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골 깊은 갈등, 양보만이 해법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동성 칼럼>골 깊은 갈등, 양보만이 해법
  • 시사오늘
  • 승인 2011.01.22 2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검찰, 물밑에서 벌이는 신경전을 바라보며
느닷없이 새해 정국을 달군, 이른바 '함바집 로비 사건'이 당초, 뜻하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세간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고질적으로 대립해온 두 집단간에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진 것. 법원과 검찰간, 물밑 신경전이 그것이다.
 
양측이 갈등을 벌인 내막은 대략 이렇다. 함바집 로비 사건에 연루돼 거액의 뇌물을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법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강 전 청장이 일부 죄를 시인하고 있고, 무엇보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여기까지는 늘상 있을 수 있을 법한 일이다. 특히 영장 청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법원인 만큼, 검찰로선 법원의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검찰로선 자못 아쉬울 수도 있는 것이 이 대목이다.
 
검찰이 설령 방대하고도 면밀한 수사를 통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별도의 이유를 들어 이를 기각해 버리면, 그만인 셈. 그간 이러한 사례는 적지 않게 벌어진 바 있어 양측은 갈등의 골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함바집 로비 사건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조사와 아울러 구속영장을 통해 사건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고위층이라고 해도, 비리에 연루된 인사는 소위 '구속'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했던 것.
 
그러나 법원의 예상치 못한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화려한 대미는커녕, 체면마저 구겨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렇다고, 법원의 기각 사유가 사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줄곧 연루 사실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한 강 전 청장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굳이 구속을 통한 수사가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 하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 검찰의 반발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검찰은 법원의 이번 태도를 들어, "구속 영장 발부의 기준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비교적 원색적 비판을 가했을 정도다. 물론 내일중으로 강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고 밝히고 있어 발부냐 또 기각이냐의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검찰 내부에서 이러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서초동 주변 관계자들의 시선은 이와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일부에서 검찰의 반발이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어, 오는 2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 영장항고제를 둔 기싸움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영장항고제란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게 되면 검찰이 상급 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로 현재는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기각한 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검찰의 기각률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이유도 이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검찰과 크게 달라 보인다. 실제 강 전 청장 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의 반발이 일자 법원측은 "검찰이 형사재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영장항고제 도입을 위한 정지 작업의 의미로 어느 때보다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말이다.
 
법원과 검찰이라는 사법기관의 쌍벽을 이뤄진 집단간 힘 겨루기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특히 특정 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양측의 접전이 향후 물밑을 넘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양측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