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노동자 사망사고…구조적 문제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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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노동자 사망사고…구조적 문제 바라볼 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7.0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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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전관리 책임 떠넘기는 '하청의 재하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동부건설 공사현장 노동자 사망사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유가족들의 가슴 아픈 호소에 누리꾼들이 호응하면서 고인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참여인원이 2만2500명에 육박한다.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가운데, 단일 사례에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낸 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고가 벌어진 건 지난 5월 27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하고 동부건설이 시공을 맡은 '영주시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현장 중 율평지하차도 박스구간 2BL 작업에 투입된 A씨가 포크레인이 든 배수관에 부딪혀 숨졌다.

유가족들은 △목수인 A씨를 배수관 연결 작업에 동원한 점 △2인 1조로 움직여야 함에도 A씨 혼자만 투입됐다는 점 △관리감독자 부재와 안전장치 전무 등을 들어 시공사인 동부건설의 허술한 현장 안전관리가 비극을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측은 사고 당시 현장 안전관리자와 현장소장이 휴가를 떠났고, 작업반장과 작업감독자가 현장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동부건설은 유족들과의 합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들은 더이상 이 같은 불행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 안전관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안타깝게도 다소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는 하루 평균 1.59명이 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5년 안전불감증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493명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점차 다시 증가, 지난해에는 579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세상을 떠났다.

건설사들은 거듭된 현장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비현실적인 공사비를 꼽고 있다. 물론, 이것도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지만 더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하청의 재하청'이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불법 하도급은 일종의 관행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게 전체 공사 수행을 맡기고, 그 하청업체는 또 다른 수많은 하청업체들에게 각종 공사를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현장 관리감독 책임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응당 책임을 져야 할 원청은 하청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하청은 재하청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

현장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자신들이 고용한 인력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하청도 마찬가지다. 재하청 역시 그 밑의 하청업체에 책임을 묻는다.

하청의 잘못을 원청에게, 재하청의 잘못을 하청에게 따지면 그들은 항상 그럴듯한 핑계를 늘어놓는다. 다른 회사에게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는 건 부당한 경영개입이라고 한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됐다. 원청인 동부건설은 H사(社)외 총 3곳의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J사 등이 해당 현장 관련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청의 재하청에 따른 인재라고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동부건설 공사현장 노동자 사망사고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전달된 걸까,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까지 대형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불시에 민관 합동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을 지난 2일 밝혔다.

국토부 측은 "95% 가량 되는 소규모 건설 현장은 재해율이 줄었지만, 대형 건설현장은 오히려 사망자 수가 늘었다"며 이번 점검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하청의 재하청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익히 파악하고 있는 사안이다. 적폐청산의 시대다. 정부와 업계가 이 부분에 있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더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유가족들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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