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8 목 21:24
> 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역사로 보는 정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북미정상회담
강대국의 논리는 오직 힘의 원칙(Rule of Power)임을 잊지 말아야!
2018년 06월 03일 16:30:39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러일전쟁 당시 패배한 러시아군의 철수 장면(좌)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우) 사진제공=뉴시스

러·일 전쟁은 한반도 운명이 일제에 넘어가게 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다. 러시아와 일본은 한반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펼쳤다. 정상적인 국가를 운영하기 어려웠던 대한제국은 러시아와 일본의 눈치를 보며 국외 중립을 선언했다.

일본은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바로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저지하고자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 일본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정세에 밝은 일본은 이 점을 간파하고 미영의 후원을 믿고 러시아를 선제 공격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일본은 대한제국의 중립선언 따위는 무시하고 일본군의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요충지의 사용권을 보장받는 한일 의정서 체결을 강요했고, 무능한 고종은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러시아군을 유린하면서 제1차 한일 협약을 체결해 대한제국의 내정을 장악했다. 외교 고문에 스티븐스를, 재정고문으로 메가타를 임명해 이른바 ‘고문 정치’를 펼쳤다. 사실상 대한제국은 일본의 속국이 됐다.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승전이 예상되자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다. 먼저 미국이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1905년 7월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다.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하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하기로 담합한 것이다. 물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의 밀약을 깨고 필리핀 침공에 나섰지만 러·일 전쟁 당시에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 일이었다. 강대국의 논리는 힘의 원칙(Rule of Power) 그 자체였다.

영국도 한 달 후 일본과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해 한반도 지배권을 인정했다. 대신 영국은 인도의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동남아 식민지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일본은 그해 9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자가 됐다. 러시아도 포츠모스 조약을 통해 일제의 한반도 독점 지배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울뿐인 대한제국은 자신의 운명을 강대국에게 내맡기고 서서히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김정은과 기싸움에서 이겼다. 미국은 북한과 고도의 치킨게임을 하다가 급작스런 정상회담 취소 결정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더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로 6·12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긴급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렸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판에서 결정될 것이다.

2018년의 한반도는 러·일 전쟁 당시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와 긴밀한 협조하에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러시아와의 일전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국제 사회로부터 한반도 지배를 인정받았다. 김정은 북한 정권도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삼아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 사회의 냉엄한 진리인 힘의 원칙(Rule of Power)이 현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113년 전처럼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 [역사로 보는 정치] 보수가 박정희와 김영삼을 함께 기억해야 할 이유
· [역사로 보는 정치] 현대판 사화(士禍)…개헌이 답이다
· [역사로 보는 정치] “비정한 군주는 권력을 얻었지만, 백성은 삶을 잃었다”
· [역사로 보는 정치] 시대정신을 외면한 최영과 2018년의 자유한국당
· [역사로 보는 정치] 대권 문턱에서 무너진 안평대군과 이회창…‘데자뷰’
· [역사로 보는 정치] 용렬한 군주 선조와 보수야권 지도자들
· [역사로 보는 정치] 자만심으로 몰락한 남이, 그리고 우병우
· [역사로 보는 정치] 태종의 책사 하륜과 대북특사
· [역사로 보는 정치] 섹스 스캔들로 대권문턱에서 무너진 양녕과 안희정
· [역사로 보는 정치] 폐비 윤씨와 전직 영부인의 불행
· [역사로 보는 정치] 광해군과 인조의 데자뷰…한국 대통령
· [역사로 보는 정치] 큰그림 흥선대원군 vs 사천 논란 홍준표
· [역사로 보는 정치] 예송논쟁과 이희호 경호 특혜 논란
· [역사로 보는 정치] 탐관오리 척결 거부한 중종과 김기식 논란
· [역사로 보는 정치] 임진왜란 재촉한 당쟁과 與野의 험구
· [역사로 보는 정치] 서희의 통큰 담판과 남북정상회담
· [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을 망친 세도정치와 여야의 공천갈등
· [역사로 보는 정치] 이차돈의 순교와 정답 없는 대한민국 보수
· [역사로 보는 정치] 신문왕의 민족통합정책과 탈북 여종업원 북송 논란
· [역사로 보는 정치] 왕건의 삼한통일과 보수 단일화
윤명철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 시사ON(http://www.sisa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문사소개 | 회사위치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기사제보 | 구독자불편신고 | (정기)구독신청 | 저작권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시사오늘 : 121-84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길 14 (성산동 113-3, 명문빌딩 3층) : 전화 02)335-7114 : 팩스 02)335-7116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다07947ㅣ등록일자 2008년 3월 17일
-------------------------------------------------------------------------------------------------
시사ON :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아01018ㅣ등록일자 2009년 11월 6일ㅣ청소년보호책임자 정하균
Copyright 2005 펜과오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