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꼬리 잘린’ 도마뱀의 의리
[김웅식의 正論직구] ‘꼬리 잘린’ 도마뱀의 의리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06.0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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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꼬리 잘린’ 도마뱀을 본 적이 있는가?

도마뱀은 위태롭다고 느끼면 자신의 꼬리를 떼버리고 도망간다. 스스로 자기 꼬리를 자르는 것은 도마뱀이 살기 위해 취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잘린 꼬리는 신경이 남아 있어 일정 시간 움직이게 되고, 이는 적의 시선을 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논밭에 농약을 사용하기 전에 고향 마을은 말 그대로 동물의 천국이었다. 수많은 동물이 논과 밭, 개울에 서식했는데, 도마뱀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도마뱀은 돌 틈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했는데 몸놀림이 재빨랐다. 장난감이 귀하던 시절 동네 아이들은 도마뱀을 붙들어 놓고 놀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꼬리를 자를 수 있다는 걸 아주 신기해했다.  

‘꼬리 자르기’라는 정치적 언어를 들은 것은 시골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시국이 어수선할수록 정치가 진흙탕 싸움이 될수록 ‘꼬리 자르기’라는 말은 사람들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구성원의 잘못으로 집단의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집단이 감추고 있던 잘못이 드러나 집단 전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 있는 자는 해당 구성원에게 책임을 지워 내쫓았다.

일본 도쿄 올림픽이 있을 때의 일이다. 운동장을 확장하기 위해 지은 지 3년 된 건물을 헐어야 했다.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뒷다리에 못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한다. 집주인은 인부들에게 그 못을 언제 박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인부들은 3년 전 집을 지을 때 박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3년 동안이나 못에 박힌 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모두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은 이 신기한 사실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그 도마뱀은 3년이란 세월 동안 못에 박힌 친구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이를 가져다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 한 출판사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공모한 적이 있는데, 그때 1등을 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 내용이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믿고 싶은 것은 ‘자기를 희생해 남을 살리는 모습’이 바로 우리 삶의 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고립무원의 친구를 오래도록 보살피는 도마뱀은 ‘꼬리 잘린’ 도마뱀인 게 분명하다. 상상해 보면, 친구에게 먹이를 구해 주려다 동네 아이들의 유치한 장난에 꼬리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예전 고향 마을의 도마뱀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의리의 도마뱀, 도마뱀의 의리가 사람 못지않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도마뱀보다 낫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꼬리 자르기’로 적당히 타협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뒷다리’ 잡기식 네거티브 공방으로 상대후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 공명에 눈이 멀며 뭇사람 위에 군림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한다.

진정한 목민(牧民)의 자세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인가.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 뽑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선거 참여와 올바른 선택. 이번 선거에서는 음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의 아픔을 내 일처럼 품을 수 있는 참일꾼이 선택되기를 기원해 본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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