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지난 1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자신의 SNS에 쓴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이 나름 화제다.
김 사장은 재료인 콩(석탄·가스)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졌다며, 이로 인해 “두부 소비가 대폭 늘어나고, 원래 콩을 두부보다 더 좋아하시던 분들의 소비성향도 두부 쪽으로 급속도로 옮겨 간다”고 했다. 이를 ‘소비왜곡’으로 규정하며 외국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장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전기의) 정상가격을 받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다수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어 시행한다”고 밝혔다.
결국 탈원전 패러다임 속에서 전기료를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솔직히 소통을 명분으로 SNS에 한전 사장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익숙지 않다.
물론 SNS가 일부 정치인이나 연예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 대표가 비유까지 들어가며 자신의 정책 방향을 대중에게 넌지시 던져보는 모양새는 분명 낯설다.
정치적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오해의 소지도 있지만, 자칫 전형적인 ‘발롱 데세(ballon d’essai)’로 비춰질 수 있다. ‘애드벌룬 띄우기’는 정치인들의 전가보도(傳家寶刀)이지,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공기업 수장의 보편적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기자에게만은 왠지 김 사장의 비약과 모순이 먼저 다가온다.
김 사장은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다 보니 가스와 석탄 등 1차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도 가스와 석탄을 연료로 만드는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자원 낭비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피력했다. 이는 곧 심야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김 사장의 명분이 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심야 전기를 이용하는 주체는 주로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국가경제 비중이 보다 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많다는 것은 김 사장도 인정한 바다.
더군다나 김 사장은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CEO까지 지낸 인물이다. 한전 사장직에 오른 이유 중 하나도 대기업에서 이른바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의 달인’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력을 지닌 김 사장이 원가 절감 등으로 수익을 내려는 기업 경영의 원칙을 모를 리가 없다. 당장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도 적자를 보전하려는 대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은 SNS에서 “원래 콩을 좋아하시던 분들이 콩 소비로 되돌아 오도록 하면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간과한 것이 있다.
콩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당초 쌌기 때문에 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콩보다 가공품인 두부가 훨씬 싸다면, 보다 저렴하게 같은 효과를 누리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콩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굳이 두부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것은 이해불가다. 게다가 콩 소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은 정작 따로 있다. 김 사장은 자신이 말했듯 두부공장 경영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사장이 SNS에서 생필품이라 한 두부는 솔직히 우리에게 필수불가결의 품목은 아니다. 아무리 몸에 좋고 싸도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국민생활의 일부다. 각 부문에 걸쳐 보다 저렴한 국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한전의 책무다.
두부 만들 때 비싼 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싼 콩도 있다.
그렇다면 싼 콩을 써보는 것도 두부공장 사장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 싼 콩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며 두부공장 사장이 직접 해외에 수출까지 하려 한다.
구조조정과 현장경영의 달인에게 던지는 기자의 치기(稚氣) 어린 우문(愚問)이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