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여론조사…유권자 혼란 가중
스크롤 이동 상태바
널뛰기 여론조사…유권자 혼란 가중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01 2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론조사 방법 따라 결과 들쑥날쑥…방식에 대한 공감대도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선거여론조사 의뢰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르 파리지앵>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프랑수아 피용 전 프랑스 총리의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 등 어느 하나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대신 ‘현장 저널리즘’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비단 프랑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다. 방식에 따라 결과가 널뛰기를 하는 데다, 아직까지도 어떤 방식이 정확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까닭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5월 20~21일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부산시장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는 47.6%를 얻어 24.2%의 서병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는 1.9%, 정의당 박주미 후보는 1.8%, 무소속 오승철 후보와 이종혁 후보는 각각 0.6%, 1.4%였다.

그러나 <프라임경제신문>이 의뢰하고 <폴리컴>이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수행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서 후보가 42.3%를 획득해 48.1%의 오 후보를 바짝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여론조사가 실시됐음에도, 서 후보의 지지율이 2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두 조사의 차이는 유·무선 비율, 조사 방법(면접·ARS), 응답률 등이었다. <중앙일보>의 경우 무선70%·유선30% 비중으로 면접 조사를 택했으며, 응답률은 21.6%였다. 반면 <폴리컴>은 무선28.7%·유선71.3% 비중으로 ARS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률은 1.6%였다. 유·무선 비율, 조사 방법, 응답률 등이 20%포인트에 가까운 지지율 변화를 만들어 낸 셈이다.

문제는 어떤 조사가 실제 민심을 더 정확히 반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는 유선 비율이 높으면, 가정에서 머무는 전업 주부나 노인 인구 등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케이에프텔> 박경렬 대표는 지난달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시간대에 집에 계시는 분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고, 연령대가 높은 분들일수록 정치에 관심이 큰 경향이 있어 응답률도 높다”며 “아무래도 무선전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선 비율이 너무 높으면, 상대적으로 무선전화 보급률은 떨어지지만 투표율은 높은 노인층의 여론이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각 여론조사 기관의 ‘노하우’에 따라 유·무선 비율을 배분할 수밖에 없고, 여론조사 결과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면접과 ARS 방식의 차이에도 장단점이 공존한다. ARS 조사는 응답자들이 쉽게 전화를 끊을 수 있어 응답률이 낮아지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층의 여론이 과대 반영될 우려가 있다. 반면 요즘처럼 특정 정당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국에서는, 오히려 ARS 조사가 응답자들의 ‘진짜 심리’를 이끌어내기 유용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표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대세와는 다른 자신의 의견을 모르는 사람에게 터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행·가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절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어떤 방식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여론조사 ‘혼돈의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1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선거 운동의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으로서는 국민들께서 여론조사 결과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투표를 해 주시기를 바라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