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고은 작가의 죽음…
“한나라당 대변인님, 왜 논평 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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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고은 작가의 죽음…
“한나라당 대변인님, 왜 논평 안하세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10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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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밥이랑 김치 좀 주세요”…MB-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의 ‘복선’

시나리오 작가가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32살의 젊고 유망한 작가였던, 그의 이름은 ‘최고은’이다. 故 최고은 작가는 자신의 이름과 정반대의 삶을 살다갔다. 이 불편한 진실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스쳐지나갔다.

정치권이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때 이명박 대통령이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 같은 분들의 손자나 손녀야 무상급식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한 선별적 복지에 힘을 보탠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8일 2011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야당은 복지예산이 삭감됐다며 결사항전으로 맞섰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이라고 반박했다.
 
안상수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등은 지난 1일, 설 연휴를 맞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책자 하나를 배포했다. <2011년 한나라당 행복보고서>라는 이 책자에는 “올해 예산은 사상 최대의 복지 예산이고 취약계층 등을 향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 등이 담겨 있다”고 친절한 설명이 나열돼 있다.

그리고는 일주일 뒤 최 작가가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이 불편한 진실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현실, 그 자체다.

더 불편한 진실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3당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10일 오전까지 최 작가에 대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불편한 진실을 넘어 불쾌한 진실인 셈이다.
 
그들은 마치 1950∼70년대에 있을 법한 “남은 밥과 김치 좀 주세요”라고 한 그의 말을 보면서 아무런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일까.

부자아이들에게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사치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취약계층을 선별할 방법적 대안이 있는가.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 그런 데이터 조사는.

최 작가의 죽음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급부를 위한 급조된, 선별적 복지의 ‘복선’이라면 과잉 해석한 것일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 2008년 10월 기초생활보장제도조차 못 받는 신(新)빈곤층이 160만여 명에 달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현장에서 뛰는 사회복지전문가들이 추산한 300∼400만 명에 달하는 신(新)빈곤층, 이들을 어쩔 셈인지 묻고 싶다.

평화·평등·생태·연대의 사회민주주의 복지의 근본이념은 간단하다. 정부의 복지 혜택이 내가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스스로 재정 확충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근데, 한나라당 대변인님, “왜 故 최고은 작가님에 대한 논평은 안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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