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 또 ‘사망’…노동 현실의 불편한 진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배달 노동자 또 ‘사망’…노동 현실의 불편한 진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15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유니온 “비정한 사회가 낳은 비극적 현실” 민노-진보 “제도 개선 촉구”

“OOO 피자 맞죠? 피자 주문한지 30분 넘었는데, 아직 도착 안 했어요. 빨리 좀 갖다 주세요. 빨리 배달되지 않으면 왜 주문해서 먹어요. 직접 가서 사먹지…”

‘빨리빨리’ 문화가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행동강령으로 자리 잡은 그 빠른 문화의 이면은 어둡고 위선적이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논리 속에 숨어있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천시와 계급 문화 등 가치 기준의 획일화가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엔 10대 피자 배달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24세 대학생 배달 노동자 사망 사건에 이어 두 달도 채 되기 전, 또다시 배달 노동자 사고가 반복됐다.

특히 13일 불의의 사고를 당한 10대 배달 노동자 김 군(18)은 버스와 충돌해 즉사했다. 김 군은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26일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빚쟁이는 그만, 우리도 미래를 꿈꾸고 싶다>의 청년 가계부 발표 기자회견. 맨 오른쪽이 김영경 위원장.     ©뉴시스


청년노조인 청년유니온은 15일 긴급성명을 내고 “혼미한 정신 상태에 빠지는 밤샘 근무를 하지 않고서는 저임금에 저당 잡힌 현실을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 그리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 비정한 사회현실이 낳은 필연적 비극”이라며 제도권 세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것이 21세기 첫 10년, 우리의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언제까지 이 비정한 사회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또 어딘가에서 이어질지 모를 죽음의 행렬을 막아야만 한다는 절박감에 진정어린 변화를 호소한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가 아닌 구체적 변화”라고 일침을 가했다.

진보정당들도 나섰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중대한 복지”라며 “소위 ‘알바’ 등 단기고용 청년노동자들은 사실상 산재보험에서 원천 배제돼 있다. 민주노동당은 5인 이하의 사업장에 사회보험료의 정부지원으로, 산재보험 등 4대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을 반드시 실현시켜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동부가 단시일 내 관련법 개정은 어려웠다 하더라도 사업장 행정지도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쳤더라면 두 번째 사고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부는 제3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제라도 하루빨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형 피자업체들도 배달노동자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30분 배달제를 즉각 전면 폐지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누차 강조하지만 소비자 역시 빠른 배달이 안전한 배달에 결코 우선할 수 없음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10대 배달 노동자의 사망 원인은 30분 피자 배달제가 아니라 버스의 신호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사망한 김 군은 13일 오후 6시 30분경 교차로 신호가 바뀌자 바로 좌회전을 하던 중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영등포역 방면에서 신도림역 방향으로 직진하던 버스와 충돌했다.

김 군이 일했던 피자업체에 대한 마타도어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 내 만연돼 있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 미비와 30분 배달제에 숨어있는 비인권적 행태는 여전히 현존하는 실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