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들고 나온 민주당, 한국당 ‘TK 고립’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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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들고 나온 민주당, 한국당 ‘TK 고립’ 현실화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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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PK 갈등에 ‘사실상 백지화’됐던 사업…민주당, PK 위해 재추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쐐기’를 박으려 하는 것일까.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송철호 울산시장·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26일 공동 정책간담회를 열고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골자로 하는 협약문을 발표했다.

‘영남권 신공항’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갈등을 우려, 사업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재추진이 TK·PK ‘갈라치기’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오거돈 부산시장·송철호 울산시장·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26일 공동 정책간담회를 열고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TF 구성을 골자로 하는 협약문을 발표했다 ⓒ 뉴시스

한국당, TK·PK 갈등에…‘신공항 백지화’

‘영남권 신공항’은 영남권 주민들의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한 데서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 뒤를 이은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신공항 유치는 자연스럽게 영남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영남권 신공항의 유력한 유치 후보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였다. 문제는 이 사안으로 인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이 대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TK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이지만 지리적으로 TK와 인접해 있는 밀양을 지지했고, PK는 부산 가덕도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텃밭’인 TK와 PK의 갈등을 걱정했던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했다.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낮았던 데다, 밀양과 부산 중 어느 한 곳으로 결정할 경우 TK와 PK가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이명박 정부의 결단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공약 파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제18대 대선 과정에서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부산에서 “부산시민 여러분이 바라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거쳐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TK와 PK의 갈등을 우려한 조치였다. 

▲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거쳐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TK와 PK의 갈등을 우려한 조치였다 ⓒ 뉴시스

민주당, PK에 신공항 선물하고 TK는 고립?

이런 배경 탓에 사실상 백지화됐던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민주당이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신공항을 매개로 차제에 TK와 PK를 갈라놓은 뒤 TK를 고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한국당과 달리 TK에 ‘빚’이 없는 민주당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올인’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 이 경우 민주당과 PK의 연결고리는 강화되고, 자연스럽게 한국당은 TK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한국당에서는 민주당의 ‘신공항 불지피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까지 참여한 가운데 당선자 신분에 처한 대표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면서 노골적으로 영남권 지역 갈등을 유발시키는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지난 10년간 심각한 갈등을 겪어 온 국책 사업”이라며 “가까스로 10년 만에 정리되고 봉합된 문제를 이 시점에 다시 꺼내 혼란을 부추기는 저의가 어디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영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에 건설될 경우, PK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민주당의 ‘외통수’에 걸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민주당이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이상, 한국당은 어떤 반응을 내놓든 TK와 PK 중 한 쪽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한국당)가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하면 TK가 돌아설 테고, 반대하면 PK가 돌아서는 형국”이라며 “민주당이 아주 고약한 수를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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