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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박원순과 옥탑방살이
답변을 듣고자 만나러 갔다가 ‘셀프 디스’하게 된 사연입니다
2018년 07월 21일 09:30:21 윤진석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취재일기는 어리바리 기자 스스로의 치부를 공유하는, 시시콜콜 미주알고주알 ‘셀프 디스(self dis)’이기도 합니다. 박 시장을 만나러 간 이유는, 몇 가지 궁금한 것에 대한 답변을 꼭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냐고요? 관련해 얘기를 하려면 먼저, 지난 6·13 선거 개표 관련해서 말씀드려야 될 듯싶네요.

박원순, 강북구 등 대다수 지역서 몰표 받았지만
여의도에선 2위, 용산 강남에선 자칫‘아슬아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13 서울시장 선거 개표 결과 25개 구에서 모두 득표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중앙선관위 개표 결과를 보면 박 시장은 무난한 당선이었습니다. 은평, 강북, 강서, 성동 등 사실상 대부분의 구에서 박 시장은‘김문수’ ‘안철수’ 전 후보의 득표수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득표수를 얻었습니다. 김문수, 안철수 전 후보가 설령 단일화하고, 그 표 그대로 시너지를 발휘해 양자대결로 갔다 한들 이길 수 없었음을 방증합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예컨대 강북구 경우를 보겠습니다. 전체 투표수 156,279 중 박 시장은 85,839표를 얻었습니다. 그에 반해 당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33,537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28,138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설령 김 후보와 안 후보 득표수를 합한다 해도 61,675표에 불과합니다. 박 시장은 이 둘의 합산보다 24,164표나 앞선 결과였습니다. 그 정도로 강북구 주민들이 박 시장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여의도동, 용산, 강남은 어떨까요? 개표 단위별로 보면 영등포구 내 여의도동에서 ‘박원순 5,186표’, ‘김문수 6,315표’, ‘안철수 3,791표’로 박 시장은 다른 곳과 달리 2위에 그치고 맙니다. 물론 영등포구 전체로 보면 1위가 맞지만, 여의도동으로 들어가면, 김문수 전 후보보다 득표수에서 밀리고 만 것이지요. 

용산구의 경우도 박 시장(53,964표)은 1위이긴 하지만, ‘김문수(31,073표)+안철수(24,074표)’ 단일화로 양자대결로 갔을 경우 패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강남구도 그렇습니다. 박 시장은 107,743표, 김 전 후보는 87,305표, 안 전 후보  58,987표로 ‘김문수+안철수’ 단일화로 양자대결 시 자칫 큰 차이로 지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취임 후 여의도 용산 강남 개발 일성에 부동산값 들썩들썩
강북구는 삼양동 옥탑방에서 출퇴근 숙식…“주민과 동고동락”

요즘 여의도와 용산 부동산이 들썩거린다고 합니다. 집값이 활활 타고, 매물은 없어서 못 판다니, 강남보다 인기가 많아졌다는 얘기마저 들립니다. 박 시장이 7월 2일 민선 7기 취임 후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의 신도시급으로 통째로 개발하고, 용산에 국제회의 및 전시 컨벤션인 마이스(MICE)와 쇼핑단지를 들이겠다”고 한 뒤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앞서 강남은 이미 민선 7기에 앞서 서울의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통해 여의도, 광화문과 함께 최고 50층의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도 가능하고, 층수제한마저 없어 유리한 개발 입지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박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간 살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박 시장은 선거 기간, 그리고 취임 후 간담회 등을 통해서도 강북구에서 한 달 간 살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는 그 약속 이행으로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고, 해당 지역의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서울시는 전했습니다.

특히 취임 후 강남‧북 균형발전을 언급한 만큼  실제 시민이 느끼는 격차가 무엇이고 시민들이 원하는 해법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경청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9평짜리 옥탑방에서 50일간 계약 조건으로 200만 원 값을 치르고, 오는 22일 일요일 저녁 6시부터 입주할 계획입니다.
 

   
▲ 박원순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살이를 시작한다. ⓒ서울시

그런데 취임 후 전해지는 일련의 소식을 접하며 이런 점들이 궁금해졌습니다.

- 이왕 박원순표 개발을 한다면, 취임 일성으로 여의도나 용산 개발 대신 강북구처럼 균형 발전이 필요한 곳부터 주목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근데 왜 하필 득표 2위를 한 여의도 등에 초점을 맞췄을까.

- 현장밀착형 서민 행보로,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살이를 한다는데, 서교동 판잣집 등 재건축이 안 돼 주민 불편이 많다는 현장 체험도 고려해 봄이 어떨까? (지난 선거 기간 공중파 TV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박 시장을 향해 “박 시장은 보존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울역 앞 서교동 재래식 화장실과 연탄을 떼는 판잣집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주민들이 하는 말씀이 박원순 시장 여기 와서 살자, 왜 본인만 좋은 곳에 사는가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궁금한 점들은 이외에도 있었습니다. 위의 내용과는 다른 얘기지만, 난민 문제에 대한 후속 입장이 듣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와 관련된 답변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박 시장은 제주도 예멘 난민 논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 예멘 난민 문제는 인도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함께 사는 방법이 있다. 가슴을 열고 그 방법을 함께 찾았으면 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미 유럽 난민 사태의 심각성을 접한 바닥 저변의 민심은 적지 않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도주의 접근을 강조하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해법을 고민했을 줄 기대하며 어떤 대책을 고심 중에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갔습니다. 관련 질문 등 현안 관련 인터뷰를 요청하고자, 박 시장의 동선 파악 후 한 행사장을 찾아간 것입니다. 물론 이에 앞서 서울시청에 인터뷰 요청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50여 개의 출입처와도 인터뷰를 다 못하고 있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있는 현장으로 찾아간 것입니다.

