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이모작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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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이모작 독서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06.2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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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지난 주말 타계한 김종필(JP) 전 총리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만 권의 책을 소장했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보다 장서가 많았다고 합니다. JP는 동서고금 역사에 정통하고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것 같습니다. 청소년 시절 밤새 책 한 권을 읽어야 등교하는 ‘일야일권(一夜一拳) 독파주의’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책을 가까이 두고 읽는 습관이 JP 박학다식의 자양분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기품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독서해라.” 19세기 초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씁니다. 자신처럼 역적이 된 폐족(廢族)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은 독서뿐이라며 손에서 책을 놓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부친의 당부 덕분인지 장남 학연은 공부에 매진해 벼슬을 하고, 아우 학유는 ‘농가월령가’를 지은 문인으로 성장합니다.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독서시간은 하루 평균 6분이며,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책이 이렇게 홀대 받은 적은 없을 것입니다.

책 한 권 읽은 사람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얕은 지식과 편협한 사고로 판단을 잘못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8년 올해를 ‘책의 해’로 정하고, 생활 속에 책 읽는 습관이 뿌리내리도록 여러 행사를 기획해 펼치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작가 송숙희는 저서 <읽고 생각하고 쓰다>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삶이 책을 통해 어떤 귀띔을 하는가를 알아차리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오는 게 책입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공공도서관에 들러야 하고, 공공대여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서점을 가보는 것도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자전거 타기와 책 읽기의 결합은 운동과 독서를 한꺼번에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자전거와 책의 조합처럼 두 가지를 함께 실천하는 ‘이모작 독서’는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이모작이란 종류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작물을 같은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방법입니다. 이모작 농법으로 수확량을 늘려 가듯 이모작 독서로 생활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과 저것을 융합하면 이모작이 될 수 있겠는데!’ 책+지하철+음악, 실내자전거+책+음악, 자전거+도서관+책…. 이런 저런 실천법을 생각하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머리 회전도 활발해져 이롭습니다.  

비가 내리면 물은 고랑을 내며 흘러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랑은 파이고 깊어져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때론 실개천이 돼 흐르기도 합니다. 책 읽는 습관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죠. 저마다 마음속에 작은 고랑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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