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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수건 진보건 오버하면 망한다
<강상호의 시사보기>문재인 정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 명심해야
2018년 07월 12일 04:03:31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제19대 대선 전 서울가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논쟁이 있었다. 후일 박근혜 정권에서 방통심의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박효종 교수가 국가정체성을 위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논지를 폈고, 필자는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 그랜드볼룸에는 전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청중들이 참가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반대 토론을 마무리할 때 쯤 소동이 발생했다.

그랜드볼룸 뒤편에 앉아있던 청중 중에서 보수성향의 참가자 4~5명이 ‘좌파 교수 끌어내라’고 외치며 연단 앞으로 질주해 왔다. 일부는 연단 아래에서 필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욕설을 했고, 일부는 사회를 보던 김모 교수에게 ‘당신이 좌파 교수를 섭외했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필자는 발언을 중단하지 않았다.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러분, 여기 모이신 많은 분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차기 대통령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신다면, 박 후보가 신촌에서 테러를 당하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흥분한 주변 당원들에게 남긴 한마디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한마디는 ‘오버하지 마세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절대 오버하지 마세요.” 단호하게 말하고 단상에서 내려와 앞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까지 따라 온 사람들은 한참 동안 필자를 위협하고 돌아갔다. 옆에 있던 박효종 교수가 “강 교수님,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진보세력이 주최하는 강연장에 가면 똑같이 당합니다”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자신을 좌파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좌파-우파 어느 진영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좌파-우파라는 진영논리를 떠나 이슈에 따라 당위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신은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도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있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가 2년 차에 들어섰다. 작년 말 박근혜 정부에서 봉직했던 고위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것을 보고 필자는 이를 조선시대 사화(士禍)에 빗대서 ‘정유사화는 적폐청산인가 정치보복인가’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7년 연내에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로 이어져 무술년에도 확산되었다. 청와대 핵심세력들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아직도 통합보다 과거 청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청산작업이 길어지면 부작용이 따랐고 종국적으로 부메랑이 되었다.

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새옹지마가 떠올랐다. 6·13 지방선거 압승이 이 정권을 오만하게 만들지 않을까. 적폐청산이 혁명적 분위기로 변질돼 문화혁명처럼 진행되지 않을까. 그 결과 사회적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문 정부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까. 지방선거의 여세를 몰아 차기 제21대 총선에서 단독 개헌선인 국회의석 200석을 확보하겠다는 꿈이 한 순간 무지개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이 오버한 것일까. 아니면 문 정권이 오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 문 정권이 이미 오버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7월 10일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기무사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소위 기무사가 촛불집회 당시 작성했다는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군 일부에서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상부의 지시를 받고 출동한 군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이 위법인가 아닌가 논쟁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이처럼 전격적으로 수사를 지시한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대통령의 이번 지시 이면에 군과 기무사에 대한 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편견이 있지 않나 우려된다.

기무사 독립 수사 지시뿐만 아니라 적폐청산을 이유로 박근혜·이명박 정권 하에서 정책결정과 집행에 참여했던 공직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과거 명령을 받아 작전을 수행한 군인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공직사회의 기강과 군 명령체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자가 향후 정치변화와 본인의 이해관계를 계산하고 중간 수준의 간부나 현장 지휘 책임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공직 체계와 군 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있다. 우리는 옳고, 모든 것을 우리의 생각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집권의 의미는 권력을 주도한다는 것이지 권력을 독점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보수건 진보건 오버하면 다 망한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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