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무너진 조선의 민생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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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무너진 조선의 민생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것은?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6.10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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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백성들이 모인 것, 백성들을 모으는 것은 재물(財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조선 세도 정치권의 무능에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곳곳에서 소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승정원일기> 고종 1년 갑자(1864) 1월 27일 기사를 보면 세도정치의 폐해로 국운이 기울어지는 조선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부호군 김진형은 어린 나이에 즉위한 고종을 향해 "대개 임금이 있으면 나라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형세는 나라는 있으나 믿을 것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나라란 것은 백성들이 모인 것이고, 백성들을 모으는 것은 재물(財物)입니다. 그러나 안으로는 궁부(宮府)가 모두 텅 비고 밖으로는 창고가 모두 고갈됐으니 어쩌겠습니까. 녹봉을 지급하는 것도 계속하기 어렵고 진휼곡을 내주기도 어려우며, 백성들이 날로 초췌해지고 온 팔도에 소요가 일어납니다"라고 상소했다.

세도 정치꾼들이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에 전념하다보니 국고가 바닥을 드러내 관원 녹봉은 물론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 줄 진휼곡마저 고갈된 최악의 상황이 됐다. 조선 세도 정치권의 무능에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곳곳에서 소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부호군은 “이러한 일들은 지난 역사에 없던 일들로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전하의 나라에 백성들이 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백성이 없는데도 나라가 있다는 것은 전고에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임금은 지극히 높은 자리에 처해 있어서 성색(聲色)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음식이 입과 몸에 딱 맞으며, 시종들이 부리기에 족한데, 혹시라도 이 가운데서 어느 하나라도 삼가지 않을 경우에는 끝내 성인이 되는 공부를 하는 데에 흠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 “공자가 말하기를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속이지 말아야 하며, 또 직접 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이 지금 진달드리는 것이 비록 아주 외람스럽고 참람한 것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속이지 않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직접 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도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속적인 내수경기 침체로 최악 수준의 청년실업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경제계 인사들의 하소연이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로 했다. 노동 현장에선 세부 가이드라인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중소기업 경영진들은 무조건 근로시간단축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가 야속할 따름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언급해 경제 보좌진들이 제대로 된 통계를 보고했는지 여부에 논란이 일었다. 야권과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경악하며 조속한 경제 정책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부호군은 즉위 초반의 어린 군주 고종에게 참혹한 조선의 현실에 대한 간언을 했지만, 고종은 끝끝내 병든 조선을 치료하지 못하고 일제의 침략을 막지 못하는 패도 정치를 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냉정한 시각으로 민생 현장을 살펴보길 바란다.

민생은 냉혹한 현실이다. 150여년 전 부호군 김진형의 “나라란 것은 백성들이 모인 것이고, 백성들을 모으는 것은 재물(財物)”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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