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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의 한방 人]이종안 "처방 공개는 한의계 자산을 동료들과 함께 나눈 것"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 자리매김하는 초석 되기를 희망
2018년 05월 30일 09:14:30 설동훈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설동훈 기자)

   
▲ 배원식한의원 이종안 원장. ⓒ시사오늘

'비전비방'(秘傳秘方). 의업에 종사하는 의료인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귀가 솔깃하고 탐을 낼만한 처방이다. 교과서에는 수재돼 있지 않아도 특정 질환의 치료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그것도 오랜 시간 임상경험을 통해 축적된 말 그대로 처방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비방을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진료 현장에서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처방인 탓에 공개를 꺼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오죽하면 함께 의료인의 길을 걷는 자식에게 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한방난임치료세미나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난임치료의 임상실제를 공개한 이종안 원장(한의학 박사)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한의사다. 자신이 사사한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비전비방을 공식석상에서 아낌없이 회원 모두에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배원식한의원의 이종안 원장을 만나 공개한 비방의 내용과 비방을 공개하게 된 동기, 한의계와 동료 한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에 공개한 처방들은 어떤 내용들인가

이번에 공개한 처방들은 조경종옥탕을 비롯해 모두 오래전부터 배원식한의원에서 불임환자들을 치료할 때 사용했던 처방들로 실제 임상에서 치료효과를 나타낸 것은 물론 국제학술대회에서 임상연구 논문으로 발표된 처방들이다.

스승이셨던 배원식 회장님께서 지난 1932년 한의원 개원 이후 불임환자들의 치료에 사용했던 처방들로 조경과 배란, 착상, 안태, 산후조섭 등 임신을 위한 치료에서부터 출산 후 산후조리까지 적용이 가능한 처방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실제로 임상증례를 기록하기 시작했던 1954년부터 2018년까지 1250여명의 임신, 출산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독보적인 처방 또는 비방이라고 할 수 있다.

-처방을 사사한 배원식 회장에 대해 알고 싶다

배원식 회장님은 젊은 한의사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저명한 한국 한의학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또 근대 3대 명의로 여성질환 및 불임치료,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의 권위자로 한의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대한한의사협회 회장과 국제동양의학회 회장을 역임하시고 한의학 임상전문 잡지인 의림지를 창간, 발행하시는 등 작고하실 때까지 한의학의 임상발전과 국제학술교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신 분이다.

-공개한 처방은 기존의 처방과 다른가

질병치료를 위한 한약처방의 특성이자 묘미 중의 하나가 가감이다. 즉, 환자의 증상여부에 따라 특정 약재를 증량 또는 감량하거나 약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처방들의 경우 처방명 자체는 조경종옥탕과 오적산 등 기존 처방과 동일하다. 하지만 약재의 구성내용이 다르다. 예컨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처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적산을 약재의 구성을 달리 해 부인여성용 처방으로 전환시킨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처방은 80여년 가까이 불임치료를 시행하면서 축적된 임상증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어쩌면 비방일 수도 있는 처방을 공개하게 된 동기는

최근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국가·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불임의 치료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지차체 등에서 시행하는 한방난임치료사업이 임신성공률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또 임상에서 불임환자 치료 후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고 환자 또는 가족들에게 연락받을 때의 벅찬 감동과 기쁨을 동료 한의사들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과 바램들로 인해 불임환자의 임신 및 출산에 효과가 있는 처방들을 공개하게 됐다.

-처방을 공개하기까지 갈등은 없었나

사실 중구한의사회에서 난임치료의 임상실제 강의 요청을 받고 처방과 관련해 어느 부분까지 공개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과 갈등이 조금은 있었다.

어찌 보면 비방이랄 수도 있고 나만의 독보적인 처방으로 모두 공개하는 순간 군인으로 치면 무장해제의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자이면서 부원장으로서 사사할 때 당신이 오랜 세월 임상을 통해 정리한 각종 처방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수해주시고 손때 묻은 진료수첩까지 아낌없이 물려주신 스승이셨던 배원식 회장님을 떠올리면서 고민과 갈등이 일순간 사라졌다.

-한의계와 동료 한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의학은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치료의학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교과서에 수재된 처방 외에 임상을 통해 검증된 각종 질환의 치료에 효과적인 처방들 또한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처방들을 특정 개인만이 사용할 뿐 후학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배원식 회장께서는 생전에 “진실로 임상에서 체험하고 터득한 것을 거짓 없이 전해야만 그것이 올바른 강의이며 책을 저술할 때도 추호도 거짓이 섞이지 않은 내가 임상에서 직접 체득한 경험을 글로 실어야만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따라서 이제라도 교과서에는 수재되지 않았으나 질병치료에 효과적인 처방들의 경우 강의 또는 저술 등을 통해 한의계에 공개할 것은 과감히 공개하고 이들 처방을 사용한 임상증례를 기록, 데이터화해서 한의학이 각종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의학으로서 자리매김하고 동료 한의사들끼리 상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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