국토부-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현장에서…
김현미-박원순 박남춘 이재명과 ‘한 자리’

박 시장을 만나러 간 날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살이 소식이 처음 들리던 지난 17일. 이날은 국토교통부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간담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있던 날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박원순 시장 등 민선 7기 수도권 지자체와 업무협력을 강화해 수도권 교통난 해소, 주거복지 등 국정과제 성과의 국민 체감을 제고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수도권 공동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 간담회 및 신속 합의를 통해 공동 대응하려는 행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사장의 메인테이블 위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름이 쓰인 팻말이 나란히 올려져 있었습니다.

식은 3시 30분부터 시작이라고 돼 있지만, 15분이 넘어서도록 주요 내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열띤 취재 현장 속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진 취재진들은 카메라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땀방울이 송골송골 얼굴에 맺혔습니다. 로비 문 앞에 바짝 선 한 전담마크 카메라맨은 18층 엘리베이터 불이 켜질 때마다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박원순 박남춘 이재명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습을 드러낼까, 목 빠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이리 나타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한 관계자가 내빈들은 20층 목련실에서 환담을 나누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17분이 조금 지났을까요. 이윽고 18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김 장관을 비롯해 수도권 광역 지자체장들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 국토부-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함께했다.ⓒ시사오늘

국토부 측 진행 아래 내빈 소개 인사 후 국토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 순으로 모두발언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서울인천경기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공동생활권이지만, 출퇴근이 한 시간 반 이상 걸리고 지옥철이라고 표현할 만큼 수도권의 교통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주거와 교통문제 해결을 더는 늦출 수가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과 인천 경기는 이미 공동생활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절적이고, 별개로 진행이 되어 와서 수도권 주민들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중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정부에 국토부가 함께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 “인천시민들이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32분입니다. 제가 한 번 체험해봤는데, 남동구에서 버스로 송내역까지 와서 구로까지 오면 1시간 10분 정도 걸립니다. 이 자리를 통해 서로 협조해 시민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 “수도권은 상수도까지 같이 공유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 장관 주제로 미세먼지 관련해 대화도 나눴지만, 교통문제 역시 김 장관이 마련해줘….”

뒤이어 업무 합의문 서명 및 교환, 그리고 기념사진 촬영 시간이 있은 후 간담회부터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朴“가면서 얘기합시다” -> “옥탑방 살이?…나중에…”
朴측 난민 문제, 최저임금 관련 “페이스북 보면 돼…”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모두 마쳤는지, 관계자들이 로비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박 시장은 간담회장 안에서 누군가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기자 또한 박 시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눈 뒤 잠깐 인터뷰해도 되냐며, 청했습니다.

박 시장은 인터뷰 요청에 여유 있는 표정으로 “가면서 얘기하자”며 흔쾌히 답했습니다. 함께 로비로 걸음을 옮겼고 첫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단은 최근에 옥탑방 살이 한 달간 하실 예정이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좀….”

순간 박 시장 얼굴이 불편한 기색으로 바뀌며 서둘러 말을 끊고는 “그건 나중에 한 다음에 하시죠. 당장 들어가지도 않았는데요 뭐….” 라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동석한 보좌진도 “아직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았다”고 부연했습니다.

아뿔싸. 첫 질문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오늘(17일) 국토부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비공개 간담회 결과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는지요?” 등 당장의 행사 화제부터 꺼내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서두른 나머지 핵심도 없는 엉성한 질문을 하고야 만 것입니다.

그래도 궁금한 질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 최저임금도 페이스북에 많이 올리셨는데요?

“예. 뭐 그건 제 생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박 시장 얼굴은 더 굳어졌고, 땀이 맺혔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보좌진 측이 박 시장을 대신해 나섰고, 추후 정식 인터뷰 요청을 해달라며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박 시장과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습니다. 추후 보좌진 측에서 뭐가 더 궁금하냐고 물어 왔습니다. 이에 난민 문제 등 두어 가지를 꺼내자, 그런 것은 다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에 있지 않냐며, 페이스북 보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진짜 묻고 싶었던,

-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살이처럼, 6·13 선거 때 김문수 후보 지적처럼 재건축을 못해 재래식 화장실 등 불편함을 겪는 서교동 현장 등도 찾아볼 계획이 있는지요?

- 강남북 균형 발전을 강조해왔음에도 여의도 용산 개발에 포인트를 둔 이유는 무엇인지요?

- 인도주의적 난민 수용을 언급한 분으로서 난민 문제 해법으로 고심 중에 있는 것은?

- 최저임금, 52시간 갈등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는 민생 법안 통과를, 정부에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셨는데요, 정치인으로서 시장님이 볼 땐 특히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후속 대책’에 속하는 질문 등은 정작 꺼내지도 못한 것이지요.

이런 아쉬움 관련, 6·13 선거 당시 모 캠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에게 전하니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질문을 받고, 곧장 화내는 스타일이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는 즉답을 피하는 유형이에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런 이유로 공보팀에다 공을 엄청 많이 들여요. 듣기론 100여 명 가까이가 공보팀에 있을 정도로 박원순 시장을 엄중 마크합니다. 인터넷 포털 노출되는 언론사는 웬만하면, 다 마크할 겁니다. 그리고 유명한 것이 또 있어요. 박 시장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쓰는 곳과는 절대로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해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하려고 했으니…선 긋고 싶어요?”

대략난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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