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남 진주] “김경수·김태호, 당선 가능성은 반반이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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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남 진주] “김경수·김태호, 당선 가능성은 반반이라예”
  • 경남 진주=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12 17:4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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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이자 ‘김경수 제2의 고향’ 진주…박빙 승부 예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경남 진주= 정진호 기자) 

▲ 진주는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나, 김경수 후보가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12일 진주성과 남강의 모습 ⓒ 시사오늘

경남은 6·13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지역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 ‘텃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홍준표 대표가 전임 도지사였던 지역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김경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경남은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도 크다. 민주당이 경남을 가져갈 경우 한국당은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축소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한국당은 ‘문재인 심판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아울러 ‘여론조사 불신론’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여론조사로도 경남 판세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앙일보>가 자체 조사연구팀을 통해 6월 1일과 4일 이틀간 무선전화면접 70%·유선전화면접 30%로 수행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46.0%를 얻어 29.3%에 그친 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주간동아>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6월 4~5일 이틀간 유선전화RDD 74.8%·무선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 25.2%로 실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46.5%, 김경수 후보가 45.0%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도 한국당도 서로 ‘디비졌다(뒤집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보수 텃밭 경남’이, 한국당은 ‘지방선거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에 <시사오늘>은 여론조사가 아닌 현장에서의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를 찾았다. 진주는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나, 김경수 후보가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곳이기도 하다. 또 김경수 후보의 모친은 지금도 진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텃밭’과 ‘김경수 제2의 고향’이라는 두 단어가 충돌하는 이곳에서, <시사오늘>은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민심의 향방을 살펴봤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진주시 가좌동에 위치한 경상대학교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 시사오늘

젊은층 중심으로 부는 ‘김경수 바람’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진주시 가좌동에 위치한 경상대학교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8일부터 이미 기말고사 기간에 접어들었기 때문. 그래서인지, 지방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험 준비로 바빠서 이번에는 투표를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물론 바쁜 와중에도 선거에 눈길을 주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한국당을 ‘혐오’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사오늘>이 가장 먼저 경상대 앞에서 만난 이모 씨(24·남)는 “어른들은 김태호 인물이 좋다고 하는데, 어차피 한국당 아니냐”며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당은 안 찍는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이모 씨(25·남) 역시 “이명박근혜가 감옥에 가있는데 또 한국당을 찍어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그냥 한국당이라고 다 뽑아주니까 발전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드루킹 사건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들어는 봤는데 솔직히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김경수가 했다는 증거도 없지 않냐”면서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학생도 ‘도지사 선거에 대한 주변 여론은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친구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거의 다 김경수라고 한다”며 “나는 이미 사전 투표를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어른들도 김경수가 진주 출신이라서 많이 좋아한다”며 “이번에는 (김경수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뉴스 보니까 한국당도 다 했던데, 지금까지 김경수한테만 뒤집어씌운 게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중·장년층에서도 김경수 후보 지지자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시내에서 이야기를 나눈 김모 씨(40·남)는 “김태호는 한국당인데 어떻게 뽑느냐. 한국당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잘하면 뽑아주고 못하면 안 뽑아줘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린다”고 강조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도 “한국당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일축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또한 “내가 지금까지 계속 새누리당(현 한국당)만 찍었던 사람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찍을란다”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돌아서는 게 제일 무섭다. 이번에 한국당이 망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자신의 팔을 들어 보이면서 “김경수가 대통령 오른팔 아이가. 그런 사람이 돼야 진주도 살아난다”고 했다. 

▲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국당에게 혐오에 가까운 시선을 보냈다 ⓒ 시사오늘

장·노년층 “인물은 김태호가 낫다”

그러나 장·노년층에서는 김태호 후보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컸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허모 씨(68·여)는 “김태호가 서글서글하니 사람들한테도 잘 하더라”며 “저런 사람이 도지사가 돼야 잘 한다”고 말했다. 또 “홍준표가 말을 막 해서 배기(보기) 싫었는데 김태호는 홍준표랑도 안 친한 것 같더라. 그제(그렇지)?”라고 되물었다.

다만 그는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드루킹인지 뭔지 들어는 봤는데 무슨 소린지 우리는 모르겠더라”며 “그런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노”라고 무관심한 태도를 내비쳤다.

자신을 7학년 3반(73세)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김경수는 (당선) 돼도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드루킹 사건에 김경수 후보가 개입됐다면, 당선돼도 재선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가리키는 듯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뉴스에서 나오니까 김경수가 잘못한 게 있는갑다 하는 거지, 우리는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옆에서 다가온 70대(추정) 남성은 “기자가? 요새 요(여기) 기자 많이 온다”면서 “여론조사 조작 많이 하는데 그런 걸 (기사로) 써야 한다. 나이 먹은 사람이 (여론조사) 전화 받으면 그냥 끊어삐는데(끊어버리는데), 나이 먹는 사람은 보수라서 여론조사도 안 한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 주장은 오해다. 관련기사 – [친절한 뉴스] 여론조사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894)

그러면서 “이 동네 사람들 전부 김태호 찍는다 카는데(찍는다고 하는데), 우찌(어떻게) 여론조사는 저쪽이 그리 높게 나오노”라며 “그런 걸 (기사로) 써야 진짜 기자”라고 꾸짖기도 했다.

