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경제②]스타트업 고사? 엇갈리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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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경제②]스타트업 고사? 엇갈리는 IT
  • 전기룡 기자 손정은 기자
  • 승인 2018.07.1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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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손정은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향상시키겠단 취지 하에 지난 1일부로 시작됐지만, IT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특히 O2O업계에서는 이른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고 얘기하는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자칫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제기했단 이유에서다.

▲ O2O업계는 최대 52시간 근무가 아닌 그보다 17시간 적은 35시간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어때

17일 O2O(온·오프라인 연계)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최대 52시간 근무가 아닌 그보다 17시간 적은 35시간 근무를 시행하면서 실적 개선과 매출 증대, 그리고 구성원의 워라밸까지 챙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숙박 O2O 여기어때를 운영 중인 위드이노베이션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2일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고 화요일~금요일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며 점심 식사 시간은 1시간 30분인 게 특징이다. 일명 ‘4.5일 근무제’로 불린다.

해당 제도 도입 후, 위드이노베이션은 2017년 520억 원의 매출과 60억 원의 영업이익(온라인 부문 기준)을 거뒀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141억 원)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타파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와 관련 문지형 여기어때 CCO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란 조직운영 목표를 갖고, 구성원이 최상의 환경에서 성과를 창출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35시간 근무제를 통해 구성원에게 월요일 오전의 여유를 선물하고, 스케줄과 업무를 스스로 관리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니, 근무시간에 집중하는 문화가 정착됐고, 큰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비교견적 중개서비스 집닥은 이보다 1시간 적은 ‘주 34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집닥은 지난 2015년 7월 설립 초기부터 주 34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오전 10시에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하며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7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특히 금요일은 1시간 조기퇴근을 시행하고 있어 오후 5시 퇴근을 한다. 근무 시간 축소로 인한 생산성 감소에 대한 업계 우려와 달리, 매출이 크게 증가되며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날 기준, 집닥의 누적 거래액은 1125억 원을 기록, 전년(292억 원)대비 345% 향상됐다. 또한 월 거래액 역시, 지난 3월 8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90억 원을 달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집닥 관계자는 “34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회사 내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 회사 직원의 워라밸을 위해 더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근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 게임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강조했다. 사진은 게임사가 모여있는 판교로의 모습. ⓒ뉴시스

이와 달리 게임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강조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이르면 1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란 월 기본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법에서 허용된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해당 제도가 마련된 데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과 더불어, 그간 게임업계에서 끊임없는 노동 이슈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2월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개발자를 소모시키는 제작환경과 노동을 넘어서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하다”며 쓴 소리를 내뱉은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대해 단순히 긍정적인 면만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된 급격한 변화일뿐더러, 출시 지연 문제 등이 발생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중소 게임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노동법을 준수할 수 없는 구조다”면서 “개발도 개발이지만 게임을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인력을 배치해 24시간 동안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같은 중소 게임사에까지 해당 제도가 적용된다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에게는 24시간 모니터링을 위해 직원들을 3교대로 꾸릴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300인 이상 게임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 역시 “우리 회사와 같은 경우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 몇 년간 포트폴리오를 쌓아 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출시 일정을 밝혔던 다수의 게임들이 현재까지도 완성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게임사들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렵다는데 동의했다”며 “수년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회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급하게 도입하는 회사들은 어떤 문제를 겪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해당 제도의 도입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제는 국내 게임사들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글로벌 게임사들과의 경쟁이 시작된 시점”이라며 “중국 게임사의 개발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는 추세이기에, 그간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내 게임사들일지라도 기존의 자리를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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