 주력했다. 태조 즉위 초반, 충청지역의 호족들이 견훤에게 투항하고,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 정권 차원의 위협을 받았지만 상인 출신 특유의 친화력으로 호족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왕건의 통합력은 전국 각 지역의 호족과의 혼인정책에서 빛을 발했다. 일국의 왕이 허리를 굽히며 호족에게 결혼을 청하니 누가 그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었다. 전국의 호족들이 왕건과 손을 잡았다. 왕건은 망국의 길을 걷고 있는 신라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전했다. 견훤의 침략을 받은 신라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가 신숭겸과 같은 맹장들을 잃었지만 신라의 마음을 얻었다. 특히 전세가 불리했던 고창(현재의 안동)전투는 왕건을 호응한 지역 호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역전에 성공해 후백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왕건의 통합력은 견훤의 투항에서 절정을 이룬다. 견훤이 누구던가? 왕건의 의형제 신숭겸을 비롯한 8명의 공신을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다. 하지만 왕건은 평생의 라이벌인 견훤이 내분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유폐되자 구애의 손길을 전했다. 견훤은 왕건에게 투항했고, 왕건은 견훤을 상보어른이라고 떠받들며 존중했다. 이를 지켜본 신라의 경순왕도 고려에 나라를 갖다 바쳤다. 마침내 왕건은 견훤을 앞세워 후백제를 멸망시키고 삼한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단일화가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현재 판세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견된다. 물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보수가 분열된 상태에서 승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정치권에선 박원순 후보의 독주체제를 견제하기 위해선 1대1구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선거에서 의미있는 2등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패배자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왕건은 후백제와의 일전을 앞두고 견훤과 신라를 포용하며 1대1구도를 만들었고, 끝내 삼한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보수 야권의 지도자들은 승리를 원한다면 왕건의 통합정신을 되새기며 보수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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