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숙정 폭행 파문…‘진보의 심장을 찌르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이숙정 폭행 파문…‘진보의 심장을 찌르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03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숙정 파문, 그리고 ‘정치 진보’와 ‘생활 보수’의 딜레마

“너 나 몰라.” 이숙정 성남시의원이 공공기관 여직원에게 이 한마디를 던지며 무차별 폭행 위협을 가했다.
 
그가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실망과 분노를 넘어 맹포격을 가했다. 그렇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민노당 소속이다. 그런 그가 일하는 노동자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민중과 함께 한다던 진보의 심장을 찌른 채.  
 
그렇게 이숙정 씨의 행동은 진보진영과 정치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탐욕적 치부를 드러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고백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아픔이 뼛속 깊이 밀려오는군요. 비록 십만 명 중 한명의 행위일지라도 진보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모습의 한 조각임을 부인할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진보정당은 그간 선거 때마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결정한다’는 고전적 명제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계급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그들 스스로 존재를 배반했다. 인간 영혼에 있어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 것이 사회주의라던 프랑스 사회주의자 레옹 블룸의 말도 손쉽게 뒤집었다. 일종의 의식 지체현상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주와 절차적 정의, 인권을 부르짖지만, 생활은 권위와 독선, 아집으로 사로잡힌 모습. ‘진보 정치’와 ‘생활 보수’ 사이의 딜레마. 왜 우리는 실천적 진보를 형성하지 못했을까 하는 실종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문제가 진보진영에게 남은 셈이다.

국민들은 진보진영에게 묻고 있다. 정치적 진보뿐 아니라 생활문화와 감성 등도 변화를 요구받는, 또 다른 혁명을 할 준비가 됐는가를. 또 속물적 감상주의와 개인의 존엄을 교환가치로 보는 구태와 결별할 용기가 있는지를.

진보진영의 사상적 은사인 고(故)리영희 교수는 “지성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식과 실천의 결부, 그리고  끊임없는 성찰”이라고 역사학자 카(E.H. Carr)는 “진보에 대한 믿음은 불가피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구체제)과의 한판 승부를 펼칠 진보진영의 건투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