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은행장 영장 심사와 관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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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은행장 영장 심사와 관치 논란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8.06.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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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얼마 전이다. 한 금융사 중간급 간부는 “차라리 정부가 모든 은행을 통폐합해서 한국은행공사를 하나 만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금융당국의 관치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넋두리 끝에 나온 탄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사 수장들이 교체되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기도 하다. 그는 “이게 정상은 아니지 않느냐”고도 반문했다.

▲ 관치 논란 속에서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뉴시스

1일 오후 2시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시작됐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심리를 진행하며,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명분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이다. 역시나 하나은행 노조는 함 행장은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은행 측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정권의 외압 논란이 있던 터라, 함 행장의 구속 여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다. ‘금감원과 금융사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얘기는 일찌감치 나왔다. 나아가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쳐내고 자기 사람을 심는 것에 성공하느냐 마느냐’라는 관점도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 들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노조의 승리 여부’로 바라보는 눈길도 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다. 그런데 아예 선거운동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정치권의 한 인사는 “타이밍이 절묘하다”며 “6.13지방선거 운동이 본격 시작될 때에 딱 맞춰 검찰이 구속영장청구를 했다. 마치 ‘금융권의 채용비리 등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힘을 싫어 달라’는 호소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인사의 얘기는 좀 과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완전히 헛소리라고 치부하기도 좀 그렇다. “차라리 정부가 모든 은행을 통폐합해서 한국은행공사를 하나 만드는 게 좋겠다”는 탄식이 금융권에서 나오는 현실에서 이런 상상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할까. 어떻게 불신과 증오심으로 얽힌 작금의 상황을 풀 수 있을까. 이날 한 시중은행 인사는 “금감원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칼을 휘둘러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철저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괜한 자존심 때문에 여기저기 막 쑤신 뒤에 검찰에 공을 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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