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우디 원전 예비사업자에 선정…기뻐하기 이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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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사우디 원전 예비사업자에 선정…기뻐하기 이른 이유?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7.0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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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원전 참여 희망국가들도 모두 선정돼… 수주 쉽지 않아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2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민관합동 '사우디원전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에서 셋째부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전력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총 2.8GW 규모의 원전 건설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예비사업자에 선정됐다.

그러나 예비사업자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당초 경쟁 입찰에 참여했던 모든 나라가 포함돼 향후 수주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1.4GW급 2기의 사우디 신규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업자를 미리 선정하는 영국 원전사업이나 정부 간 협약에 의한 수의계약을 하는 이집트⋅터키 원전사업과는 달리, 이번 사우디 원전사업은 경쟁 입찰 방식이다.

한전은 지난 연말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입찰정보요청서(Request For Information, RFI)에 대한 1500쪽짜리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우디는 각국의 원전건설 역량 평가를 통해 입찰에 참여한 한국·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개국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한전 측은 이번 예비사업자 선정에 대해 “한국이 원전 강대국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적·상업적 측면에서 사우디의 요구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향후 최종 계약자로 선정될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엔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수출한 자신감도 작용한다. UAE에 이어 사우디에 원전이 수출된다면 이른바 중동지역 원전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한전 측의 희망 섞인 전망이다.

이러한 희망 이면에는 일자리 창출 및 국내 원전산업의 지속성장이라는 한전의 바람 또한 작용한다.

사우디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게 사실이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을 만나 적극적 원전수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은 UAE 원전 건설 경험과 경제적 건설비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우디 현지 원전산업 로드쇼와 전시회 개최, 원전협력 MOU 체결에도 주력했다.

그러나, 향후 사우디 원전 수주는 한전 측의 바람과는 달리 마냥 낙관적이진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초 한전 측은 한국을 포함한 2-3개국만 예비사업자에 들어갈 것을 바랐으나 현실은 달랐다. 1단계 입찰에 참여한 5개국 모두 선정됐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사우디의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국 정부도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고위급을 접촉하며 상당한 외교력을 기울였다. 미·불·중·러 4개국 모두 나름대로 사우디 원전 수주에 승산과 강점이 있다. 

우선, 미국은 사우디 핵확산 방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원자력 협정 요건과 자국의 원자력 업체 진출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핵보유국을 지향하는 이란을 의식하는 사우디 입장에선 미국이 내미는 손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에 비해 러시아가 원전사업을 수주한다면 사우디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면에서 미국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반대급부가 있다.

원전 수주에 있어 정치·외교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 또한 해외 원전 수주 경험이 있는 ‘원자력 강국’이며, 수주 가능성은 가장 희박하나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그만큼 사우디 원전 건설에 참여를 희망한 모든 국가가 예비사업자에 포함된 것은 수주 가능성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부에선 입찰에 참여한 각 국의 합종연횡(合從連衡)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번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 건을 계기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일 원자력 학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탈원전 패러다임을 부르짖으면서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를 통해 국내 원전 인력 및 노하우를 계승하고 원전산업의 지속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한전이 힘을 쏟고 있는 이번 수주가 불발될 시 정부가 내세우는 국내 원전산업의 탈출구 모색은 그만큼 사그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비롯한 원전사업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사우디원전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와 원전산업계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사우디 원전 최종사업자 선정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소위 '본격적인 원전수출 총력대응'에 들어간 관계자들의 모습이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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