대안동에서 만난 박모 씨(50·남)는 김태호 후보의 경험을 높이 샀다. 박 씨는 “요새 진주 경제가 진짜 어렵다”며 “김태호처럼 (도지사를) 해본 사람이 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했다가는 진짜 망한다”고 우려했다.

여당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같은 곳에서 만난 중년 남성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독주를 하면 안 좋을 것 같다. 견제도 해야 된다”면서 “한국당은 싫어도 김태호는 괜찮은 사람 같아서 밀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장·노년층에서는 여전히 한국당 김태호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샤이 보수’ 존재 가능성도 확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는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소수 의견일 경우 타인의 비판이나 고립이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지지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숨길 가능성이 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샤이 보수’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은 “나는 다른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 때문에 내려온 사람인데, 또래 동료들과 대화하면 놀랄 때가 많다”며 “여기(경남)서 계속 살아온 젊은 사람들 중에는 지역 분위기와 부모님 생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보수당 지지자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가 되면 그런 사람들은 잘 안 보이는데, 한국당이 워낙 쓰레기 취급을 받다 보니까 밖으로 잘 안 드러내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부담스러우니까 말은 안 하는 것 같지만 투표장에서는 다르지 않겠느냐. 그래서 김경수에 대한 분위기가 득표율로 연결될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절대 여론조사만큼 차이 안 나”

기자는 마지막으로 실제 여론과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 기사에게 진주의 분위기를 물었다. 택시 기사는 김경수 후보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샤이 보수’의 존재 가능성도 긍정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내일이 지방선거인데, 선거 분위기가 느껴지십니까.

“옛날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예. 그래도 다른 데보다는 여기가 (선거 분위기가) 날낍니더. 김경수랑 김태호랑 몇 번씩 왔다갔어예. 김경수가 여기 출신이라서 김태호도 긴장을 하는갑지, 하하.”

-누가 좀 더 우세한 것 같나요.

“모르겠심더. 원래 요(여기)는 보수인데, 박근혜 때문에 이제 그것도 아니라서. (지난 대선 때는 홍준표 후보가 이겼다고 말하자) 그때랑도 또 달라예.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이나 민주당 민주당 했는데, 요새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도 민주당 찍는다는 사람이 많아서. 김태호가 인물이 좋은데 당이 싫어서 안 찍는다는 사람도 있어예. 참 정치 웃긴기지. 옛날 같으면 반대였을긴데.
김경수가 또 진주 출신 아입니꺼. 동명고등학교. 진고(진주고등학교)를 나왔으모 확실히 이겼을긴데, 하하. 암튼 김경수가 진주 출신이라서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좋아합니더. 대통령이랑 친하니까 힘도 있을기고.”

-김경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뭐 분위기는 그런데, 또 (투표함을) 까봐야 알지예. 전에 김경수 왔을 때 전부 다 젊은 사람들이 모였다카던데. 지금 진주시내 대학교들 전부 시험기간 아입니꺼. 그럼 투표하러 안 가지 젊은 아들(아이들). 나이 먹은 사람들도 지금은 한국당 싫다케도, 막상 투표장 가면 민주당 못 찍는 사람 많을긴데.”

-샤이 보수가 있다고 보십니까.

“있지예. 우리 아들내미가 경상대 다니는데, 뉴스 보면서 그라더라꼬. 지 친구들 사이에서 김태호 뽑는다고 하모 왕따되는 분위기라고. 오히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별로 신경 안 쓰고 다 말하는데(웃음), 젊은 아들(아이들) 중에 김태호 좋아도 말 못하는 아들(아이들) 꽤 있을깁니더.”

-기사님은 누가 당선될 것 같으세요.

“분위기는 김경수가 유리한 거 같긴 한데, 또 몰라예. 나이 먹은 사람들 막상 투표장 가면 민주당 못 찍거든. 나만 해도 한국당 저것들 왜 저라노, 한심하다 하면서도 또 김태호 찍었거든, 하하. 김태호는 사람이 괜찮으니까. (여론조사만큼 차이가 날 것 같냐고 묻자) 아이고, 절대 그 정도는 (차이) 안 납니더. (여론조사만큼 차이가 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질게. 김경수가 이긴다캐도, 얼마 차이 안 날깁니더. (당선 가능성은) 반반이라예.”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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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쭈쭈쭈쭈쭈아가 2018-06-12 18:09:06
거짓말아무리해도 진실은 드러난다 빨리 속죄하고 국민께 사과 부터하고 물러가라. 아무리 좌파얼굴이 두겁다고하나 이렇게까지 국민께 실망만주냐. 빨*이 김경수는 자수하고 과명 찾아라 드루킹 특검하면 바로 나온다니 들 땜 온 세상이 믿을수없는 신뇌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거아냐 좌파들은 자기 잘 못을 모르는 거알지. 만국민을 속이고도 가수있다 생각하나.

아지따 2018-06-12 18:10:25
http://blog.libertykoreaparty.kr/221286603647
김경수 후보 대박!

용쓰냐? 2018-06-13 10:44:07
ㅋㅋㅋㅋㅋㅋㅋ800명 남짓 유선조사로 앞질렀데 ㅋㅋㅋㅋ 애쓴다

진주시민 2018-06-14 01:59:41
택시 기사님 의견이 정확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