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읍소 전략, 이번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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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읍소 전략, 이번에도 통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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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용서해 달라, 잘 하겠다”…한국당, 고비마다 읍소 전략으로 돌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홍준표 대표는 10일에도 충남을 찾아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간 점, 이를 통해 국민이 실망하신 점, 저의 언행으로 인해 국민이 실망하신 점 모두를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주말 부산과 충남을 잇따라 방문, 유권자들 앞에서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여론조사 조작론’을 고수했던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좀처럼 보수 결집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읍소(泣訴)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진 홍준표…“용서해 달라, 잘 하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홍 대표는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편들기 여론조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를 넘었다”고 썼다.

또 “선거가 끝나면 이런 여론조사기관은 폐쇄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 “최소한 민주당은 10%정도 디스카운트하고, 우리는 10%정도 플러스 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8일에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사전투표 독려 회의에서 “(이번 선거 광역단체장 목표를) 애초 6곳이라고 했지만, 민생파탄을 보니 6개 플러스 알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한국당이 우세한 지역은 4곳, 경합우세 지역은 3곳,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 나머지”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재차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9일부터 홍 대표는 입장을 완전히 바꿔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날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의 중구 광복로 집중 유세에 참석한 홍 대표는 연단에 올라 “부산 시민 여러분들의 실망과 분노에 대해서 저희 당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 말씀드리고 사죄를 드린다”며 큰절을 했다.

이어서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저쪽에서 막말로 매도하는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재차 큰절을 한 뒤 “아무리 내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인식하고 몰아붙이면 할 수 없다. 정말 용서해 달라. 잘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건방지게 하지도 않겠다. 굴복하고 굴종하고 아무리 내가 옳더라도 많은 사람이 틀리다고 하면 내가 틀린 것을 받아들이겠다”고까지 했다.

10일에는 충남을 찾아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간 점, 이를 통해 국민이 실망하신 점, 저의 언행으로 인해 국민이 실망하신 점 모두를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말 그대로 ‘바짝 엎드린’ 셈.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결국 동정심에 호소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 한국당은 고비 때마다 읍소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 당사’다 ⓒ 뉴시스

선거 때마다 ‘엎드린’ 한국당…결과는 성공

실제로 한국당은 고비 때마다 읍소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 당사’다. 2004년 3월,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엄청난 역풍(逆風)에 휩싸였다. 여기에 이른바 ‘차떼기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은 전례 없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제17대 총선이 불과 2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박 대표를 ‘구원 투수’로 등판시켜 지휘봉을 맡겼다. 이때 박 대표가 선택한 것이 ‘읍소 전략’이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당대표를 맡은 그는, 취임하자마자 서울 여의도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기존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또 박 대표는 당 대표 방송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며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겠다. 간절한 이 마음을 받아주시고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한나라당은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제16대 총선보다 겨우 12석 줄어든 121석을 획득하며 제1야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치러진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사죄하는 큰 절을 했다.

아울러 김무성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윤상현 의원 등은 손 팻말을 목에 걸고 ‘도와 달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새누리당은 완패가 예상됐던 이 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8명(새정치민주연합 9명)을 당선시켜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김무성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윤상현 의원 등은 손 팻말을 목에 걸고 ‘도와 달라’며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청하기도 했다 ⓒ 뉴시스

읍소 전략, 이번에도 효과 있을까

다만 홍 대표의 ‘전략 변화’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1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는) 부러지면 부러졌지 휘어지지는 않는 스타일인데, 큰절까지 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더라”면서도 “(태도를 바꾸는) 타이밍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진작 이랬어야지…. 후보는 좋은데 당이 싫어서 안 찍는다는 판국에 계속 대통령만 때렸으니 잘 될 리가 있나”라며 “몇 달 전부터 ‘지금은 엎드려서 반성하고 참회할 때’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좀 일찍 이렇게 했으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자신을 보수 지지자라고 밝힌 부산의 한 유권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하다하다 안 되니까 쇼하는 거 아이가(아닌가). 사과를 할라면(하려면) 일찍 했어야지”라며 “아무리 저래도 이번에는 표 안 준다. 저란다고(저런다고) 표 주면 국민을 등신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경남의 50대 유권자 역시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면서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를 찍어도 사람 때문에 찍지 저런다고(홍 대표가 사과한다고) 찍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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