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주평화당 현실, “출구가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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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주평화당 현실, “출구가 안보여”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07.03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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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지지율 답보·호남여론 악화에 ´발등에 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세력의 과제와 개혁입법연대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뉴시스

"이제 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3일 개최한 긴급 좌담회의 제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향한 메시지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지금 민주평화당이 처한 난처한 상황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이날 좌담회엔 안진걸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발제를,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직접 사회를 맡은 천 의원은 "역사상 유례없는 촛불국민혁명과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 개혁과 변화의 기회를 개혁정치세력이 살려야 할 책무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면서 "국민들이 만들어준 157명 의석으로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고 촛불국민혁명의 요구를 법전에 촘촘히 새겨 향후 어떤 정치권력이 들어서더라도 이를 되돌리지 못하게 해야 할 때다.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면 1년 반 여 남은 20대 국회 후반기에 촛불국민혁명의 명령인 개혁입법을 모조리 성공시킬 수 있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천 의원이 언급한 157명의 숫자는 민주평화당 14석에 더불어민주당의 130석, 정의당 6석, 무소속 김종훈·이용호·손금주 등 3명을 포함시킨 숫자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으로의 이동을 위해 출당을 요구중인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 4명도 합친 숫자다. 예컨대 범여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들을 전부 끌어모은 최대치다.

또한 천 의원은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면 1년 반 여 남은 20대 국회 후반기에 촛불국민혁명의 명령인 개혁입법을 모조리 성공시킬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에 개혁입법을 이루기 위한 배짱과 의지가 있느냐가 개혁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문재인 정부는 개혁입법에 관한 한 식물정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한 강한 압박이다.

개혁입법연대는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민주당이 아직 적극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격론중인 바른미래당, 강하게 찬성하는 정의당 등이 설왕설래 중이다.

그런데 궁금증이 인다.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던 민주평화당은 왜 갑자기 개혁입법연대의 선봉에 서게 된 걸까. 범여권 관계자들은 '민주평화당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당지지율이다. 민주평화당의 정당지지율은 창당이래 지속적으로 원내정당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심지어 한 여론조사에선 정당지지율 0%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달 28일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평화당은 2.3%에 그치며 그나마도 3%에서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의당이 10%를 돌파하며 약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진급 다선 의원들이 여럿 있지만 언론의 주목도도 예전같지 않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 꾸려진 개표상황실도 한산했다. 3일 열린 좌담회에 온 취재진의 숫자도 천 의원 등의 '이름값'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을 정도다.

자연스레 당내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내 기초단체장에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한 후보는 지난 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 지지율이너무 낮으니 의미있는 득표율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했지 않나. 의원들이야 총선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지만…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다음으론 지역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민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호남에서만 5석을 내면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지만, 국민의당 수준의 돌풍을 기대했던 당에게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그나마도 민주당의 공천실패라는 진단이 있다. 광주 정가의 한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공천만 잘했어도 민주평화당은 전멸했을 것"이라면서 "2016년 국민의당 돌풍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민주평화당으로선 보기보다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대로 존재감을 잃어가다 보면 와해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혁입법연대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껏 우리(민주당)에게 날을 세웠던 국민의당, 현 민주평화당이 제의한다는 데서 어떤 저의가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보기보다 훨씬 급한 것 같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짐작한다. 개혁입법연대는 그 돌파구"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 표본오차)이며,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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