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김성태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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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성태가 옳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7.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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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 원인은 중앙당의 비대한 권한…슬림화 방향성은 맞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해체’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오늘부로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곧바로 중앙당 해체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오늘 이후 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급 위원장, 본부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 등 당직자 전원의 사퇴서를 수리하고 비상대책위 구성을 위한 위원회와 질서 있는 당 해체와 혁신을 위한 구태 청산 TF를 동시에 가동하겠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해체’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혁신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드리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며칠 동안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일련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당의 ‘혁신 로드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원내중심정당으로의 전환 △당 정체성 재정립 △강도 높은 인적쇄신이 그것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선교 의원은 “(중앙당 해체 선언은) 좀 오버하신 것”이라며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갖고 나온 것으로 봐서는 또 다시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민심은 저희에게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지만, 그 변화는 진정성 있는 변화여야 한다”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가치를 잃어버리는 표변이나 돌변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 역시 “우리가 가진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담을 그릇이 문제였다”며 당 정체성 재정립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

강도 높은 인적쇄신에 대해서도 이른바 ‘복당파’들이 ‘친박(親朴)’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일부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이 ‘반대파’를 쳐내고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이 제시한 혁신 로드맵 세 가지 전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김 권한대행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김 권한대행이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는 의견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었다. 충분한 당내 논의 없이 혁신안을 발표한 것은 문제가 없지 않지만, 혁신안의 방향성 자체는 한국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꿰뚫고 있다는 평가였다. 아래 내용은 이번 혁신안에 대한 당 안팎의 긍정적 반응과 그 이유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한국당 내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 분위기다 ⓒ 뉴시스

-요즘 한국당이 시끄럽다. 혁신안 영향이 크지 않나 싶은데,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당대표 권한대행이라도 중앙당 해체 같은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당내에서도 혁신안이 옳은 절차를 밟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고 본다. 일단 한국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했고, 그에 맞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김 권한대행이 파악한 한국당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한국당이 무너지기 시작한 게 2016년 제20대 총선부터다. 선거 한참 전부터 벌써 이긴 것처럼 친박·비박이 싸워대고, 공천 나눠먹기를 하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심판을 한 거다. 그런데 이게 벌써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도 짜증이 난 거지. 결국 한국당이 살아나려면 일단 계파 갈등부터 없애야 한다.

그러면 계파 갈등은 왜 생기느냐. 이게 중앙당 문제랑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중앙당이 자금이나 조직 이런 걸 다 갖고 있다. 이러다 보니까 당대표가 엄청난 권력을 갖는 거다. 이렇게 당대표가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의원들은 당대표 ‘깜’이 되는 중진 의원들에게 줄을 서려고 한다. 이래서 계파가 생기고, 당권을 잡으려고 싸우게 된다.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 과정의 반복이다. 그래서 김 권한대행의 중앙당 슬림화가 옳은 방향이라는 거다.”

-하지만 당내 잡음은 오히려 혁신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는 데서 비롯된 거 아닌가.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중앙당 슬림화는 국민들한테 ‘이제 안 싸우겠습니다’ 하는 거랑 똑같다. 그런데 그냥 안 싸운다고 표를 주나. 안 싸운다고 칭찬하는 건 5~6살짜리 애들한테나 하는 거지. 정당은 가치와 정책으로 말하는 거다. 안 싸우고 전부 힘을 합쳐서 ‘남북정상회담은 쇼’ 같은 소리나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김 권한대행이 ‘뉴 노멀 뉴 보수’라고 했는데, 그게 이제 국민들에게 ‘한국당은 이제 어떤 가치를 추구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거다. 그러려면 사람을 바꿀 수밖에 없다. 케케묵은 구식 보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냉전적이고 수구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들을 영입하고 그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면서 정책도 내놓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겠나. 혁신비대위원장이 칼을 쥐고, 확실하게 물갈이를 해야지.”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이 성공하리라고 보나.

“그건 알 수가 없다. 방향은 맞는데, 현실과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중앙당 슬림화만 봐도, 당대표 권한이 줄어들면 결국 오픈 프라이머리로 가야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는 부작용이 더 많다. 그냥 중앙당 슬림화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거기에 달려 있는 이해관계자들이나 시스템을 전부 싹 뜯어고쳐야 한다. 이게 가능할 것이냐가 첫 번째 문제다.

또 당 정체성을 바꾸는 거라든가 인적 청산을 하는 것은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원들의 반발도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비대위원장이 이런 반발을 이겨내고 강단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 여기 대해서도 ‘글쎄’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시작만 거창하고 끝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그나마 기대를 할 만한 구석은, 이대로 가면 당이 진짜 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 정도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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